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다문화] 깨진 그릇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다… 일본 전통 공예 ‘긴쓰기(金継ぎ)’

  • 다문화신문
  • 계룡

[계룡다문화] 깨진 그릇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다… 일본 전통 공예 ‘긴쓰기(金継ぎ)’

  • 승인 2026-11-08 10:42
  • 수정 2026-11-08 11:09
  • 신문게재 2026-03-07 4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밥그릇이나 접시의 가장자리가 살짝 깨지면 어떻게 할까? 깨진 정도나 그릇에 대한 애착에 따라 선택은 달라지겠지만, 한국에서는 깨진 그릇을 불길하게 여기거나 안전상의 이유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본에서는 사용에 지장이 없는 그릇을 계속 사용하기도 하며, 특히 소중한 그릇이 깨졌을 때는 '긴쓰기(金継ぎ)'라는 전통 기술로 수리해 다시 사용한다.

긴쓰기는 깨진 도자기의 파편을 옻칠로 붙이고, 접합 부위에 금이나 은 등의 금속분을 입혀 장식하는 일본의 전통 공예 기술이다. 단순히 깨진 그릇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깨진 흔적을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금속분을 사용하지 않고 옻칠로 도자기를 수리하는 기술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금속분을 활용한 긴쓰기는 중세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에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긴쓰기의 발전은 일본의 다도 문화인 '차노유(茶の湯)'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당시 다도는 권력과 교양을 상징했으며, 다도에 사용되는 찻그릇은 중국이나 한국에서 전해진 귀한 도자기로 가문의 보물처럼 대물림되기도 했다. 소중한 그릇이 깨졌다고 해서 쉽게 버릴 수 없었던 만큼, 이를 수리하고 다시 사용하는 기술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긴쓰기의 유래와 관련해서는 무로마치 막부 제8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의 찻그릇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가 아끼던 중국산 청자 찻그릇이 깨지자 중국에 수리를 요청했는데, 금속 부품으로 이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이 일화는 깨진 그릇을 수리해 사용하는 문화와 관련해 자주 소개되지만, 긴쓰기의 기원을 설명하는 확정적인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전해 내려오는 설화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후 에도 시대(江戸時代)에 이르러 서민 문화가 발달하고 다도가 보다 널리 향유되면서 긴쓰기는 단순한 수리 기술을 넘어 미적 가치를 지닌 공예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혼아미 고에쓰(本阿弥光悦)의 작품으로 알려진 다완 '셋포(雪峯)'가 있다. 도자기에 생긴 균열을 눈 덮인 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에 비유해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깨진 흔적을 감추기보다 작품의 일부로 살려낸 긴쓰기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 이후 근대화가 진행되고 저렴한 대량생산 도자기와 유리 제품이 널리 보급되면서, 깨진 물건을 고쳐 쓰기보다 새것으로 교체하는 생활 방식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긴쓰기 역시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전통 기술이 됐다.

긴쓰기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외출이 제한되면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수공예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초보자도 체험할 수 있는 긴쓰기 키트가 보급되면서 취미 활동으로 인기를 얻었다. 자신이 직접 수리한 그릇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긴쓰기는 전통 공예를 넘어 환경과 지속 가능한 소비의 관점에서도 의미를 얻고 있다. 깨진 물건을 무조건 버리는 대신 수리해 오래 사용한다는 점에서 자원 낭비를 줄이고 물건의 수명을 연장하는 생활 방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통 긴쓰기에 사용되는 옻칠은 건조와 경화에 시간이 필요하고, 식기에 다시 사용하려면 재료와 수리 방법의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긴쓰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깨진 흔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흔적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데 있다. 흠집과 균열마저 고유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의 전통 공예는 물건을 쉽게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는 현대 사회에 다시 한번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오래 사용한 물건에 담긴 추억과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고쳐 쓰는 문화를 실천하는 것. 긴쓰기는 그 작은 실천이 환경을 지키는 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토리츠꼬 명예기자(일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제천시장기 파크 골프대회 개막식서 항의 소동… 시장 축사 중단
  2. 충남도 인구 214만 돌파…사상 최대치 경신
  3. 천안시 노사민정협의회·한국노총 천안지역지부, 지역사회 나눔에 한 뜻
  4. 천안시 서북구,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인식개선 캠페인 나서
  5. 하이트진로㈜ 천안지점, 천안지역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1. 나눔명문기업 드림낚시, 충남·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후원식품 등 나눔
  2.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평생학습 작품 전시회 운영
  3. [공주다문화] 한국전력공사 공주청양지사, 추석 명절 맞아 공주시가족센터에 온정의 식료품 키트 후원
  4. [공주다문화] 요리로 하나 되는 다문화 가정,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밑반찬 만들기 교실‘ 열려
  5. [논산다문화] 캄보디아의 전통, '바이 번 던지기'로 이어지다

헤드라인 뉴스


[기로에 선 행정수도] 한몸이었던 행정수도·혁신도시, 국가적 과업 완성할 때

[기로에 선 행정수도] 한몸이었던 행정수도·혁신도시, 국가적 과업 완성할 때

수도권에 집중된 정치와 행정의 중추 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 추진된 세종 행정수도 건설. 그러나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라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멈춰 섰고, 20여 년이 지나서야 다시금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11일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의 축조심사가 예정되면서다. 시간은 많지 않다. 향후 예상되는 정치적 여건과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기관 이전 정책 등 상황에 비춰볼 때, 특별법 제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골든타임'을 맞이한 상황이다. 특히 헌법이 정한 정기국회 시한이 불..

<속보>계룡산성 출토 명문기와, 대전 상대동유적 제작 가능성
<속보>계룡산성 출토 명문기와, 대전 상대동유적 제작 가능성

계룡산성에서 발견되는 기와가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대전 유성구 상대동 유적에서 제조돼 공급되었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김기민 부경문물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립공원공단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와 국립공주박물관이 함께 지난 4일 개최한 '계룡산 학술발표회'에서 계룡산성에서 출토된 기와와 수막새 등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계룡산성에서는 현재까지 글자가 적힌 103점의 명문기와가 수집되었고, 토기 외면에 포목이나 직물 등을 대고 두드려 문양을 낸 타날문양 기와가 대다수인데 타날문양의 종류는 46개 형식에 이른다. 수집된 기와 대부분 파..

[수능 D-10] 국어·수학 변별력 유지 전망, 막판 시간 관리 중요
[수능 D-10] 국어·수학 변별력 유지 전망, 막판 시간 관리 중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어와 수학이 올해도 변별력 있게 출제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험생들은 남은 기간 취약 영역을 점검하고 실전 시간 관리와 컨디션 조절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2027학년도 수능 D-10 전략'에 따르면 올해 수능은 국어와 수학 모두 변별력 있는 출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어는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2023학년도를 제외한 4년간 어렵게 출제됐다. 수학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5년 연속 변별력 있는 출제 흐름을 이어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국제 와인엑스포 ‘북적’ 대전 국제 와인엑스포 ‘북적’

  •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 울긋불긋 물든 도심 울긋불긋 물든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