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스마트폰 속 흔한 반도체로 140GHz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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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스마트폰 속 흔한 반도체로 140GHz를 열다

위상배열 송수신 모듈 세계 최초 개발
"미개척 주파수, 순수 국산 기술로 정복"

  • 승인 2026-09-10 21:25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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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진 포스텍 교수 (사진=포스텍 제공)
자율주행차가 안개 속에서도 사람과 사물을 밀리미터 단위로 정확히 알아보고, 지금보다 훨씬 빠른 무선통신이 가능해지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그 열쇠 중 하나가 바로 '100GHz 이상 초고주파'라는 아직 아무도 제대로 개척하지 못한 영역이다.

송호진 포스텍 교수팀이 반도체 기업 LB세미콘과 함께 이 미개척 영토에 국산 기술로 깃발을 꽂았다.

연구팀은 140GHz 대역에서 작동하는 '위상배열 안테나 일체형 송수신 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안테나와 신호를 주고받는 회로를 하나로 합친 이 모듈은 초고주파 반도체 설계부터 파운더리, 반도체 패키징 후공정, 성능 검증까지 전 과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는 초고주파·무선통신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IEEE Transactions on Microwave Theory and Techniques'에 최근 실렸다.

100GHz(기가헤르츠)가 넘는 초고주파 대역은 차세대 통신의 '노른자 땅'으로 불린다. 전파의 파장이 짧아 사물을 밀리미터 단위로 세밀하게 감지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의 초정밀 레이더나 고해상도 이미징 센서의 핵심 자원이 된다.

그중에서도 140GHz 대역은 공기 중을 지날 때 신호가 덜 손실돼 초고속 통신과 정밀 센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매력적인 땅이다.

문제는 이 땅을 개척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두루 쓰여 값싸고 대량 생산에 유리한 '표준 실리콘 CMOS' 공정은 100GHz를 넘어서면 신호가 급격히 새어 나가고 회로를 만들기도 까다로워진다. 게다가 핵심 부품과 패키징 기술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해 온 탓에, 우리 손으로 만든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였다.

연구팀은 독자적인 회로 설계 기술로 이 한계를 정면 돌파했다. 특수한 수학 규칙인 '비티 수열'을 안테나 배열에 적용해 전파끼리 방해하는 간섭을 말끔히 걷어냈고 신호를 원하는 방향으로 정밀하게 쏘는 '빔포밍(전파 집중)' 기술로 손실을 최소화했다.

손전등 여러 개를 한 점에 모으듯 전파를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는 이 기술 덕분에 초당 32기가비트(32Gb/s)라는 초고속 데이터 전송 속도를 입증했다. 여기에 웨이퍼 위에서 회로와 안테나를 한 번에 붙이는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징(FOWLP)' 기술을 더해 따로 조립할 필요 없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성능은 끌어올리고 가격은 낮춘 것이다.

연구 성과가 특히 값진 이유는 회로 설계부터 국내 파운더리 제조와 첨단 후공정 패키징(LB세미콘), 최종 검증까지 전 과정을 온전히 국내 기술로 해냈다는 점이다.

반도체 주권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남의 기술에 기대지 않고 미래 주파수를 우리 힘으로 개척했다는 의미다.

송호진 교수는 "대학의 독창적인 초고주파 회로·안테나·패키지 설계 기술과 국내 산업계의 첨단 공정 솔루션이 긴밀하게 만나 이뤄낸 산학 협력의 대표적 결실"이라며 "학계가 한계를 먼저 분석해 대안을 제시하고 산업계가 축적된 역량으로 이를 완벽히 제품으로 구현했다"고 전했다.

이어 "140GHz라는 미래 주파수 영토에서 기술 주권을 확고히 하고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키워가겠다"라고 덧붙였다.


포항=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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