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직장 내 괴롭힘과 고충처리위원회의 역할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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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직장 내 괴롭힘과 고충처리위원회의 역할과 과제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승인 2026-09-15 16:12
  • 신문게재 2026-09-16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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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2019년,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가 시행된 이래, 우리 사회의 직장 문화는 큰 변화의 기로에 섰다.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관련 신고가 증가하면서, 이를 처리하는 사내 기구, 특히 '고충처리위원회' 등의 역할과 공정성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주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법원 또한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이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구성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괴롭힘 판단에 있어 '지속성'이나 '반복성'이 필수적인지에 대한 논의도 실무상 활발하다. 일부 판결에서는 이를 본질적 요소로 보기도 하지만, "1회적 또는 단발적인 행위라도 그 내용 및 경위, 행위의 시기·장소·태양, 행위의 목적이나 주관적 의도, 행위의 이유나 근거 등 객관적 합리성 여부를 비롯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평가될 수 있다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판결도 존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직장 내 괴롭힘 법제가 반복성을 필수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아, 근로자 보호의 범위를 넓게 해석할 여지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사용자는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피해근로자 보호 및 행위자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고충처리위원회(또는 고충심의위원회, 인사위원회 등)이다. 법적으로 특정 위원회의 설치가 의무는 아니지만,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고충처리위원회의 운영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2차 가해'의 방지이다. 근로기준법은 신고를 이유로 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판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낮은 근무 평점을 부여하거나 의사에 반하는 전보 명령을 내리는 행위, 전례 없던 서면 업무명령을 반복하는 행위 등을 명백한 불리한 처우로 보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의 비밀 누설 역시 중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 법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한편, 회사의 조치가 미흡하거나 2차 가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는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진정이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은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 및 조치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결과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시정지시를 내리게 되며, 회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특히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는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해당 사실이 확인되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다.결론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내 고충처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은 고충처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와 절차적 공정성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특히 신고자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불리한 처우도 용납하지 않는 무관용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이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안전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나아가 외부 기관의 개입 없이도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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