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다 함께 빚어가는 '만두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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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다 함께 빚어가는 '만두반' 이야기

홍성 홍남초 교사 윤수교

  • 승인 2026-09-10 17:01
  • 신문게재 2026-09-11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20260911 홍성 홍남초 교사 윤수교
홍성 홍남초 교사 윤수교.
학기 초 교실은 언제나 서먹함과 긴장감이 감돈다.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일은 교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매년 새롭게 마주하는 과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교실을 조금 더 친근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학급의 이름과 마스코트를 아이들 스스로 정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들어 다양한 이름을 제시했고, 치열한 투표 끝에 결정된 이름은 '만두반'이었다.

고기, 두부, 채소 등 서로 다른 재료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맛있는 만두가 되듯, 우리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따뜻하게 어우러지자는 아이들의 뜻이 담긴 이름이었다. 이어 진행된 캐릭터 공모에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그중 만두 모자를 쓴 귀여운 캐릭터 '두만이'가 아이들의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우리 반의 대표 얼굴로 뽑혔다.

직접 손으로 투표해 만든 이름과 캐릭터라 그런지 아이들의 애착은 남달랐다. 수업 시간에 나누어주는 활동지에 두만이가 나타나면 아이들은 유독 친근하게 반응했고,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도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연습장을 펼쳐놓고 각자의 방식으로 두만이를 그려나갔다. 선글라스를 씌우거나 운동복을 입히는 등 자유롭게 꾸미며 서로의 그림을 보여주고 웃는 일이 일상이 됐다. 어른의 시선에는 단순한 낙서처럼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 두만이는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돼줬다.

하루를 마치는 시간에도 소소한 변화가 생겼다. 하교 전 다 함께 '만두반 반가'를 들으며 하루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히 듣기만 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자 익숙한 듯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 문을 나섰다. 그렇게 하루의 시작과 끝에 '만두반'만의 작은 문화가 하나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학급의 이름부터 캐릭터, 노래까지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함께 만든 공간'이라는 소속감을 쌓아갔다. 친구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함께 결정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교사가 앞장서서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특별하고 거창한 활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정하고, 만들고, 함께 즐기는 과정 자체가 교실을 변화시키는 힘이 됐다. 교사가 만들어 놓은 학급의 모습에 아이들이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이 모여 학급의 모습이 돼가는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했다. 작은 선택 하나에도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아이들은 교실을 조금씩 '우리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서로 다른 모양과 색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하나의 반을 이루고 어울려가는 모습은 과연 만두를 닮았다. 만두 속 재료가 저마다 다르지만 함께 빚어졌을 때 하나의 음식이 되듯, 우리 아이들도 서로 다른 개성과 생각을 가진 채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때로는 서로 다른 생각으로 부딪히기도 하겠지만, 그 과정 또한 함께 빚어가는 시간일 것이다.

거창한 교육 목표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작은 재미와 문화가 교실을 더 단단하게 이어준다. '만두반'이라는 이름과 '두만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함께 부르는 반가 속에는 아이들이 만들어낸 웃음과 관계, 소속감이 담겨 있다. 오늘도 아이들이 만들어낸 소소한 온기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교실의 하루를 배워간다. 좋은 학급은 교사가 완성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빚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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