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용인 반도체 물길 47㎞ 중 27㎞ 경기 광주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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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용인 반도체 물길 47㎞ 중 27㎞ 경기 광주시 통과

총 사업비 2조1554억원 규모 통합용수사업 착수
광주시, 기업·R&D 유치와 규제 개선 요구 상생 강조

  • 승인 2026-09-17 15:46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경기 광주시청사 전경 (사진=광주시 제공)
경기 광주시청사 전경 (사진=광주시 제공)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경기 광주시가 새로운 지역 현안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산업을 위해 대규모 용수 관로가 광주를 통과하지만, 생산시설과 투자 효과는 용인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지역에서는 국가 전략산업의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지역에도 산업·일자리·교통 인프라 등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가 돌아와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용수공급사업은 팔당댐에서 용인 반도체 산단까지 관로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1단계는 총 46.9㎞의 전용 관로와 가압장을 구축해 2030년까지 완료하고, 2031년부터 하루 31만t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계획이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8432억원 이다.

2단계에서는 화천댐 용수를 활용해 하루 76만2000t을 추가 공급한다. 2단계 사업비는 1조3169억원으로, 1·2단계가 모두 완료되면 용인 반도체 산단에는 하루 최대 107만2000t의 공업용수가 공급된다. 전체 사업비를 단순 합산하면 2조1601억원 규모다.

광주가 주목하는 부분은 관로가 지역을 얼마나 지나가느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1단계 사업 기준으로 광주시 경유구간은 16.5㎞로 제시돼 있다.

반면 광주시민사회가 9월 들어 제기하는 전체 사업 기준 예상 통과구간은 약 27㎞다. 사업 단계와 노선 범위에 따라 수치가 다르게 제시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시설계 과정에서 최종 노선을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가 문제 삼는 것은 관로의 길이 자체만은 아니다. 공사가 진행되면 도로 굴착과 교통 불편, 공사 소음과 환경 문제 등 생활권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관로가 지나가는 토지의 이용에도 일정한 제약이 생길 수 있어 실제 편입 토지와 보상 규모, 공사 기간, 주민 피해 수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지역사회의 주장이다.

여기에 광주가 오랫동안 상수원 보호 등을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아왔다는 점도 상생 요구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광주시민사회는 수변구역과 농업진흥구역, 자연보전권역 등 중첩규제로 산업·주거·도시개발에 제약을 받아온 상황에서 국가 반도체 산업을 위한 기반시설까지 추가로 제공하는 만큼 별도의 지역발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요구는 일회성 민원을 넘어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광주시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일 '용인 반도체 산단 광주시 상생발전 범시민연대'를 출범시켰다.

당시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범시민연대는 광주시를 반도체 산업의 상생협력 지역으로 공식 인정하고 배후도시 육성, 산업·연구 기능 배치, 중첩규제 개선, 광역교통망 확충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주민자치협의회 역시 별도로 용수관로 건설에 따른 지역 부담을 지적하며 상생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공사 피해 보상에 그치지 않는다. 용인 반도체 산단과 연계한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 연구·교육 기능 확대, 광역교통망 확충 등을 통해 광주가 반도체 산업의 배후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정책적 쟁점이 있다. 용수관로가 광주를 지나간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규모의 보상이나 산업 유치가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논의에서는 '상생'이라는 표현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광주시가 실제로 부담하게 되는 비용과 피해부터 산출해야 한다. 관로가 지나가는 토지 규모와 보상액, 공사기간, 교통처리 대책, 환경·생활권 영향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정부와 사업시행기관이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 협의해야 실질적인 상생대책을 만들 수 있다.

기업 유치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 관련 기업을 광주에 유치한다는 선언만으로는 지역경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유치 대상 기업과 투자 규모, 고용 인원, 입지 후보지, 기반시설 지원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교통망과 주거·교육시설도 같은 기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산업이 확대되면서 용인과 주변 지역의 인구·물류·통근 수요가 증가한다면 광주가 그에 따른 광역교통과 생활 SOC 수요를 얼마나 부담하게 되는지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결국 이번 용수사업의 지역 갈등은 '반도체 산업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국가 전략산업을 위해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지역과 실제 산업·투자가 집중되는 지역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 비용과 편익을 나눌 것인지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도 용인 반도체 산업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국가사업의 성공과 함께 광주에도 산업·일자리·교통 등 성장 기회가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생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시민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앞으로 정부와 경기도, 광주시, 용인시, 사업시행기관 사이에 어떤 협의체가 구성되고 어떤 지원방안이 마련될지가 관건이다.

용인 반도체 산단에 공급되는 물의 상당 부분이 광주를 거쳐가는 만큼 광주가 단순한 '용수관로 통과지역'에 머물 것인지,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배후 거점으로 연결될 것인지는 향후 상생협의의 내용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

국가사업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의 부담을 정확히 산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지역발전 효과를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이번 통합용수공급사업이 광주에 또 하나의 부담으로 남을지, 새로운 산업 기회로 이어질지는 이제 정부와 관계기관이 내놓을 구체적인 상생대책에 달려 있다. 광주=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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