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기후변화의 가해자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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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기후변화의 가해자와 피해자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6-10-06 11:00
  • 수정 2026-10-06 11:24
  • 신문게재 2026-10-07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지구의 기후는 인류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변해 왔다. 어떤 변화는 생명의 번성을 도왔고, 어떤 변화는 대멸종의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과거에도 기후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오늘의 변화를 가볍게 여길 근거는 아니다.

최근 부산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가 뜻밖의 인기를 얻었다. 상어를 보러 수십만 명이 친수공원을 찾았고,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걱정과 응원을 보냈다. 부캉이 사건을 곧바로 기후변화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수온과 해류의 변화가 어종의 분포와 먹이 관계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만하다.

한편, 자연의 변화가 언제나 신기한 풍경인 것은 아니다.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는 파견 근무 중이던 한국인들의 실종 소식과 함께 전해졌다. 재난의 원인은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모든 홍수와 산사태를 기후변화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온난화가 빙하와 고산 환경을 변화시키고, 강수 양상의 변화가 기존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기 어렵다. 빙하와 강, 산비탈이 연결된 곳에서는 상류의 변화가 하류의 삶을 덮친다.

기후가 삶의 조건을 바꾸어 놓은 사례는 역사에도 있다. 대체로 13세기부터 19세기 사이에 걸친 온실가스 감소에 의한 소빙기에는 지역과 시기에 따라 추위와 기상 불안정이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혹독한 겨울과 흉작이 사람들을 괴롭혔고, 아시아에서도 가뭄과 냉해, 홍수와 기근이 사회를 흔들었다. 소빙기는 지구 전체가 같은 정도로 추워진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 자연적 요인이 얽힌 장기간의 기후 변동이었다. 조선의 1670년과 1671년 경신대기근도 그 시기의 참혹한 재난이었다. 냉해와 가뭄, 홍수 등 기상재해에 흉작과 전염병이 겹치면서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과 죽음으로 내몰렸다. 기후의 변화가 농업 생산을 흔들자 먹고 사는 기반이 무너졌고, 그 충격은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자연이 수확량을 줄였어도, 누가 얼마나 굶주릴지는 사회의 질서와 구제 능력이 좌우했다. 재난은 자연에서 시작되지만 그 피해의 결과는 자연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과거의 기후변동과 오늘의 온난화는 원인은 다르지만, 취약한 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오늘의 폭염과 홍수도 다르지 않다. 폭염 속에서도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와 냉방이 되는 사무실에 머무는 사람의 위험은 같지 않다. 기후는 함께 겪지만 재난의 정도는 다르다. 더 큰 불공평은 원인을 제공한 책임과 피해를 입는 정도 사이에 있다. 오랫동안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산업과 부를 키워 온 사회와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사회의 책임은 같을 수 없다. 한 사회 안에서도 에너지 소비와 배출량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적게 기여한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고, 복구할 자원마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기후변화는 국경을 존중하지 않지만, 대응 능력은 국경과 소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온실가스는 어디에서 배출되든 대기에 축적된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적응만으로 버틸 수는 없으며, 배출을 줄인다고 이미 커진 위험이 당장 사라지지도 않는다. 국가들은 관측과 경보 정보를 공유하고 취약한 지역의 기반시설과 안전망을 함께 보강해야 한다. 문제는 협력을 말하면서도 그 규칙을 자신의 이익에 맞추려는 힘 있는 국가와 기업의 태도다. 기후 대응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 낸다. 기술과 자본을 가진 국가와 기업에는 기회지만, 그렇지 못한 곳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될 수 있다.

강자가 친환경 산업의 이익은 선점하면서 재난과 전환의 비용은 약자에게 남겨 둔다면, 그것은 공동 대응이 아니라 위험의 전가가 될 수 있다. 역사적 책임을 외면한 채 모두에게 같은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협력이란 각자 같은 몫을 부담하는 일이 아니라, 책임과 능력에 맞게 부담하고 취약한 이들의 생존을 함께 지키는 일이어야 한다.

부산의 상어는 우리에게 달라지는 바다를 생각하게 했다. 히말라야 재난은 자연 앞에서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일깨운다.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의 대가를 약자에게만 청구해서는 안 된다. 기후 대응의 진정성은 강자가 무엇을 얻는지가 아니라, 피해를 피할 힘이 없는 사람을 얼마나 지켜 내는 지에서 드러날 것이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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