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가을 정국의 관조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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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가을 정국의 관조와 단상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6-10-13 10:19
  • 신문게재 2026-10-14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유재일 대표님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간혹 일상에 쫓기거나 마음이 분주하다 보면 계절의 변화도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추석이 한참 지났건만 깊어가는 가을을 잊은 지 오래된 것 같다. 누군가는 "오동나무 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았다"고 했다. 그만한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높고 푸른 하늘에 새털구름이 떠 있고, 산책길에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흔들리는 풍경을 마주하면 계절이 만추에 접어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가을은 결실과 전환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이성의 계절인 동시에, 센티멘탈(sentimental)과 멜랑꼴리(melancholy)에 젖어 들게 하는 감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한 번쯤 우리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히 좋든 싫든 간에 힘들고 어려운 우리의 삶에 직결된 세상사를 관조하고 성찰해 보는 일은 햇볕을 쬐면 비타민 D가 합성되듯이,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눈길을 세계로 돌려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0월 25일과 11월 3일에 각각 예정된 브라질 대통령 결선투표와 미국 중간선거의 향방이다. 두 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중남미 진보정치의 총아인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과연 쿠데타 잔당을 이겨낼 수 있는가와 국내외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남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 의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가의 여부 때문일 것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룰라 대통령은 낙선할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제2당으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선거결과를 최종적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이러한 전망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두 나라 모두 극심한 고물가를 겪고 있는 데다, 두 정부수반의 통치 행태가 국민들에게 지나친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룰라는 81세 고령임에도 연부역강한 후계자를 육성하는 데 소홀한 것으로 알려진다. 80세인 트럼프 역시 정치적 무절제의 대부라고 불릴 만한 퇴행적인 통치를 해 왔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외신의 예상은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예상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당사자에게는 뼈아픈 패배이겠지만, 민주주의가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정치지도자의 무절제는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다반사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대체로 정치적 무절제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양상으로 요약된다. 첫째, 인치, 즉 법의 선택적 적용과 정실주의 둘째, 과도한 행정권의 행사, 즉 의회 경시와 사법부에 대한 압박 셋째, 공론장의 위축, 즉 언론인에 대한 공격과 지식인의 진영화, 넷째, 정치적 보복, 즉 반대세력의 악마화와 연좌제 적용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무절제는 G20 회원국 중 '불완전 민주주의 국가'(2025)에 포함되는 한국에서의 정치지도자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정치지도자는 국가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 다수의 추종자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수장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대통령과 정부의 주요 인사, 정당과 국회의 주요 인사,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사회운동이나 사이버 네트워크의 주요 인사, 그리고 주요 지방정부의 수장까지 포함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수반인 대통령, 주요 정당의 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여론조사상 선호도 5% 이상의 대권주자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정치지도자는 대략 10명 안팎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 정치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편안함을 증대시키는 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적대적인 정치문화와 배제적인 정치제도에 근원이 있겠지만, 일부 정치지도자들의 무절제한 행태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특히 최고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의 '행위양식'(doing mode)은 다른 정치행위자들의 인식과 행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통령의 정치적 절제는 솔선수범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차제에 취임한 지 100일이 조금 지난 충청권 시·도지사들도 혹시 무절제가 있었는지, 예를 들어 권한 남용, 정실 인사, 꼰대적 소통, 마초적 행태 등으로 비쳤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절제하고 성찰하는 시·도지사는 비록 작은 지방정부의 수장이지만, 언젠가는 국가적 정치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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