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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열 수필가. |
돌이켜보니 몸의 이상 신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날 회사 다닐 때였다. 직장인 누구나 그러듯이 제법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다. 속으로 삼켰다. 아침 출근하는데 목이 뻣뻣해 몸을 돌려 간신히 운전할 수 있었다. 안마도 받고 교정도 해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몇 개월이 지속되니 삶의 의미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약간의 우울증까지 찾아와 깊은 밤에 잠든 가족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어느 날 오고 가는 길에 어떤 간판이 인연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 길로 기공체조에 입문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수련장으로 향했다. 퇴근 후에도 약속이 없으면 그곳으로 갔다. 서서히 굳은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의 날갯짓이 끝난 후 도반들과 덕담을 나누는 시간은 정겨웠다. 열정으로 뜻이 맞는 예닐곱 명과 검도 수련까지 이어가며 40대의 황금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인연은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간다. 10여 년을 넘기니 벗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각자의 길을 찾아갔다. 이미 몸에 수련의 지문이 심어져 혼자서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몸을 쓰지 않고 지식에 불과한 이론을 머릿속에 채워 넣었다. 내단(內丹) 수련의 비조로 알려진 '주역참동계(위백량 저)'는 이해가 참 어려웠다. 그것을 쉽게 풀어낸 '참동계 강의(남회근 저)'를 읽고는 다가갈 수 없는 경지임을 깨달았다. 이후 걷고 주말 등산으로 건강을 유지했다. 정년퇴직할 때까지 먹는 약은 없었다.
그런 몸이 좀먹듯 세월에 삭아 자칫 '건강염려증'이란 올가미에 걸릴 신세가 되었다. 원인이야 많겠지만 나이 듦에 몸과 마음의 회복 탄력성도 부족해졌고 매일 하는 운동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다. 고민 중에 궁하면 통한다고 인연이 찾아왔다. 장자 공부 모임을 하는 벗이 "화타오금지희와 태극권을 수련한다"고 흘리듯 했던 말이 익숙한 듯 낯선 문을 열었다. 옛날 배웠던 기공체조와 비슷한데 양생술에 기반한 도인(導引) 체조였다.
오금희는 다섯 가지 동물의 움직임을 본떠 호흡과 함께 몸을 펼치고 구부리고 비트는 동작으로 몸의 자연치유력을 되찾는 수련법이다. 나이 듦에 동작을 따라가려고 하니 군살에다 근육과 힘줄이 굳어 관절의 회전반경이 좁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우스꽝스럽다. 그래도 차츰 몸이 풀어지고 균형감을 찾으면서 재미를 느낀다. 일주일에 두 번,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라 내심 기다려진다. 태극권을 배울 때 선생이 "몸을 오르락내리락하지 말고 수평으로 하세요"라는 말은 오래된 기억을 소환했다. 지난 시절 가르치던 사범도 자주 그런 말을 했었다. 유연하지 못한 몸으로 정확한 동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 없는 배움의 날갯짓을 해야 할 것이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활력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몸의 중심을 잡고 보법과 수법을 단련하는 자세에는 거짓이 끼어들지 못한다. 익힌 만큼 정확하게 보여줄 뿐이다. 몇 달이지만 빠지지 않고 따라 하다 보니 잃어버린 수련의 지문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건강을 잃으면 몸의 노예가 된다. 자유는 스스로 걷고 먹고 움직일 때 가능하다. 젊은 시절 힘든 상황에 기공체조를 배워 한창 바쁘고 힘든 시기를 잘 버텼듯이, 심신이 허물어진 나이에 다시 몸의 길을 내는 배움에 도전한다. 바람 잘 날 없는 세상에서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아 노화의 길을 또박또박 걸어가고 싶다. 비록 그때의 열정은 없을지라도 '묵묵히 변함없이', 동작 하나하나에 진중함이 묻어 나올 때까지 가고 또 갈 뿐이다. 무엇보다 함께 날갯짓할 수 있는 젊은 벗들이 있으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 /김태열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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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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