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복지의 신뢰는 안녕하십니까?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복지의 신뢰는 안녕하십니까?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 승인 2026-10-25 15:58
  • 신문게재 2026-10-26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규용
김규용 교수
복지는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약속이다. 질병과 실업, 노후의 불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복지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그러나 저출생과 고령화, 성장 둔화와 재정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약속한 복지를 앞으로도 지킬 수 있을까?

▲최근 유럽의 재정과 정치 상황은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프랑스는 국가채무와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연금개혁과 예산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복지천국의 실패'라고 말한다. 그러나 재정의 어려움을 복지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성급하다. 성장 둔화와 누적된 부채, 조세와 지출 구조, 정치적 합의의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복지는 비용인 동시에 건강과 생활안정, 사회적 신뢰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유럽의 경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복지의 실패 여부가 아니라 변화하는 경제·사회적 여건 속에서 국가의 약속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국가채무와 가계부채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가 높은 국가채무와 재정적 부담에 직면해 있다면, 한국은 장기적인 국가채무 증가 가능성과 함께 주택담보 대출 등으로 높은 가계부채를 안고 있다. 국가의 재정 여력뿐 아니라 국민의 실제 부담능력까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든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연금과 의료, 돌봄 수요는 증가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주택금융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계부채는 국민의 소비와 생활안정을 제약할 수 있다. 현재의 복지 약속을 뒷받침할 재원이 부족하다면 미래세대는 더 높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부담하거나 다른 공공투자의 축소를 경험할 수 있다. 국가의 재정 부담과 국민의 가계 부담이 함께 커질 때 사회적 불안도 깊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복지를 단순한 비용으로만 볼 수는 없다. 건강과 교육, 자립을 지원하는 복지는 미래사회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사회적 투자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복지의 확대와 축소가 아니라, 어떤 복지를 누구를 위해, 누구의 부담으로 지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복지의 불확실성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적 불신이다. 복지의 혜택은 당장의 성과로 내세우면서 비용과 책임은 뒤로 미룬다는 인식이 쌓이면 국가의 약속도 의심받는다. 반대로 재정건전성만 앞세워 복지의 가치를 외면해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복지와 재정은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책임이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사회적 책임에 기반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미래의 인구와 경제, 재정 여건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 불확실성을 국민에게 정직하게 설명하고 함께 대응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국가 리더십은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정책의 장기적 영향을 살피고, 서로 다른 세대와 계층이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부담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세대의 권리와 기회를 대변하는 것 역시 오늘의 국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는 오늘의 결정에 참여할 수 없지만 그 결과를 살아가야 한다. 장기재정 전망과 사회적 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가와 가계의 부담능력을 함께 고려하며, 정권을 넘어 지속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리더십의 가치는 표를 더 얻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약속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을 지킬 책임을 국민과 함께 나누는 데 있다.

유럽의 불안은 복지의 가치가 사라졌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약속을 지탱할 경제적 기반과 정치적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오늘의 복지는 미래세대에 부담으로 남을 수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 그 차이는 국가가 어떤 책임으로 제도를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복지의 신뢰는 안녕하십니까? 이제 국가의 약속뿐 아니라 그 약속을 지탱할 국민의 삶과 미래세대의 부담까지 함께 물어야 할 때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용문동4구역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1656세대 공급 계획
  2. 울산 중구 성남동 옛 포차거리, 주말 골목마켓으로 재탄생
  3. '세종 행정수도법 연내 제정' 28일 국회서 다시 물꼬 튼다
  4. 천안시, 건강한 숲 조성 순환고리 '벌채-조림-숲가꾸기'
  5. '제3회 충남 월남전참전 전우회 활성화 행사' 천안서 개최
  1. 천안을 이재관 의원, "51억원 들인 해수부 '섬 원격진료', 실질적인 활성화 대책 마련해야"
  2. 백석대, 외국인 유학생과 따뜻한 밥상 나눠
  3.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성인 다문화 수강생과 '전통 한복체험' 진행
  4. 천안을 이재관 의원, "국가 방역조치로 폐원한 과수농가, 무병묘 특별지원으로 조기 영농복귀 지원해야"
  5. 남서울대 글로벌한국어문화학과, 외국인 유학생 '해외 한국어교육 실습' 성료

헤드라인 뉴스


포스트 국정감사 예산 전쟁 열린다…충청 총력 대응시급

포스트 국정감사 예산 전쟁 열린다…충청 총력 대응시급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국정감사가 막을 내리는 가운데 820조 9000억원에 달하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대응이 충청권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 트램,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집무실 등 지역발전을 위한 예산을 증액하거나 미반영 된 예산을 추가로 반영하는 과제가 충청 여야에 주어진 것이다. 행정수도 특별법 연내 제정과 국가 반도체종합연구소 대전설립, 공공기관 제2차 지방 이전 등도 포스트 국감 정국에서 힘을 쏟아야 하는 지점이다. 국회에 따르면 26∼27일 법제사법·외교통일·국방·행정안전·보건복지·기후에너지환경노..

가을 이사철에 대전·세종·충남 가계대출 상승세... 단, 연체율 증가에 차주상환 부담도
가을 이사철에 대전·세종·충남 가계대출 상승세... 단, 연체율 증가에 차주상환 부담도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대전·세종·충남 시중은행 가계대출 상승 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가계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연체율도 소폭 오름세를 보이면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차주들의 상환 부담 누적으로 가계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8월 중 대전·세종·충남지역 금융기관 여수신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모두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대전의 8월 가계대출은 잔액은 23조 4296억 원으로, 8월 한 달 4562억 원 증가했다...

충남대 통합 무산되면 재정 손실만 500억원 이른다
충남대 통합 무산되면 재정 손실만 500억원 이른다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통합신청서 제출안이 구성원 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통합 재추진에 나서고 있는 충남대가 통합 무산 시 예상되는 재정 손실 규모가 500억원에 이른다고 공개했다. 충남대는 23일 유성구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백마홀에서 학내 구성원과 동문 등을 대상으로 '충남대학교 미래 발전을 위한 전 구성원 의견수렴 공청회'를 열고 통합신청서를 12월 31일까지 제출하지 못하면 글로컬대학30 사업비 516억원(국비 430억원·지방비 86억원)이 감액된다고 밝혔다. 내년 2월 28일까지도 제출하지 못하면 사업이 취소되고, 선지급된 123..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