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경환 포스텍 화학과 교수 (사진=포스텍 제공) |
포스텍 화학과 김경환 교수 연구팀이 KAIST(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황승준 교수 연구팀과의 연구를 통해 빛을 이용하는 두 촉매가 협력할 때 나타나는 핵심 중간 상태를 초고속 X선으로 밝혀냈다.
연구는 화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게재됐다.
신약처럼 복잡한 유기 분자를 만들려면 레고 블록을 맞추듯 탄소와 산소 같은 원자를 원하는 자리에 이어 붙여야 한다.
이 일을 빠르고 매끄럽게 도와주는 것이 촉매다. 그동안 값싸고 흔한 금속인 니켈이 촉매로 많이 연구됐지만, 니켈에는 결정적 약점이 있었다.
마지막 단계에서 반응이 멈춰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빛을 흡수하는 이리듐광촉매다. 이리듐을 함께 사용하자 니켈 혼자서는 만들지 못하던 다양한 결합이 술술 이루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둘이 왜 함께해야 반응이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라는 점이다. 두 촉매가 서로 전자를 주고받는다는 주장과, 전자가 아니라 '에너지'를 건넨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두 촉매의 변화가 빛을 받은 직후 거의 동시에 일어나다 보니 기존 장비로는 두 신호가 뒤엉켜 누가 먼저 움직였는지, 무엇이 오갔는지 가려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고, 분자 움직임을 10조분의 1초 단위로 포착하는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 'X선 자유전자레이저'를 사용했다.
병원의 X선 촬영이 살은 통과하고 뼈만 찍어내듯, X선을 쓰면 여러 물질이 섞여 있어도 니켈과 이리듐 변화를 각각 따로 추적할 수 있다. 게다가 X선은 원자 속 전자의 개수에 민감해서 두 촉매 사이에 전자가 오갔다면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다.
실험 결과, 이리듐 촉매가 함께 있을 때만 빛을 쬔 직후 1조 분의 1초라는 짧은 순간에 니켈에서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신호가 나타났다.
이 신호의 정체는 에너지를 받아 만들어진 니켈의 새로운 '들뜬 상태'였다. 두 촉매가 주고받은 것은 전자가 아니라 에너지였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상태가 니켈에 빛을 아무리 직접 쬐어도 결코 만들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이리듐은 그저 빛을 대신 받아주는 조력자가 아니라, 니켈 혼자서는 열지 못하는 반응의 길을 열어주는 존재였다.
연구팀은 이 숨은 상태에 얼마나 쉽게 도달하느냐가 반응의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발견은 단순히 오랜 논쟁을 끝낸 데서 그치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 반응이 열리는지를 정확히 알게 된 만큼, 값비싼 금속에 기대던 화학 반응을 흔하고 저렴한 재료로 바꾸는 길이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김경환 교수는 "10년 넘게 추측에 머물러 있던 부분을 직접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며 "니켈 촉매가 어떤 상태에 도달해야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알게 된 만큼, 더 경제적인 촉매 반응을 설계하는 데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김규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