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스크린쿼터에서 K-Everything 대한민국으로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스크린쿼터에서 K-Everything 대한민국으로

양성광 한양대 특임교수(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승인 2026-09-21 17:04
  • 신문게재 2026-09-22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26081001000611500028061
양성광 교수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노래를 듣고,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화장품을 바르는 세상이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시청 순위 시리즈 부문에서 한국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영화는 한국 콘텐츠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불과 20년 전, 한미 FTA 체결로 스크린쿼터가 반으로 축소될 때 한국 영화계는 영화산업이 무너진다고 강력히 반발했었는데. 외국 문화의 침투를 두려워하던 한국은 어떻게 세계가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K-Everything의 나라가 되었을까?

1980년대 후반, 한국 영화시장은 미국의 개방 압력에 따라 외국영화 수입 자유화, 미국 영화사의 직접 배급 허용 등 변화가 일어났다. 그런데, 시장개방으로 한국 영화는 오히려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성장해 1993년 15.9%이던 점유율이 2004년 59%로 상승했다. 시장개방이 대기업의 영화산업 진출과 전문 투자시스템 도입, 멀티플렉스 확산 등 영화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데 기인한다.

넷플릭스는 한국 영화시장이 세계로 확대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넷플릭스의 자본 및 유통망으로 영화 제작 환경이 크게 좋아졌다. 또한, 한국 창작자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소비되는 통로도 마련되었다. OTT 플랫폼은 좀비, 스릴러, 사회 비판, 역사극 등 기존보다 다양한 소재를 선보이는 '장르적 실험' 무대로도 활용되었다. 이러한 다양성이 결과적으로 K-콘텐츠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고, 한국 영화산업의 세계화를 촉진했다.

시장개방에 의한 혁신은 영화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분야에서도 일어났다. 한국은 청소년 문화가 일본 문화에 종속될까 봐 오랫동안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을 제한했었다. 그런데, 1998년부터 일본 대중문화가 단계적으로 개방된 후 오히려 한국 영화와 드라마, K-pop의 일본 시장 진출이 확대되었다. 한국 문화는 200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의 아시아 확산을 시작으로 2010년대 K-pop의 글로벌 확산,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 2021년 '오징어 게임' 흥행 등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대, 드라마와 K-pop에서 시작된 한류의 문화적 영향력은 이제 식품·뷰티·패션·관광·서비스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K-Everything 현상이 되고 있다. 한국 문화가 글로벌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가 거대한 소비·서비스·산업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K-food의 대표 주자인 불닭 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100억 개 이상 판매됐다. 2025년 K-food의 수출은 104억 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K-beauty도 '한국 배우의 피부'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 화장품을 찾아보고, 한국을 방문해 제품을 산 후 자기 나라에서 다시 구매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수행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공식 일정 사이에 올리브영을 방문해 한국 화장품을 사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는데, 그 효과로 매출이 77%나 증가하는 그런 세상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이다. 한류의 확산으로 증가하는 여행객들은 관광지, 식당, 카페 등 방문과 쇼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한국의 잘 갖추어진 교통인프라와 쓰레기 하나 없는 깨끗한 거리, 안전한 밤 문화 등이다. 무엇보다도 길을 못 찾아 헤맬 때 어디선가 다가와 도움을 주는 손길과 등산길에서 말없이 건네는 김밥 한 줄에 담긴 한국인의 정에 감동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잘 꾸민 겉모습보다는 고유한 한국다움에 더 관심을 보인다.

따라서, 한국 문화를 띄운다고 어쭙잖게 겉치장만 하고 타 문화를 배척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고 섞이며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세계 문화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문화의 독창성과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고, 진심으로 세계인들과 어울린다면 자연히 K-Everything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양성광 한양대 특임교수(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마 퀸’ 여서정, 금빛 질주 이어간다.
  2.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국민과 함께' 원년되나
  3. 예산장터 삼국축제 10주년…'린' 소주 20만 병에 축제 홍보
  4.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5. 아산시, 신동 곡교천로 진입도로 개통
  1. 상용화 문턱에서 좌절 '자기부상열차' 역사속으로
  2. [춘하추동] 콜레스테롤은 억울하다?
  3. 건양대목원대 등 충청권4개 대학, AI중심대학 선정
  4. 승용차가 지상 개폐기 들이받고 운전자 도주...일대 2시간여 정전
  5. 생명은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꺼지는가

헤드라인 뉴스


"30년 시민혈세 따져보자"…대전시민사회, 수소트램 재검토 촉구

"30년 시민혈세 따져보자"…대전시민사회, 수소트램 재검토 촉구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급전방식 변경을 고심 중인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가 현행 방식인 '수소트램'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현행 수소트램의 선정 과정과 장기 운영비, 2030년 개통 가능성까지 시에 전면적인 검증을 요구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30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세금으로 30년을 감당할 사업이라면 그 결정의 근거도 시민 앞에 놓여야 한다"며 수소트램 선정과 차량계약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대전시에 요구했다. 이날 시민사회가 우선 문제로 꼽은 것은 민선 8기..

대전시청 선수들 아시안게임 금 4개 합작 금의환향… 오상욱은 2관왕
대전시청 선수들 아시안게임 금 4개 합작 금의환향… 오상욱은 2관왕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를 합작한 대전시청 소속 선수들이 금의환향했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펜싱 오상욱·박상원·최세빈과 근대5종 이종현이 이번 대회에서 잇따라 메달을 획득했다.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박상원도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오상욱과 함께 정상에 올랐고, 최세빈은 여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근대5종 이종현은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대전시청 소속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금..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에 따라 농업협동조합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신규 가입 조합원 역시 40대 미만은 7%대에 불과해 농협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이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현황을 분석해 30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농협 조합원은 모두 202만 846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208만 7359명에서 2022년 207만 6055명, 2023년 206만 3765명, 2024년 204만 6229명, 2025년 202만 7481명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