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하는 사람들] 따뜻한 국수 한 그릇처럼…10년을 지켜온 정성과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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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하는 사람들] 따뜻한 국수 한 그릇처럼…10년을 지켜온 정성과 위로

②대전 서구 관저동 국숫집 '예산국수' 서경민·이정현 부부
배운 그대로 한결같은 맛 고집…생면·재료 하나에도 정성
“정성을 이기는 건 없어”…변함없는 한 그릇으로 지킨 10년

  • 승인 2026-09-30 10:04
  • 신문게재 2026-10-01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대전 관저동에서 10년 동안 '예산국수'를 운영해 온 서경민·이정현 부부는 유행에 타협하지 않고 처음 배운 조리법과 원칙을 고수하며 변함없는 맛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좋은 식재료 사용과 청결, 손님을 향한 진심 어린 정성을 장사의 비결로 꼽는 이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기본을 소홀히 하지 않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부부의 고집과 정성이 담긴 국수 한 그릇은 지역 주민과 단골들에게 단순한 음식을 넘어 따뜻한 위로와 정을 나누는 소중한 매개체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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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곳곳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게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이어가는 사람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사람까지, 장사를 시작한 이유와 가게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제각각이다. 손님과 마주하며 쌓은 특별한 이야기와 가게만의 개성, 장사를 하며 얻은 보람과 소소한 즐거움까지. 중도일보는 지역 곳곳에서 만난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동네 가게에 담긴 특별한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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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관저동에 위치한 '예산국수'. (사진= 김지윤 기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뜨끈한 국수 한 그릇이 생각난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다. 잘 삶은 면에 따뜻한 국물, 소박한 고명 몇 가지면 충분하다. 그렇게 후루룩 비워낸 한 그릇은 허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때로는 지친 하루를 달래는 작은 위로가 된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예산국수'도 그런 곳이다. 서경민(59) 씨와 남편 이정현(60) 씨가 함께 꾸려가는 이곳에는 오랜 시간 변하지 않은 국수 맛과 부부가 지켜온 한결같은 정성이 담겨 있다.

부부가 처음부터 음식 장사를 했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던 시기 여러 선택지를 고민하다 국수를 택했다. 무엇보다 남편 이 씨가 유난히 면을 좋아했다. 가게에서 면을 먹지 못한 날이면 집에 돌아가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 정도였다.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가게부터 열지는 않았다. 국숫집을 하던 지인을 꼬박 3개월 동안 찾아가 만드는 법을 배우고 익혔다. 그렇게 배운 조리법은 2016년 3월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예산국수를 지탱하는 기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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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국수 잔치국수.
처음 배운 것을 그대로 지키는 일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장사를 하다 보면 손님의 입맛과 유행은 달라지고, 새로운 메뉴를 내거나 조리법을 바꿔보고 싶은 순간도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부부는 처음 자신들이 배웠던 맛으로 돌아갔다. 눈앞의 변화보다 한 번 맛을 기억한 손님이 다시 찾았을 때 같은 한 그릇을 내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서경민 씨는 "처음에는 요식업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배운 그대로만 했다. 중간에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남편은 고집스럽게 처음 배운 방식을 지켰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 변함없는 맛이 오랫동안 장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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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국수 사장 서경민씨가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국수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김지윤 기자)
물론 10년 동안 장사가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손님이 줄어들 때면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조금 더 쉬운 방법을 고민했고 메뉴를 두고 부부가 부딪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이 씨는 좀처럼 처음 배운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당시에는 답답했던 남편의 고집을 서 씨도 이제는 인정한다.

부부가 함께 가게를 꾸려온 만큼 서로 다른 생각을 맞춰가는 것도 장사의 일부였다. 한쪽이 흔들릴 때 다른 한쪽이 중심을 잡았고, 때로는 의견이 부딪치면서도 결국 지켜야 할 맛과 원칙에는 뜻을 모았다. 그렇게 부부에게 예산국수는 생업의 공간인 동시에 지난 10년을 함께 견디고 쌓아온 삶의 한 부분이 됐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인 시간이 어느덧 10년이다. 어린아이와 함께 찾았던 가족이 아이가 자란 뒤 다시 방문하고,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손님이 돌아오기도 한다. 명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예산국수를 찾는 이들도 있다. 부부가 한자리에서 지켜온 시간이 고스란히 단골의 시간으로 이어진 셈이다.

국수 한 그릇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부부의 원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손님에게 내놓는 국수에는 생면을 사용한다. 특히 여름철 대표 메뉴인 서리태콩국수는 국내산 콩을 선별해 사용하고, 소금 하나도 간수가 충분히 빠진 것을 고른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재료 하나까지 허투루 고르지 않는 것이 이들 부부의 방식이다.

재료를 고르고 음식을 만들고 가게를 정돈하는 일은 하루가 지나면 다시 처음부터 반복된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부부는 그 반복이 결국 한 그릇의 맛을 만든다고 믿는다. 10년이라는 시간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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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국수 얼큰이 칼국수.
서경민 씨는 음식의 맛만큼 청결과 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장사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가게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일부터 손님 한 명 한 명을 맞는 일까지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에 최선을 다하려 했다.

그는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모든 면에서 열심히 하려고 했다. 하다못해 청소부터 손님을 대하는 것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다"며 "장사를 하다 보면 힘든 날도 있지만 손님을 맞아야 하니 내 안에 없는 모습까지 끌어내야 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부부의 국수를 오랫동안 찾아주는 손님들도 생겼다. 커피나 먹거리를 건네고, 아픈 곳은 없는지 서로 안부를 묻는 단골도 있다. 팔을 다쳐 보호대를 하고 일하던 서 씨를 진심으로 걱정해준 한 어르신의 말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서 씨는 "그냥 손님인데 내 팔을 보고 아파서 어떡하느냐며 걱정해줬다. 그 말이 정말 고마웠다"며 "오랫동안 장사하다 보니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정이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을 버텨낸 부부가 생각하는 장사의 비결에는 특별한 묘수가 없다. 충분히 준비하고, 제대로 배우고, 배운 것을 지키면서 매일 해야 할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씨는 음식점을 시작하려는 사람일수록 장사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정현 씨는 "시장조사도 충분히 하고 음식도 배울 것은 제대로 배운 뒤 시작해야 한다. 무작정 뛰어들기에는 장사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처음 배웠던 방식대로 꾸준히 해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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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국수 대표 메뉴인 서리태 콩국수.
그들이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내놓은 답도 결국 같은 곳을 향했다. '정성'이다.

서 씨는 "어려운 방식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 안에는 정성이 들어간다"며 "정성을 이기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정말 요리가 좋아서 시작했다면 힘들더라도 정성을 더 들여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뜨끈한 국수 한 그릇이 고단한 하루를 단번에 바꿔놓지는 못한다. 그래도 추운 날 언 몸을 녹이고, 힘든 날 잠시 앉아 숨을 돌리게 할 수는 있다. 그 한 그릇을 위해 부부는 지난 10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면을 삶고 재료를 다듬었다.

변하지 않는 맛을 고집한 남편과 그 고집의 가치를 함께 지켜온 아내. 특별한 비법보다 매일의 정성을 택한 두 사람은 오늘도 관저동 한편에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내어놓는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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