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실패할 기회를 허(許)하라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실패할 기회를 허(許)하라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 승인 2026-10-12 13:06
  • 신문게재 2026-10-13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26083101002050400091001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삶에서 실패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이 아예 사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조심해서 살아가지 않는 한. 만약 그런 삶이라면 시작부터 실패한 삶이다." - 작가 J. K. 롤링

"실패는 막다른 길이 아닌 우회로다." 연설가 지그 지글러 KAIST 실패연구소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실패 관련 명언들이다.

10월 13일은 세계 실패의 날이다. 이날은 핀란드 알토대 학생들이 2010년에 만든 날로 "도전의 본질에는 실패가 있다. 실패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KAIST는 2021년 학내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을 기르도록 실패연구소를 세워 망한 과제 자랑대회, 실패 에세이 공모전, 세미나 등을 활발히 실시해오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계속된 실패를 극복하고 개발에 성공해 편리함을 주는 물건들이 많다. 먼지봉투 없이도 처음부터 끝까지 강력한 흡입력을 유지하는 다이슨의 진공청소기는 5년 동안 5127번의 실패 끝에 탄생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백금, 코르크, 심지어 연구실 조수의 턱수염까지 6000종 이상의 재료를 시험한 끝에, 오래 타는 필라멘트 소재를 찾아 백열전구를 실용화했다. 두 사례는 실패가 쌓이는 과정에서 성공의 실마리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K푸드에서도 실패를 딛고 일어난 사례가 있다. 영하 50도 급속 냉동 기술과 전자레인지 조리용기 특허를 기반으로 냉동김밥 시장을 개척한 조은우 복을만드는사람들 대표는 "얼린 김밥을 누가 먹냐!"는 조소를 극복하고 냉동김밥을 미국 등 세계 20여 개국으로 수출 중이다. 그는 고깃집, 죽집 등 7번의 창업과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초·서·포(초조해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 원칙으로 냉동김밥을 세계적 음식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성공은 실패가 용인되는 토대 위에서 자라난다. 야구에서 강타자로 불리는 '3할 타자'를 뒤집어 보면 10타수 가운데 7번은 안타를 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삼진이나 땅볼로 물러나더라도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치면 영웅이 된다.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른 K방산도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결과다. 튀르키예, 폴란드, 호주 등에서 성능 검증을 끝내고 마침내 미국 시장마저 뚫은 K9 자주포가 대표적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100여 개 기업이 참여한 개발 과정은 실패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았다. 장전장치 고장, 차체 균열에 이어 연속사격 시험 중 발생한 화재로 개발자 1명이 목숨을 잃는 아픔도 겪었다. 그 희생과 시행착오 위에서 K9은 약 10년 만에 실전에 배치됐고,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80여 발을 대응 사격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2000년대 초 다연장로켓 천무 개발 당시 선행 투자와 개발을 요청받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실패해도 좋다. 자주국방을 위한 기술은 남는다"며 경영진을 설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천무는 폴란드, 에스토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수출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적 현실은 실패를 성공의 자양분으로 삼기에는 너무 팍팍하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지난 3월 국내 4대 과학기술원 창업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87.8%가 이공계 인재의 창업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나, 졸업 후 창업 의향은 10.9%에 그쳤다. 창업을 망설이는 이유로는 '실패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리스크 부담'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런 와중에 지난 16년간 토스 등 유니콘 기업을 포함해 약 1만 명의 창업자를 배출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의 폐지가 추진되다가 강한 반발에 밀려 유지 쪽으로 돌아섰다. 서울시의회는 청년 50만 명에게 AI 서비스 구독료 등을 지원하는 '청년 AI 사다리' 사업 예산 56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어두운 길을 지나가는 청년의 촛불을 빼앗는 격이다.

마릴린 먼로의 말로 전해지듯, 한 번 실패가 향후 모든 일의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재도전 지원 등의 제도로 젊은이들이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자산 삼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실패할 기회를 허락하라!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화 허인서, 생애 첫 풀타임에 20홈런… 신인왕 정조준
  2. 김경문 감독, 한화와 작별… “최강한화 함성 영원히 못 잊어”
  3. 충남대 상용직 노사갈등 160여일 만에 마침표…학내 신뢰 회복 과제
  4. 대전 갑천 엑스포다리 불꽃쇼 취소… 인파 밀집·안전사고 우려
  5. 세종시 선수단 716명 라인업, 제주 전국체전서 매운맛 예고
  1. 대전 미분양 아파트 늘었는데…내년 주택시장 괜찮을까
  2. 사람 몰리는 오월드, 적자는 눈덩이… 도시공사 새 사장, 해법 나올까
  3. 세종문화원, 한국전래놀이협회 고갑준 대표 특강 개최
  4. 단양수중보 녹조, 수공·환경청은 알고 단양군·충북도는 몰랐다
  5. 제3회 서포 김만중 문학기행 성료…한글 문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 슈퍼위크…정부지원 촉구 시도지사 연대강화

허태정 슈퍼위크…정부지원 촉구 시도지사 연대강화

취임 100일을 전후로 민생 경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허태정 대전시장이 이번 주 슈퍼위크를 맞는다. 지역에서 잇따라 열리는 국무총리실 행사에서 정부 차원의 대전시 지원 방안을 촉구하고 전국 시도지사들과 만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의제를 논의한다. 민선 9기 대표 축제로 육성키로 한 '2026 빵축제' 개막식에서 이에 대한 외연 확대나 지역 관광 활성화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허 시장은 15일 오후 2시 옛 충남도청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대전환, 2차 국민토론회-충청' 행사에 참석한다. 이번 행사는 총리실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

대전 사회복무요원 3년 연속 감소… 소집 대기만 2년 6개월 최장
대전 사회복무요원 3년 연속 감소… 소집 대기만 2년 6개월 최장

지방정부가 사회복무요원 인건비를 부담하면서 재정 부담을 이유로 요원을 제때 받지 않아 소집 대기 기간이 최장 2년 6개월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이 병무청의 사회복무요원 현황을 분석해 12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배정 인원은 2021년 3만 5475명에서 2022년 3만 212명, 2023년 2만 9581명, 2024년 2만 8521명, 20205년 2만 5522명, 2026년 2만 2235명으로 37.3% 감소했다. 배정 인원 감소는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AI·빅데이터 인재 양성 지원금과 훈련 실적까지 수도권 집중
AI·빅데이터 인재 양성 지원금과 훈련 실적까지 수도권 집중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한 사업 지원금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 기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 역시 수도권이 압도적이었다. 국회 기후환경에너지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고용노동부의 2025년 K-디지털 트레이닝(KDT) 사업을 분석 후 12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KDT 지원금 4759억 8400만원 중 수도권 소재 기관에 지급한 금액은 4467억 4800만원(93.9%)으로 집계됐다. KDT는 민간 훈련기관과 기업, 대학 등이 참여해 디지털·첨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주말 축제 ‘북적북적’ 대전 주말 축제 ‘북적북적’

  • 모래판 위에서 펼쳐진 한판 승부 모래판 위에서 펼쳐진 한판 승부

  • 수확 앞둔 황금 들녘 수확 앞둔 황금 들녘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