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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역세권 '제4 테크노밸리' 개발 구상도 (사진=성남시 제공) |
핵심은 토지 개발 자체가 아니라 산업 기능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있다. 판교테크노밸리를 통해 첨단산업 집적 효과를 경험한 성남시가 오리역세권에 또 다른 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향후 성남 남부권의 경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다.
시는 6일 오리역 일원에 적용할 '제4테크노밸리 지구단위계획 변경 가이드라인'을 공고했다. 도시혁신구역 지정 대신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개발 절차를 정비하고, 토지 소유 형태에 맞춰 공공과 민간의 참여 구조를 구체화했다.
이번 조치는 구상 단계에 머물렀던 개발 방향을 실제 투자와 사업 제안이 가능한 제도적 틀로 전환했다는 의미가 있다.
▲판교의 복제가 아닌 새로운 산업 기능 확보해야=오리역세권 개발의 출발점은 성남의 미래 산업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있다.
판교가 IT·게임·첨단기술 기업의 집적을 통해 성장했다면, 제4테크노밸리는 AI 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기업 활동을 연결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시는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부지 7만2416㎡와 법원·검찰청 부지 2만7702㎡를 산업복합용지로 설정했다. 주거시설은 배제하고 업무·교육연구시설을 전체 연면적의 70%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기준용적률 700%에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최대 800%까지 개발할 수 있다. 고밀도 개발을 허용해 산업시설 공급과 민간 사업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접근이다.
그러나 건축 가능한 면적이 늘어난다고 산업 경쟁력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AI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시설과 실증 공간, 전문인력 확보 여건을 갖추지 못하면 고층 업무시설 중심의 개발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유치 단계부터 입주 대상과 산업 분야, 연구개발 투자 규모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판교와 다른 산업적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제4테크노밸리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기존 업무시설 공급사업과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공공은 산업 기반, 민간은 복합개발… 투자 구조의 시험대=토지별 개발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버스차고지 일원 8만2449㎡와 LH 오리사옥 부지 3만8211㎡에는 산업·업무·주거 기능을 결합한 자족복합용지를 적용한다. 버스차고지는 민관합동 도시개발사업을 우선 검토한다.
민간 소유 토지 7만4396㎡는 상업복합용지와 지원시설용지로 구분해 개발 자율성을 확대했다. 2000㎡ 이상 단독 개발하거나 2개 이상 획지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경우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구분은 공공부지에 산업 기능을 집중시키면서 민간에는 사업 참여 동기를 제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공공과 민간의 이해관계가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얼마나 조율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토지 소유자 간 협의가 지연되거나 개발 수익성에 대한 이견이 커지면 전체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용적률 인센티브는 공공기여와 연계된다. 기반시설을 직접 제공하거나 설치 비용을 납부해야 하는 만큼 공공기여의 산정 기준과 사용처, 기반시설 확보 계획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과 교통·환경·생활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투자 유치가 지역경제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필요=제4테크노밸리의 경제적 가치는 건설투자 규모보다 개발 이후에 형성될 산업 활동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 입주가 늘어나면 고용과 소비, 관련 서비스업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입주기업의 상당수가 단순 사무공간을 이용하는 데 그친다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는 AI 분야 선도기업과 연구기관을 유치하고, 중소·벤처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 유치도 입주 공간 제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과 기술 실증, 인재 양성, 창업기업 성장 지원을 연계해야 기업이 지역에 머물 이유가 생긴다.
고밀도 개발에 따른 교통량 증가와 주거·상업 수요 확대도 사전에 관리해야 할 과제다. 산업시설을 늘리는 과정에서 기반시설이 뒤따르지 않으면 개발의 편익보다 시민이 감당해야 할 도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2027년 계획 변경 추진… 성과는 기업 입주로 증명해야=시는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민간 개발 제안을 접수하고, 우수기업 유치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등 공공 소유 부지의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추진한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계획의 규모가 아니라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다. 공공부지의 산업시설 확보, 민간투자 확정, 기반시설 조성, 기업 입주와 고용 창출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정책 목표가 현실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 단계별 투자 실적과 기업 유치 현황, 산업시설 비율, 신규 고용 규모 등을 시민에게 공개하는 성과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오리역세권 제4테크노밸리는 성남시가 판교 이후의 산업 성장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보여주는 시험대다.
결국 성공 여부는 개발 가능한 면적이나 용적률 수치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실제 산업을 움직일 기업을 확보하고, 투자와 고용이 지역경제에 축적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성남 남부권 산업지도의 변화를 결정할 것이다.
성남=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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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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