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2021-03-04
함께 걸은 눈길인데 발자국은 두 개네요 당신과의 추억을 내려놓기 싫어서 사랑을 제가 업고서 눈길을 걸었지요.
2021-03-02
이른 봄 저녁 산책길 어두운 마른 가지 위에 반짝이는 하얀 동글이 밥풀보다 작은 매화 꽃망울 겨우내 찬바람 이겨내며 찬란한 창조를 위한 인내 지혜로운 욕망의 시간 기지개 펴고 먼저 나와 기품있는 날개 행복하게 펼치렴 삼월 움트는 너의 자태에 미소를 보낸다
2021-02-25
가엾게 얼음에 박혀있던 나뭇잎 화석 햇살에 빙점이 삐걱 갈라지자 자유가 해빙되어 부르르 떤다 겨우내 잠자던 사서함을 열자 연두가 쏟아진다 봄의 첫 장을 누가 열었나 어린 봄의 누드가 수줍게 올라오고 수평에, 수직이 솟는 순간이다
2021-02-25
검 바탕에 별 하나씩 점 박듯 찍어내고 암실의 무채색이 외등에 소요된 날 유난히 밝은 빛 하나 고뇌의 발견인가 이제는 먼 유물로 넘어가 뵈지 않는 흑백 안 회색만이 고독한 길목에서 찰나로 잡아내야만 오롯한 실체임을 광택지에 번져가던 침묵이 문득 멈춰 줄과 줄 틈 벼랑..
2021-02-23
봄이 오는 소리 한 겹 두 겹 벗어던진 마음속의 두툼한 무게 꽃을 피우려는 개나리 옷맵시 곱게 곱게 서두르는 몸단장 심술보 가득한 차가운 겨울바람 먹구름 불러와 오는 봄을 시샘하듯 깨어나는 대지에 눈보라를 뿌려댄다. 세상은 온통 하얗게 내 마음에 눈부심이 젖어들면 나목..
2021-02-18
인간의 의지는 하늘의 뜻을 꺽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살아 움직이는 걸 보면 하늘의 뜻이 있나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암에 걸리면 제주도 끝에서까지도 찾아간다는 유명한 병윈이 두 군데나 있지요. 저도 잘 알려진 병원 가운데 한 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
2021-02-18
날개 옷 벗어두고나뭇꾼의 색시되어딸 낳고 어화둥둥발바닥 거칠어도무명 옷에 기쁨 가득금지옥엽 아들 하나금빛 옷 입는 대신반짝반짝 작은 콩별막내둥이 사랑둥이눈, 코, 귀, 입 닮아 흐뭇고마워요 다른 모습미소 가득 너와 나오늘 새로이다시 입는 날개 옷그 마음 그대로-대전공고..
2021-02-16
보문산은 대전 중심부의 남쪽에 위치한 산으로 중구의 대사동 외 8개 동에 걸쳐 있으며 1965년에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보물이 묻혀있다고 보물산이라고 부르다가 보문산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보문산에는 행복 숲길의 순환형 둘레 숲길이 있는데 보문산 주변부를 빙 둘러 기존..
2021-02-09
손오공은 변신의 달인이다. 그가 변신할 때마다 새로운 싸움이 전개되고 그때마다 손오공은 통쾌한 승리로 이끌어 우리를 즐겁게 한다. 또한 세계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도 그리스 로마신화를 즐겨 읽는다. 그리스신화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지만, 그중 하나는 변신에..
2021-02-07
대전동구 김제홍 어르신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아니, 동구 주민뿐만 아니라 대전에 몇 십년 살고 있는 시민들이라면 동구 주민사랑네트워크 상임대표이신 김제홍 어르신을 알고 계실 것이다. 37년간 쌀장사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기부 천사가 바로 김제홍 어르신인 것..
2021-02-04
봄동이 입맛을 돋우는 다 먹은 김칫독 깨진다는 늦겨울 설경의 유혹에 빠져 떠나지 않는 걸까 머물려고 발버둥 불어오는 춘풍에 조금씩 기운을 잃고 떠날 채비 서두르면 사라지는 웃음꽃 버들가지 움트고 시냇물 돌돌돌 잠자던 개구리 긴 하품으로 눈을 비빈다. 계절의 끝자락에서..
2021-02-02
날개를 크게 펼쳐본다소리 없이 조용히 흔들어 본다그리고하늘 높이 날아보고 싶다 어떤 기쁜 소식을 전할까가지에 앉아목청을 가다듬는다. 어제는지나가 버린 까치들의 설날까마귀는 초청받지 못해 투정 부리고추위에 벌거벗은 나무때때옷만 생각하고두더지 밖으로 나올 날만 고대하는데개..
2021-02-02
산비탈 높은 자태 팽나무 자양분 속전망 좋은 가지 끝에씨앗 하나 뿌리 내려꼽사리 염치 불구로 자리 잡은 하늘 상점이따금 지나가는 산새들의 쉼터인지달콤하고 먹음직한연두 알 맺어놓고산 넘어오시던 손님 고대하는 겨우살이한겨울 넘는 산새 주린 배로 날아들면햇볕에 부푼 젖살청록..
2021-01-27
우리나라 옛 전래동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색시가 시집을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루는 밥을 짓다 말고 부엌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본 남편이 이유를 물으니 밥을 태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은 오늘은 바빠서 물을 조금밖에 길..
2021-01-26
연당을 버리고 투박한 돌그릇 속에 뿌리내린 담수초 제 둘레만큼 창공을 담고 있네 누가 저 꽃의 문을 열고 있나 누르면 주르르 쏟아질 것 같은 친숙한 물의 감정이 꽃망울을 터뜨렸나 기척이 묘연한 풍경의 탄생이네 바람이 꽃대를 흔들면 나의 타인 흰 나비와 순아한 꽃그늘도..
2021-01-21
'부화뇌동'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문자가 가진 그대로의 뜻은 우레소리에 맞춰 같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부화뇌동이라는 말은 논어 자로 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는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되 화합하지 않는다. 즉, 군자는 남을 자기 자신처럼 생각하..
2021-01-19
나무의 삶이 쓰러졌다 더 솟구치고 싶은 욕망이 해체되었다 숲의 지도가 바뀌고 잘려나간 밑동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연한 바람에 눈은 녹아내리고 잘려진 나이테를 손으로 어루만지면 아직도 피가 도는지 싹 하나가 솟을 것 같다 도시의 지친 마음을 붙들던 푸른 그늘이 아쉽다..
2021-01-14
겨울을 품은 흐린 하늘을 읽어요 구름에서 번식된 흰 눈이 회색 공중을 열고 무수히 쏟아지면 수정할 수 없는 폭설이 지상의 풍경을 바꿔요 허공을 점유하며 내리는 눈발이 어느새 몸의 둘레에 촘촘히 쌓여요 대설이, 온 세상을 빠뜨리고 눈이 쌓인 바닥에는 어제가 들어있어요 아..
2021-01-12
전생에 무슨 피치못할 업보이기에 마주 할 수 없는 인연으로 태어났을까요 아버지와 저는 단 한번 의 짧은 만남도 허락되지 않았나요 가혹한 형벌입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아프게 상처를 내며 눈물강이 흐릅니다. 고희를 한참 넘었는데도 보고싶은 아버지 그리움 다독이는 한편의..
2021-01-07
기갈로 메말라 버린 감성은 따스한 우정의 햇살로 움츠러든 심상에 기지개를 켠다 힘들어 아파할 때에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 자신의 마음인 양 위로해 주는 친구 쓰지 못하는 글을 쓰면서 허공만 주시하며 방황한 시간은 보약처럼 쓰디 쓴 외침 소리에 식어버린 시어가 생기..
2021-01-05
평온하다 기쁘다 그러니 행복하다 오늘은 얼마나 웃음꽃이 피어날까 그대를 생각하면 웃음꽃이 함박꽃으로 변한다 어떻게 이렇게 변했을까 자문해 본다 함박 웃음꽃으로 답한다 그녀에게도 물어본다 벙글벙글 벙글어 흐드러진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언어다 느낌으로 표..
2021-01-05
* 설렘의 눈부심을 머리에 이고서 사랑의 햇살 안고 바람 한 점 재우며 눈 덮힌 하얀 길 위을 푸드득 날어오른다. * 하늘을 알 수 없는 스산한 꽃샘 앞에 싸늘한 바람에도 네가 있어 설 수 있고 살포시 꽃물 올리는 네 소리를 듣는다. * 앞길을 열어주는 새싹들의 격려에..
2020-12-31
달랑 혼자 남았다. 힘든 마음 서러운 눈물 끈질긴 구애도 아린 가슴으로 뿌리쳤는데 열한 고비 고통의 시간 아직도 목에 가시처럼 남아 있을 것인가 하하 호호 웃음소리 잦아들고 찬바람에 손끝이 시려 오는데 아쉬운 시간 그래도 따뜻하게 속삭이는 태양이 있으니 남아있는 애환의..
2020-12-29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흰 눈 내리는 새벽 세시, 루돌프 사슴이 이끄는 썰매에 탄 산타가 공중에서 휙 던진 선물이 마당 끝 소나무 가지에 탁 걸린다. 소나무 왼쪽 가지에 선물 하나, 가운데 쪽에 또 하나, 오른쪽 소나무 가지에 선물 한 개 더 추가. 매년 크리스마스..
2020-12-24
겨울철 불쑥 나타나는 의기양양 동장군 칼바람 몰아치는 해 저문 저녁 무렵 손발 시려 종종걸음 문풍지 울어대는 인기척 끓긴 겨울밤 깊어만 가는데 유등천의 물길 얼음 꽃을 피운다 돌멩이 하나 얼음으로 던지면 물 마시러 나온 백로 포물선을 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