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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광주, 경기도자 비엔날레에서 조선 전기 관요와 지방백자 조명 (사진=한국도자재단 제공) |
단순히 도자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객이 체험하는 축제에서 벗어나 경기도가 보유한 도자문화의 역사적 자산을 연구하고 국내외에 알리는 것이 비엔날레의 또 다른 역할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조선 시대 왕실 백자의 생산 중심지였던 광주의 관요는 경기도 도자 문화의 역사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핵심 자원이다.
광주 관요가 어떤 배경에서 설치됐으며 전국 지방 가마와 어떤 관계를 형성했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은 경기도 도자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연구 과제로 꼽힌다.
한국도자재단과 광주시는 2일 경기도자 미술관에서 '2026 경기도자 비엔날레 연계 학술세미나'를 열고 '조선 전기 관요와 지방백자'를 주제로 관련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세미나는 광주 관요를 중심으로 조선 전기 도자 생산체계가 어떻게 형성됐고, 관요 설치 이후 각 지역의 지방요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지역별 발굴자료와 연구성과를 통해 살펴봤다.
■ 왕실 백자 생산의 중심이 된 광주
조선 왕실은 안정적으로 사용할 백자를 확보하기 위해 관요를 운영했다. 광주는 양질의 백토를 확보할 수 있고 가마 운영에 필요한 땔감 등 생산조건을 갖춘 지역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관요는 하나의 장소에 고정된 시설이 아니었다. 생산 여건에 따라 위치를 옮겨가며 운영됐고, 이 과정에서 광주 남종면과 중부면, 퇴촌면 일대에는 조선시대 가마터와 관련 유적이 남게 됐다.
'광주 조선백자 요지'는 조선 왕실의 백자 생산과 관리체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5년 사적 제314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광주 관요의 역사를 왕실용 백자를 생산한 중앙 생산시설이라는 의미만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관요가 등장하면서 지방의 가마와 제작기술, 생산품에도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 관요가 지방 백자에 미친 영향은
이번 학술세미나에서 주목한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관요가 조선 전기 백자 생산의 중심축으로 기능했지만 지방요가 모두 관요의 생산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충청·전북·전남·경상 등 각 지역은 원료와 가마 운영환경, 지역 수요에 따라 고유한 생산체계를 유지했다.
동시에 자기의 형태와 제작기술 등을 비교하면 관요와 지방요 사이에 일정한 기술적 연관성과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조선 전기의 도자 생산은 광주 관요를 중심으로 전국 생산체계가 일방적으로 통합된 구조라기보다 중앙의 관요와 각 지역 지방요가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생산활동을 이어가면서 기술과 제작양식이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15세기 광주 분청사기의 제작과 특징을 비롯해 관요 설치 전후 충청지역 자기 기형의 변화, 전북지역 요업의 특징, 전남지역 백자요장과 관요의 관계, 경상지역 백자의 전개 양상 등이 다뤄졌다.
기조강연에서는 강인욱 경희대 교수가 도자고고학의 흐름과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했으며, 종합토론에서는 국가유산청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관련 연구자들이 관요와 지방백자의 관계와 추가 연구과제를 논의했다.
■ 발굴조사에서 문화 콘텐츠로
이번 행사는 광주 조선백자 요지 14차 발굴조사와 연계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발굴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광주 지역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국의 지방요 자료와 비교하면 조선 전기 국가의 도자 생산·관리체계와 지역별 요업의 특징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기도자 비엔날레가 추구하는 문화행사의 방향과도 연결된다. 도자 비엔날레는 도자예술을 매개로 국내외 작가와 연구자 간 교류를 확대하고 전시와 학술, 교육·체험 등을 통해 도자문화의 가치를 확산하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이천·여주·광주 등 경기도가 보유한 도자문화 기반은 단순한 관광자원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생산기술이 축적된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비엔날레의 중요한 자산이다.
광주 관요에 대한 발굴과 연구를 비엔날레와 연결하는 것은 이 같은 역사적 자산을 현대의 문화콘텐츠로 확장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행사에는 도예인과 연구자, 관련 전문가, 대학생,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류인권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관요 유적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보존·활용해 국가문화유산이 경기도민의 문화적 자긍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광주시와 지속적으로 협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도자재단과 광주시는 앞으로도 광주 조선백자 요지에 대한 발굴조사와 연구를 이어가고 조사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경기도자 비엔날레가 앞으로도 현대 도자예술뿐 아니라 조선 왕실의 관요부터 지역 지방요까지 이어지는 경기도 도자문화의 역사적 맥락을 함께 보여준다면, 축제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지역 문화유산의 활용 가치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천·광주·여주에서 서로 다른 도자문화
비엔날레의 특징은 이천·광주·여주가 동일한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별 특성을 살려 콘텐츠를 구성했다는 점이다.
이천에서는 동시대 도자예술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과 국제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자미술관을 중심으로 본전시와 국제공모전, 국제도자워크숍 등이 진행된다. 작가의 실제 작업 과정을 관람객에게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와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광주는 전통 도자문화와 도예 명장에 초점을 맞춘다. 경기도자박물관에서는 '우리 시대 도예 명장' 등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키즈 비엔날레'도 운영된다. 흙을 직접 만지고 도자와 공예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이 전통 도자문화를 직접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여주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생활도자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경기생활도자미술관 등에서는 '낯선 전통', 비엔날레 소장품전 등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 도자의 가치를 오늘날 생활문화와 연결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처럼 세 지역은 각각 현대 도자예술과 전통 도예, 생활도자라는 서로 다른 색깔을 갖고 있지만, 모두 '흙'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통해 연결된다.
■ 전시를 넘어 학술·체험으로
비엔날레 기간에는 전시 외에도 국제도자워크숍, 교육·체험, 아트 프리마켓, 지역 도예인 체험과 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국제도자워크숍은 국내외 작가와 관람객이 직접 흙과 재료를 만지고 작품을 만들어보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올해 경기도자 비엔날레는 '도자 작품을 관람하는 축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는 모습이다. 조선시대 왕실 백자를 생산했던 광주의 관요에서부터 오늘날 세계 작가들의 실험적인 도자예술까지, 경기도가 축적해온 도자문화의 시간적 폭을 한 축제 안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자재단과 광주시는 광주 조선백자 요지에 대한 발굴과 연구를 계속하면서 조사 성과를 시민에게 알리는 사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45일간 (9월 18일~11월 1일) 이천·광주·여주에서 펼쳐지는 이번 비엔날레가 전통의 보존에만 머물지 않고 역사적 유산을 현대 예술과 생활문화, 관광과 교육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광주=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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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