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군의관으로 밟은 서해 섬마을…'백령도 파수꾼' 의사가 던진 숭고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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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군의관으로 밟은 서해 섬마을…'백령도 파수꾼' 의사가 던진 숭고한 유산

섬마을 초임 군의관서 초대 병원장까지…50년 이어진 인연
발전기금 5000만원에 사후 인체 기증까지…부인과 뜻 모아
"참된 인성의 의료 인재 양성 요람으로 만들 것"

  • 승인 2026-11-05 13:34
  • 수정 2026-11-05 17:07
  • 주관철 기자주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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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백령병원에서 열린 의과대학 발전기금 전달 및 부부 사후 인체 기증 서약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인하대 제공
수도권 대형병원 의료원장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내려놓고 수십 년간 서해 최북단 섬마을을 지켜온 은퇴 명의(名醫)가 사후 인체 기증과 발전기금 전달이라는 숭고한 결단을 내렸다. 의료 소외 지역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해 온 노의사의 삶이 미래 의대생들의 인성 및 실기 교육 현장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인하대학교는 지난 4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병원에서 이두익 인천광역시의료원 백령병원장의 의과대학 발전기금 5000만 원 전달 및 부부 사후 인체 기증 서약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계에서 '도서 지역 의료 환경 개선'은 오랫동안 풀어야 할 숙제로 꼽혀왔다. 특히 수도권과 떨어진 접경지역 섬 주민들은 중증 질환이나 응급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두익 원장과 백령도의 인연은 대한제국과 근대사를 거쳐 서해 해양 국방의 요충지인 옹진군 섬마을에서 시작됐다. 1973년 의대를 졸업한 이 원장은 백령도 성안드레아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의사로서 첫 걸음을 떼었다.

이후 인하대학교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제5대 인하대 의료원장 등 요직을 거치며 대학병원 발전을 이끌었고 정년퇴임을 맞이했으나, 그의 발걸음은 다시 섬으로 향했다. 2014년 옹진군에 백령병원이 개원할 당시 초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13년째 서해 최북단 섬 주민과 도서 방위 장병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특히 그가 근무하는 백령병원과 인하대병원은 첨단 원격 협진 인프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백령도 현장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인하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들이 원격 영상 시스템으로 진료를 지원하는 등 섬 지역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모델을 구축해 왔다.

이 원장은 평생을 환자 진료와 도서 의료 봉사에 바친 데 이어, 의과대학 후학들을 위한 마지막 나눔을 결단했다.

이번에 전달된 발전기금 5000만 원은 인하대병원 부지 내에 새로 건립 중인 의과대학 단독 건물 신축 공사비로 투입된다. 인하대 의과대학 측은 이 원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신축 동의 신입생 강의실 한 곳을 '이두익 강의실'로 명명하기로 결정했다.

더욱이 이 원장은 후학들의 해부학 실습과 생명 윤리 교육을 위해 사후 인체 기증을 서약했다. 이 숭고한 뜻에는 평생을 곁에서 함께해 온 부인 역시 흔쾌히 동행해 부부가 함께 나란히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11월 4일 백령도 현지에서 열린 전달식에는 최기영 인하대 총장, 조명우 전 인하대 총장, 이택 인하대 의료원장 겸 인하대병원장, 이훈재 인하대 의과대학장, 백진휘 인하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을 비롯해 의대 교수와 의대생들이 직접 배를 타고 섬을 찾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두익 백령병원장은 "의사로서 청춘을 바친 인하대병원의 발전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의학 교육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며 "어려운 결정을 뜻깊게 함께해 준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기영 인하대 총장은 "후학들과 지역 의료를 위해 헌신해 오신 숭고한 결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숭고한 나눔이 미래 의료인들에게 생명 존중의 가치를 일깨우는 가르침이 되도록, 참된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택 인하대 의료원장 또한 "평생 환자의 곁을 지키고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원장님의 삶은 가장 귀한 교과서"라며 "새로 지어질 교육실습동이 '제2, 제3의 이두익 원장'을 배출하는 미래 의료의 요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주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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