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치료효과, AI가 미리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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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치료효과, AI가 미리 읽어낸다

포스텍 김상욱 교수팀
면역항암제 효과 예측하는 AI 개발

  • 승인 2026-09-17 16:29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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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포스텍 교수 (사진=포스텍 제공)
같은 약을 써도 어떤 환자에게는 잘 듣고, 어떤 환자에게는 전혀 듣지 않는다. 특히 면역항암제가 그렇다. 포스텍 연구팀이 그 갈림길을 미리 내다보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김상욱 교수, 인공지능대학원 통합과정 김민수 씨 연구팀은 암 환자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낼지 예측하는 기계학습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국제 학술지인 'npj Digit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면역항암제는 암을 직접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환자 몸속의 면역세포가 스스로 암을 물리치도록 돕는 치료제이다.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약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환자는 값비싼 치료비만 쓴 채 다른 치료로 갈아탈 소중한 시간마저 놓칠 수 있다. 그래서 '이 환자에게 면역항암제가 통할 것인가'를 미리 아는 일이 중요하다.

문제는 환자마다 암 주변 환경이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그중에서도 암 주변의 노화된 세포들은 면역세포 활동을 방해한다. 마치 전장에서 아군의 진격을 은근슬쩍 가로막는 훼방꾼과 같다. 이렇게 복잡하고 환자마다 다른 환경을 사람이 일일이 가늠하기란 쉽지 않아 최근에는 AI의 힘을 빌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AI에게도 벽은 있었다. 학습에 쓸 환자 데이터가 부족했다. 환자 수는 적은데 살펴봐야 할 유전자 정보는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AI가 특정 환자 집단에만 지나치게 맞춰져 정작 새로운 환자 앞에서는 헛다리를 짚기 쉽다. 문제집만 달달 외운 학생이 시험지에서 무너지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발상을 바꿨다.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밀어 넣는 대신, 먼저 면역세포가 억눌린 노화된 종양 환경부터 가려낸 뒤 환자들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약효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순서를 밟아가자 AI는 특정 집단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환자에게서도 흔들림 없는 예측력을 갖추게 됐다.

실험 결과, 이 방법은 피부암을 비롯한 4개 암종, 6개 환자 집단에서 현재 병원이 쓰는 지표들보다 뛰어난 예측 성능을 보였다. 기존의 다른 예측 방법들과 견주어도 처음 보는 피부암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검증에서 안정적인 결과를 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예측을 잘한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놓쳐온 '노화된 종양 환경'이라는 변수를 예측의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핵심이다.

노화한 세포가 면역항암제의 작용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의료진은 환자마다 다른 처방 전략을 세울 여지를 얻는다. 같은 암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답을 내놓는 '맞춤 항암 치료'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연구를 이끈 김상욱 교수는 "세포 노화를 고려한 이번 예측 방법은 앞으로 더 많은 암 환자가 면역항암제의 혜택을 누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종양 미세환경을 정밀하게 반영하는 항암제 효과 예측 AI 연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포항=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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