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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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개발 대신 지켜낸 선사유적…곳곳서 드러난 노후화
1991년 시 지정 국가유산…市 “2~3년 주기로 보수 노력”

  • 승인 2026-09-29 16:56
  • 수정 2026-09-29 23:09
  • 신문게재 2026-09-30 6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대전 둔산선사유적지는 구석기부터 청동기까지의 유적이 공존하는 역사적 가치가 큰 곳임에도 불구하고, 인조 소재와 방수포로 덮인 움집 등 부실한 관리와 정체성 없는 시설물로 인해 원형 보존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도심 개발로 인해 구석기 유적의 흔적을 찾기 어렵고 시대에 맞지 않는 조선식 기와가 설치되는 등 공간의 성격이 모호해져 유적지로서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전시는 시설 노후화를 인정하며 향후 지속적인 보수 공사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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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둔산선사유적지에 복원된 청동기시대 주택형식인 움집에 파란 방수막이 설치돼 있다./사진=최화진 기자
29일 대전 서구 월평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둔산선사유적지.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시민들은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여느 도심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유적지를 들여다보니 곳곳에서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청동기시대 집터를 재현한 움집 세 채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선사시대 움집 재현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움집 외벽은 짚이나 갈대로 덮여 있었지만, 지붕에는 인조 볏짚 형태의 합성소재가 덧씌워져 있었고 군데군데 파란색이나 영어가 적힌 방수포가 드러나 있었다. 야외에 설치된 복원 시설의 특성상 비와 햇빛으로부터 움집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선사시대의 주거 형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파란 천막과 플라스틱은 어색할 따름이었다.

특히 세 채 중 한 채는 한때 체험 공간으로 활용됐던 곳이지만 현재는 문이 닫힌 채 사용되지 않고 있는 데다 움집의 형태도 온전하지 않아 얼핏 보면 가축 우리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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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둔산선사유적지에 복원된 청동기시대 움집 중 체험활동 공간으로 활용되던 공간이 현재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사진=최화진 기자
구석기시대의 흔적은 더 찾기 어려웠다.

둔산선사유적지는 구석기시대 유적까지 확인된 곳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확인할만한 흔적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구석기 유적지 상당 부분은 도로와 무역회관 건물이 들어서면서 원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역회관 인근에서도 과거 이곳이 구석기 유적지였다는 사실을 알리는 표식은 찾기 어려웠다.

구석기·신석기·청동기시대가 한곳에서 확인된 복합 유적이라는 설명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청동기시대 집터 역시 마찬가지다.

둔산선사유적지 내부에는 청동기 집터였던 세 곳이 보존돼 있지만, 평지보다 조금 높게 올라온 지형 외에는 집터였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그저 작은 언덕이나 조경 시설로 지나치기 십상이다.

입구부터도 선사유적지라는 공간의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유적지를 둘러싼 담장과 입구에는 조선시대 한옥을 연상시키는 기와가 사용돼 있다. 선사시대 유적을 보여주는 공간인데 조선식 기와를 내세운 셈이다. 역사적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지만, 정작 유적지의 핵심인 선사시대의 특징을 보여주는 데는 거리가 있다.

둔산선사유적지는 구석기·신석기·청동기시대 유적이 한곳에서 확인된 복합 유적이다. 특히 도심 한가운데에서 여러 시대의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큰 곳이다.

특히나 이곳은 애초부터 지키기 쉬운 곳이 아니었다. 1991년 둔산신도시 개발사업 당시 이 일대에 시외버스터미널 건립이 추진됐지만, 공사 과정에서 선사시대 유물이 발굴되면서 지역사회에서 선사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터미널 건립 계획은 백지화됐고, 그 자리는 지금의 선사유적공원으로 보존됐다. 개발 대신 유적 보존을 택한 공간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장에서 확인되는 모습은 '보존'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둔산선사유적지를 관리하고 있는 대전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둔산선사유적지는 1991년도에 시 지정 국가유산으로 등록돼 노후화가 많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2~3년 주기로 보수 공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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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선사유적지 입구와 안내소, 담장 등이 조선식 기와로 조성돼 있다./사진=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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