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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찬 명예기자 |
이 노랫말을 깨우쳐준 사건이 하나 있다. 50대 후반 국문학과 교수로 현직에 있을 때였다. 봄학기가 개강하고 한 달이 지났을까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생겨버렸다. 수술은 피하되 정확한 관찰과 투약을 위해 1주일 입원을 해야 한다는 주치의의 소견이 내려졌다. 수업결손은 어떻게 하나, 누구에게 맡길 수도 없는데…. 당혹스러워하는 환자에게 의사는 외출 강의를 허락하였다. 입원 첫날, 옷소매 안쪽 팔뚝에 굵은 바늘을 꽂은 채로 학생들 앞에 나섰다. 그때 울컥하면서 '풍요'가 떠올랐다. 서러웠다. 슬픔도 아니고 시름도 아니고 우울은 더욱 아니고, 설움과는 같은가 다른가, 묘한 자질 뭔지도 모를 결을 느끼게 된 것이다.
매주 금요일은 대한노인회 유성구지회(지회장 신기영)의 노인대학이 문을 여는 날이다. 1교시 교양강의와 2교시 노래교실로 이어지는 2시간 남짓의 수업인데, 이번 학기 등록은 150여 명이 조금 넘는다. 그 중 100여 명쯤이 출석하여 면학의 의지를 이어나간다. 강의가 있는 날이면 지회 전체가 들썩인다. 좌석배열에 온 직원들이 동원되고 지회 버스는 순환 운행을 하고 출석 체크와 방송시설, 냉온방 점검으로 쉴 틈이 없다. 그 와중에 일찍 온 학생들은 안부를 나누느라 부산스럽다. 허리가 아프고 보행이 불편한 것 같은데도 표정만큼은 꽃처럼 곱다. 80대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노인대학의 강의실 풍경이다.
1교시 교양, 상식, 건강, 정보, 문화 등등을 보고 듣고 마치면 2교시 노래교실로 이어진다. 노래 강사의 맞춤형 지도에 호응하여 노래와 웃음이 뒤섞일 때쯤이면 강의실 분위기는 아이돌 스타들의 대규모 스타디움 공연을 넘어선다. 더구나, 서러움을 유쾌함으로 물리치는 이 시간만큼의 열기는 이상하게 감동이 되어 내게 전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가수 배금성의 노래 '연정'을 합창하면 저 아래로부터 '풍요'의 "오다 오다 오다"가 함께 들리는 것이다. 감동은 또 이런 것이다. 서라벌 아낙들이 이 땅에 내려와서 이 강의실을 이렇게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노인대학의 강의실이 그들의 코뮤니티를 자연스럽게 형성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만나 얼굴을 보고 두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고, 사탕을 나누고 커피음료를 타주고 고추, 상추, 대파, 시금치를 챙겨와 주고받는 일상화 된 풍경을 목격하게 되는 순간 나는 무한한 감동을 받는다. 받으면서 동시에 '풍요'의 '공덕'을 거기서 발견하게 되니, 나로서는 또 하나의 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서러움이든 공덕이든 결국은 나이가 풀이를 해주는 것 같다. "오다 오다 오다 / 오다 서럽더라 / 서럽다 우리네여 / 공덕 닦으러 오다" '풍요'의 서러움을 안 지 10년만에 이번에는 공덕의 뜻까지 알게 되었다. 노인대학 강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민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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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