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AI 도시 대전,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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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AI 도시 대전,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다

박남구 대전시컨택센터협회장

  • 승인 2026-10-29 09:51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박남구(신규사진)
박남구 대전시컨택센터협회장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우리들의 일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문서 작성과 데이터 분석은 물론 고객 상담과 행정서비스에 이르기까지 AI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까지 등장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도시가 대전이라고 생각한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기술기업이 집적돼 있고, 과학기술은 대전의 정체성이자 성장동력이다. 그러나 AI 기술을 보유하고 연구개발 성과를 내는 것만으로 시민이 체감하는 도시 혁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시민의 삶과 지역산업에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오랫동안 몸담아 온 컨택센터 산업은 AI 시대의 변화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 반복적인 문의는 AI가 처리할 수 있지만, 복잡한 민원과 감정이 개입된 상담, 즉 고객과의 신뢰 형성에는 여전히 사람의 공감과 판단이 중요하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의 역량을 높이며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우즈베키스탄의 IT PARK와 키르기스스탄의 하이테크파크(HTP)를 방문해 ICT 산업과 인력양성, 컨택센터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살펴보면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중앙아시아는 젊은 인력과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기술과 산업 경험을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시장이라고 느꼈다. 특히 한국어 교육과 직업훈련,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면 현지 청년에게는 새로운 진로를, 국내 기업에는 해외 진출을 통한 비용 절감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IT Park 측은 한국 기업의 컨택센터 운영 업무를 현지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기업에 위탁하는 협력 모델을 제안했다. 한국어 능력과 업무 역량을 갖춘 인력을 선발해 양성하는 구상이다. BPO가 요구하는 TOPIK 4급 이상 또는 이에 상응하는 한국어 능력을 갖춘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을 추진하고, TOPIK 3급 수준의 후보자에게는 BPO 기업의 업무 기준에 맞춘 약 3개월의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교육을 성공적으로 수료한 인력 가운데 최소 80%를 채용하는 목표 역시 협의 과제로 제안됐다.

이는 단순한 인력 양성을 넘어 한국 기업의 업무 수요와 현지 청년의 취업 기회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국제협력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실제 추진을 위해서는 한국 기업의 위탁 의사와 계약 조건, 교육비와 운영비 분담, 개인정보 보호, 품질관리, 현지 법규 등 구체적인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제안 단계의 구상을 실행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시는 시민 누구나 참여하는 실용적인 AI 교육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청년뿐 아니라 중장년층과 소상공인, 서비스산업 종사자도 자신의 업무와 생활에 AI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사용법 교육을 넘어 직무별 실습과 재교육, 취업과 창업을 연계하여 교육이 실제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AI와 사람이 협업하는 지역산업 모델을 육성해야 한다. 대전의 AI 기업과 대학 및 연구기관, 컨택센터와 중소기업을 연결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협업 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AI가 반복 업무를 맡고 사람은 고객 공감과 복합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종사자의 직무 전환과 역량 개발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중앙아시아와 연계한 대전의 기술기업과 컨택센터 운영기업, 교육기관을 우즈베키스탄 IT Park 등 현지 기관과 연결해 시장조사, 한국어 인재 양성, 공동교육,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실제 업무 수요를 바탕으로 현지 인력을 교육하고 취업으로 연결하는 모델을 발전시킨다면 지역기업의 해외 진출과 청년 인재의 국제적 성장 기회를 함께 넓힐 수 있다. 협약 체결에 만족하지 않고 실질적인 계약과 고용, 서비스 품질로 이어지는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AI 기술의 성과를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시민의 일자리와 생활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기술 발전의 혜택이 지역사회에 고르게 돌아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할 것이다. 정책의 성과뿐만 아니라 현장의 어려움과 보완점까지 짚어낼 때 지역 언론은 시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다.

대전은 과학기술의 도시를 넘어 사람을 위한 AI 도시로 나아가 지역의 기술과 인재를 세계시장과 연결하는 개방적인 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 시민교육, 일자리 전환, 해외 협력이 하나의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술로 사람의 가능성을 키우고 지역의 기회를 세계로 확장하는 데 있다. 대전의 AI 미래도 결국 사람이 답이다. /박남구 대전시컨택센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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