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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
"실패는 막다른 길이 아닌 우회로다." 연설가 지그 지글러 KAIST 실패연구소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실패 관련 명언들이다.
10월 13일은 세계 실패의 날이다. 이날은 핀란드 알토대 학생들이 2010년에 만든 날로 "도전의 본질에는 실패가 있다. 실패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KAIST는 2021년 학내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을 기르도록 실패연구소를 세워 망한 과제 자랑대회, 실패 에세이 공모전, 세미나 등을 활발히 실시해오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계속된 실패를 극복하고 개발에 성공해 편리함을 주는 물건들이 많다. 먼지봉투 없이도 처음부터 끝까지 강력한 흡입력을 유지하는 다이슨의 진공청소기는 5년 동안 5127번의 실패 끝에 탄생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백금, 코르크, 심지어 연구실 조수의 턱수염까지 6000종 이상의 재료를 시험한 끝에, 오래 타는 필라멘트 소재를 찾아 백열전구를 실용화했다. 두 사례는 실패가 쌓이는 과정에서 성공의 실마리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K푸드에서도 실패를 딛고 일어난 사례가 있다. 영하 50도 급속 냉동 기술과 전자레인지 조리용기 특허를 기반으로 냉동김밥 시장을 개척한 조은우 복을만드는사람들 대표는 "얼린 김밥을 누가 먹냐!"는 조소를 극복하고 냉동김밥을 미국 등 세계 20여 개국으로 수출 중이다. 그는 고깃집, 죽집 등 7번의 창업과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초·서·포(초조해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 원칙으로 냉동김밥을 세계적 음식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성공은 실패가 용인되는 토대 위에서 자라난다. 야구에서 강타자로 불리는 '3할 타자'를 뒤집어 보면 10타수 가운데 7번은 안타를 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삼진이나 땅볼로 물러나더라도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치면 영웅이 된다.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른 K방산도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결과다. 튀르키예, 폴란드, 호주 등에서 성능 검증을 끝내고 마침내 미국 시장마저 뚫은 K9 자주포가 대표적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100여 개 기업이 참여한 개발 과정은 실패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았다. 장전장치 고장, 차체 균열에 이어 연속사격 시험 중 발생한 화재로 개발자 1명이 목숨을 잃는 아픔도 겪었다. 그 희생과 시행착오 위에서 K9은 약 10년 만에 실전에 배치됐고,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80여 발을 대응 사격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2000년대 초 다연장로켓 천무 개발 당시 선행 투자와 개발을 요청받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실패해도 좋다. 자주국방을 위한 기술은 남는다"며 경영진을 설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천무는 폴란드, 에스토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수출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적 현실은 실패를 성공의 자양분으로 삼기에는 너무 팍팍하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지난 3월 국내 4대 과학기술원 창업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87.8%가 이공계 인재의 창업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나, 졸업 후 창업 의향은 10.9%에 그쳤다. 창업을 망설이는 이유로는 '실패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리스크 부담'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런 와중에 지난 16년간 토스 등 유니콘 기업을 포함해 약 1만 명의 창업자를 배출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의 폐지가 추진되다가 강한 반발에 밀려 유지 쪽으로 돌아섰다. 서울시의회는 청년 50만 명에게 AI 서비스 구독료 등을 지원하는 '청년 AI 사다리' 사업 예산 56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어두운 길을 지나가는 청년의 촛불을 빼앗는 격이다.
마릴린 먼로의 말로 전해지듯, 한 번 실패가 향후 모든 일의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재도전 지원 등의 제도로 젊은이들이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자산 삼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실패할 기회를 허락하라!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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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