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시민의 질문이 의회의 질문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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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시민의 질문이 의회의 질문이 될 때

권인호 대전시의회 의원

  • 승인 2026-11-08 09:51
  • 신문게재 2026-11-09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권인호
권인호 대전시의회 의원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지방의원의 책상에는 두꺼운 자료가 쌓인다. 사업별 예산과 집행 실적, 성과지표와 추진 경과를 읽으며 무엇을 물어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자료의 양이 곧 질문의 깊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행정이 작성한 문서만으로는 그 행정을 경험한 시민의 일상을 충분히 읽어내기 어렵다. 숫자와 현장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면 누구의 경험을 듣고, 누구와 함께 자료를 읽어야 할까. 이번 감사 준비는 그 물음에서 출발했다.

지역 청년 커뮤니티 대청호해적단이 추진하는 '대전시 파헤치기 대작전', 줄여서 '대파전'은 행정사무감사 시민 참여 프로젝트다. 이름에는 장난기가 있지만 다루는 문제는 우리 도시의 살림과 안전, 문화와 일상이다. 대전시와 시의회가 어떻게 일하는지 배우고, 관심 있는 지역 문제를 골라 조사한 뒤, 그 내용을 의원의 질의로 연결한다. 시민이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에 함께 들어오는 실험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22명이 참여한다. 대학생과 청년정책네트워크 구성원, 커뮤니티 운영자, 스타트업 대표, 세무사, 기자, 시의원 등 배경도 다양하다. 기획조정실, 문화체육관광국, 대변인·대전관광공사, 소방·자치경찰위원회를 살피는 네 탐험대를 꾸렸다. 지난 10월 모집과 두 차례의 시작 모임을 거쳐 팀별 조사와 전체 회의를 이어왔고, 11월 2일에는 소방본부 담당 부서와 면담했다. 관심을 갖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료를 읽고 설명을 듣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지방채를 살피는 시민에게는 오늘의 사업이 미래의 살림에 어떤 부담을 남기는지가 궁금하다. 문화예술을 살피는 시민에게는 좋은 공연과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중요하다. 관광과 홍보를 보는 시민은 알려진 도시의 모습이 실제 방문과 지역의 활력으로 이어지는지 묻는다. 안전을 살피는 시민은 계획서에 적힌 대응 체계가 필요한 순간에도 작동할지 확인하려 한다. 이는 아직 결론이 정해진 주장이 아니다. 행정이 자료와 설명으로 답해야 할 질문의 출발점이다.

시민 참여의 가치는 여기에서 드러난다. 같은 사업을 보더라도 이용자와 창작자, 사업자와 주민이 발견하는 문제는 다르다. 의원이 놓친 불편을 시민이 짚을 수 있고, 개인의 경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정을 자료와 면담을 통해 다시 이해할 수도 있다. 시민의 경험과 의원의 검토가 만나면 질문의 범위가 넓어진다. 다양한 전문성은 완성된 지식을 가진 사람을 모으는 데서만 생기지 않는다. 서로 다른 경험을 근거에 비춰 확인하고 고쳐가는 과정에서도 자란다.

물론 일상의 궁금증을 감사 질의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낯선 행정용어부터 넘어야 하고, 어느 기관이 책임지는 사안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숫자가 다르다면 집계 시점과 범위가 같은지 살펴야 한다. 불합리해 보이는 사업에도 필요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의 의문을 뒷받침하는 자료뿐 아니라 그 의문을 반박하는 설명까지 검토해야 한다. 질문을 날카롭게 만드는 힘은 목소리의 크기보다 사실을 확인하는 끈기에서 나온다.

대파전은 지역에서 이어져 온 시민사회단체의 시정·의정 감시 경험을 더 넓은 시민의 참여로 연결해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동안 축적된 전문성과 새로운 참여자의 생활 경험이 만날 접점이 필요하다. 정치에 관심은 있어도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시민에게는 함께 읽을 자료와 이야기를 나눌 동료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커뮤니티는 흩어진 관심을 꾸준한 활동으로 이어주는 기반이다. 지방정치가 일상 가까이 다가가는 길도 이런 작은 모임에서 열릴 수 있다.

대파전의 슬로건은 '내가 직접 질의하고, 내가 직접 확인한다'이다. 그 뜻을 살리는 일은 시민의 궁금증을 의회의 공식 질문으로 연결하고, 답변 이후의 변화까지 함께 확인하는 데 있다. 시민이 내놓은 질문을 의회가 책임 있게 받아들일 때 참여는 다음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감사에서 준비한 질문과 답변, 남은 과제를 시민들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겠다. 의회의 문턱이 낮아지는 만큼 우리 도시를 함께 책임지는 시민의 자리도 넓어지기를 바란다. /권인호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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