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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양순 서산시의원은 20일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서산개척단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를 서산시가 책임지고 건립할 것을 촉구했다.(사진=서산시의회 제공) |
서산시의회 기양순 의원은 20일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서산개척단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를 서산시가 책임지고 건립할 것을 촉구했다.
기 의원은 희망공원에 희생자들의 유해가 안치돼 있고 피해자와 유족들이 해마다 위령제를 올리고 있지만, 이들의 희생과 사건의 역사를 알릴 추모비조차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인 명예회복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산개척단 사건은 1961년부터 1966년까지 정부가 사회정화를 명분으로 전국의 고아와 부랑인 등을 적법한 절차 없이 붙잡아 서산에 강제 수용하고 개간 노역에 동원한 사건이다. 기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1964년 수용 인원은 1,674명에 달했으며, 서산시가 2019년 실시한 피해 실태조사에서는 1965년 당시 수용 인원 726명 가운데 35%가 20세 이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9~10세 어린이까지 강제로 끌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수용자들은 폭행과 굶주림, 강제노동에 시달렸으며, 1963년에는 125쌍이 강제로 합동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구타당하거나 영양실조와 작업 중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도 있었다.
기 의원은 실태조사에 담긴 피해자들의 증언을 소개하며 당시의 참혹한 인권침해를 되짚었다. 숨진 이들은 개척단 뒷산에 가매장됐으며, 비가 내리면 유골이 흙과 함께 떠내려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후 희망공원이 조성되면서 뒷산의 무연고 묘지에 있던 유해들은 무연총에 합장됐다.
특히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한 피해자가 수십 년이 지나서야 아버지가 구타로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희망공원 무연총을 찾아 아버지가 묻힌 위치조차 모른 채 절을 올리며 한참을 울었다는 증언을 소개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기 의원은 "지금도 정확한 입소자 명단도, 사망자 명단도 남아 있지 않다"며 "이분들은 살아서도, 세상을 떠나서도 이름을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존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이들의 넋을 반드시 달래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사 진상규명과 사법적 판단도 추모사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 의원은 2022년 5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서산개척단 사건을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국가의 사과와 피해자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법원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추모사업을 추진할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다는 것이 기 의원의 주장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48조와 「서산개척단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9조 등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기념·추모사업을 추진하거나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 의원은 집행부에 세 가지 사항을 제안했다.
첫째, 희망공원 내 위령제가 열리는 장소에 서산시가 직접 서산개척단 추모비를 건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 단체에만 맡길 사안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역사적 책임과 명예회복의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추모사업 담당 부서와 희망공원 관리 부서 간 협업체계를 구축해 추모비 건립계획 수립부터 설치, 사후 관리까지 시가 책임지고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셋째, 생존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 명예회복의 결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실태조사 당시 생존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이 70세를 넘었던 만큼, 더 이상 추모사업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기 의원은 "추모비는 돌 하나를 세우는 일이 아니다"라며 "추모비 하나가 피해자들의 모든 상처를 치유하거나 빼앗긴 세월을 돌려드릴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 고통을 기억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존엄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을 분명히 전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공원의 서산개척단 추모비가 고인에게는 위로가 되고, 유족에게는 존중의 표시가 되며, 다음 세대에게는 인권의 소중함을 전하는 약속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서산개척단 사건을 과거의 비극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동시에 국가폭력의 역사를 기억하고 인권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산=임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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