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해외 32곳에 세운 수원형 화장실 문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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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해외 32곳에 세운 수원형 화장실 문화 주목

필리핀 등 12개국 공중위생 개선사업 국제협력 확대

  • 승인 2026-10-20 12:38
  • 수정 2026-10-20 16:35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1-2. 화장실협회총회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화장실협회 총회 이사장 회의 주재 (사진=수원시 제공)
공공시설 지원사업의 성과는 건물을 완공했다고 끝나지 않는다. 현지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유지관리 비용은 마련돼 있는지, 주민과 방문객의 위생환경이 실제로 나아졌는지까지 확인해야 사업의 지속성을 판단할 수 있다.

수원시가 세계화장실협회와 함께 추진해 온 해외 공중화장실 지원사업도 같은 기준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는 2008년부터 개발도상국의 공중위생 환경 개선을 지원해 왔으며, 지금까지 12개국 32곳에 수원형 화장실을 조성했다.

■ 관광지에 설치한 화장실, 환경 개선으로

14일 수원시가 공중화장실을 조성한 필리핀 푸에르토 갈레라의 무엘레 헤리티지파크는 관광과 환경관리가 맞물리는 지역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속한 이곳에는 보트 관광과 호핑 투어 등을 위해 하루 1500명 이상이 방문한다.

이용객이 많은 관광지에서 화장실은 단순한 편의시설 이상의 역할을 한다. 방문객에게 위생적인 이용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주변 환경의 오염 부담을 관리하는 기반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설이 들어섰다는 사실만으로 수질이나 주변 환경이 개선됐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실제 사업 효과를 확인하려면 시설 가동 여부와 이용 규모, 청소·보수 상태, 오·폐수 처리 방식 등을 살펴야 한다. 설치 전후의 위생환경 변화까지 비교할 수 있다면 지원사업이 현지에 미친 영향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무엘레는 수원시가 해외에 지원한 32번째 화장실이다. 앞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지와 네팔 재활시설, 튀르키예 얄로바시, 몽골 울란바토르 등에서도 사업이 추진됐다.

세계화장실협회가 19개국에서 52개 화장실을 건립한 가운데 수원시는 12개국 32곳의 조성을 지원했다.

■ 국제협력 조직의 확대, 현장 관리와 연결돼야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세계화장실협회 제16차 이사회와 제8차 총회에는 11개국 회원 6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협회 이사장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협회는 공중위생 개선을 넘어 자원순환과 지속가능한 관광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내년에는 수원에서 제9차 총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고. 2007년 출범한 협회는 깨끗하고 안전한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를 확산하기 위해 국제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협회는 2019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적 지위도 획득했다. 국제사회와 협력할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국제기구의 위상이나 회의 개최 자체가 개별 시설의 운영 성과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협력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시설을 조성한 이후 누가 관리하고 비용을 부담하는지까지 사업 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현지 관리 인력과 운영 예산이 확보돼 있는지, 고장이나 노후화에 대응할 체계가 있는지, 오·폐수 처리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사후관리 정보가 축적돼야 시설 지원이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위생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판단할 수 있다.

■ 수원 화장실 문화자산으로 바꿨다

수원이 화장실문화에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활동이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공중화장실 개선에 힘을 쏟았고, 화장실을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바라봤다.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별칭도 이러한 활동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인식은 공중화장실을 문화와 체험의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줬다. 장안구 이목동의 해우재는 변기 모양의 건축물에 화장실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 전시·체험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심 전 시장이 수원시에 기증한 건물을 활용해 2010년 10월 문을 열었으며, 올 7월 누적 관람객 200만명을 넘어섰다.

해우재문화센터에는 세계화장실협회도 자리하고 있다. 국내에서 형성된 화장실문화가 문화시설과 국제협력 조직을 통해 연결되는 구조다.

시는 지역 공중화장실에도 예술과 경관, 이용 편의를 결합해 왔다. 수원시립미술관 인근의 '미술관옆화장실'에는 미디어 갤러리가 설치됐고 가족화장실과 장루화장실도 마련됐다. 광교산 등산로 초입의 '반딧불이화장실'은 자연 조망과 미술작품,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수원화성 주변에는 성곽의 곡선과 전통 건축 요소를 반영한 시설이 들어섰다. 축구공 형태의 '축구공화장실', '염원화장실', 맷돌을 형상화한 '칠보맷돌화장실', 항아리 모양의 화장실 등도 지역의 특성을 담은 사례다.

수원시가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은 182곳이며, 민간 개방화장실 118곳도 지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화장실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는 1999년 공모 시작 이후 올해까지 대상 3회를 포함해 모두 32곳이 수상했다.

해우재의 관람객 수와 국내 화장실의 수상 실적은 수원 화장실문화의 확산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 건립 실적을 넘어 성과 확인 단계

수원형 화장실 사업을 평가할 때는 적어도 세 가지 기준을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몇 개 국가와 지역에 시설을 조성했는지를 보여주는 사업 규모고, 둘째는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관리되는지를 나타내는 지속성이며, 셋째는 이용 편의와 위생환경이 실제로 개선됐는지다.

현재 제시된 12개국 32곳이라는 수치는 첫 번째 기준을 설명한다. 나머지 두 기준을 판단하려면 시설별 운영 현황과 유지관리 실태, 이용자 만족도, 위생환경 변화 등에 관한 자료가 필요하다.

수원시와 세계화장실협회가 국제협력의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건립 이후의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점검한다면, 수원형 화장실은 단순한 시설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공공위생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준 시장은 "깨끗한 화장실이 인간의 존엄과 도시의 품격을 지키는 기반이라며 환경과 관광을 아우르는 화장실문화를 세계로 확산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수원=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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