[김선생의 시네레터] 30년 전 외교 비사와 분단에 대한 유비 '모가디슈'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30년 전 외교 비사와 분단에 대한 유비 '모가디슈'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08-05 08:15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모가디슈
영화 '모가디슈' 포스터, 아프리카에서 마주한 분단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흡사 반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 같습니다. 남한 사람, 북한 사람 나눠 앉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바듯이 랜턴과 촛불을 밝혀놓고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급박해진 소말리아 내전으로 먹을 게 넉넉지 않은 것은 한국 대사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밥, 김치, 깻잎, 컵라면 등을 늘어 놓고 어서 들라고 권합니다. 팽팽한 긴장도, 풀리지 않는 경계심도 서서히 누그러집니다. 조촐한 밥상 앞에서 이들은 그저 고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일 뿐입니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남아야 하는 류승완 감독 영화들의 오랜 주제의식이 엿보입니다.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남의 땅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도 이념과 체제 경쟁은 참으로 끈덕집니다. 30여 년 전 아직은 남한도 북한도 그저 극동의 변방에 불과했습니다. 주재국의 내전 통에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힘을 빌려야 하는 처지가 딱합니다. 남과 북의 정부가 표방하는 이념과 체제 그 어떤 것도 멀리 아프리카의 혼란 속에 있는 이들을 구하는 데 힘을 쓰지 못합니다. 알아서 살아남아야 할 뿐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 이념과 체제라는 것이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은 아닙니다. 한민족의 분단과 전쟁이 2차 대전 후 본격화 된 냉전 체제의 힘겨루기가 낳은 결과물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냉전 체제는 무너졌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만이 그 오랜 체제의 그늘 아래 갈라서 있습니다. 정작 냉전 체제를 만들고, 해체한 강대국들은 한민족의 분단 문제 해결에 무심합니다. 알아서 살아남아야 했던 30년 전 소말리아의 남북한 주재원들의 처지와 같습니다. 우리 스스로 앞길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영화 속 외교비사는 한반도 분단 문제에 대한 유비(類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사를 현재로 소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니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소말리아의 남북한 주재원들은 탈출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기쁨도 성취감도 없습니다. 비행기가 내리고,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마중 나온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갑니다. 멀어지는 발걸음 속에 몇 번의 눈마주침에는 살아남았음의 안도와 희열보다 살아가야 할 날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더합니다. 죽음의 위기 앞에 공존했고, 공생했던 일을 해명해야 하는 난처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