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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들녘 뒤로 보이는 길마재산 사진=한소민 소장 |
산성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어두니마을이 있습니다. 산골이 깊어 해가 일찍 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이야기와 '구름에서 물고기를 얻었다'는 뜻의 '어득운리(魚得雲里)'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집니다. 길마재산을 지나 산길을 오르면 오래된 성벽의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백제가 멸망하던 시기, 남편의 뒤를 이어 전장에 나섰던 한 여장수의 전설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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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니마을 표지석과 안산동 산성 표지판 사진=한소민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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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동 산성 사진=한소민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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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동 산성 잔존 성벽 사진=한소민 소장 |
중국에도 가족을 위해 전쟁터에 나선 여성 영웅이 있습니다. 영화 《뮬란》으로 널리 알려진 화목란입니다. 그녀는 늙은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군대에 들어갑니다. 오랜 전쟁을 마친 뒤 벼슬을 마다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함께 싸운 동료들은 그제야 그녀가 여성임을 알고 놀랍니다. 성재산 여장수가 죽은 남편을 대신해 전쟁에 나섰다면 화목란은 늙으신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에 나선 것이지요. 두 사람 모두 가족을 위해 전장에 나섰지만 그 운명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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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동 산성 전설을 소개하는 표지판 사진=한소민 소장 |
안산동 산성에 전해지는 두 전설에는 남다른 능력을 지닌 여성이 등장하지만,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여장수는 뛰어난 무예와 지략으로 군사를 이끌었지만 나라가 무너지는 전쟁 속에서 목숨을 잃었고, 누이는 혼자 성을 쌓을 만큼 힘이 셌지만 아들을 우선한 어머니의 선택으로 희생되었습니다. 한 사람은 나라를 지키려다 죽었고, 다른 한 사람은 가족 간의 내기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연은 다르지만 두 여성 모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도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남깁니다.
그로부터 천 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 두 여성의 이야기는 여전히 성재산에 남아 있습니다. 성을 쌓던 누이는 정말 어머니가 건넨 뜨거운 팥죽 때문에 내기에 졌을까요? 비 오는 날이면 서로를 애타게 찾는다는 여장수 부부는 그 오랜 세월 어디선가 다시 만났을까요? 무너진 성벽 앞에 발걸음 멈추고 아득한 세월 속에 묻힌 두 여인의 사연을 떠올려 봅니다. 성벽의 돌들은 그 모든 일들을 다 알고 있으련만, 아무런 말이 없네요.
한소민/배재대 강사, 지역문화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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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민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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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