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의 경계, 기업의 한계] 산업은 변하는데 입주 문턱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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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의 경계, 기업의 한계] 산업은 변하는데 입주 문턱은 그대로

오래된 업종 기준에 신규 기업 진입 제약
수년째 개선 논의에도 입주 기준은 그대로

  • 승인 2026-09-07 17:23
  • 신문게재 2026-09-08 3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대전산업단지의 낡은 입주업종 제한 규제가 변화한 산업 환경과 기업 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신규 기업의 유입과 기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환경오염 우려가 적은 업종조차 불합리한 세부 분류로 인해 입주가 거부되는 등 현장과 제도의 괴리가 커지면서 지역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전시는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여,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지역 산업의 구조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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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산업단지 전경.(사진= 대전 대덕구)
사업을 확장하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 역시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지역 산업의 기반이 돼야 할 산업단지가 입주업종 제한 규제로 기업의 이동과 성장을 되레 제약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지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온 대전산업단지가 재생사업과 산업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현행 규제가 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기업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이전·증설을 추진하지만 업종 제한 등에 막히고, 신규 기업은 입주를 희망해도 업종 제한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기존 기업과 신규 업체가 처한 상황은 달라 보이지만, 변화한 산업환경과 기업 수요를 현재의 입주 기준이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가다.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필요한 규제와 조정 가능한 규제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기업 성장과 신규 기업 유치 모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규제를 둘러싼 환경도 변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산업환경 변화와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해 입주업종을 재검토하고 규제 완화에 나서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전시도 규제 완화를 위한 용역을 검토하고 있다.

중도일보는 기존 기업의 이전·증설과 신규 기업의 입주 제한 실태를 짚고, 타 지역 사례와 대전시의 대응을 통해 대전산단의 입주 기준과 규제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② 기업은 찾는데, 산단은 문을 닫았다

③ 오래된 규제, 달라진 산단… 대전은 답을 찾을까



대전산업단지를 찾는 기업은 있는데, 정작 들어갈 문은 좁다. 입주업종 제한이 변화한 산업환경과 기업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산단은 도심에 자리한 노후 산업단지 특성상 환경오염과 악취, 수질오염 등을 이유로 일부 업종의 입주를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기존 업종 기준이 유지되면서 실제 사업 내용과 관계없이 산업분류상 업종만으로 입주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환경오염 우려가 낮은 기업이라도 제한업종에 해당하면 입주 자체가 어려워져 기업 유치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식품 제조업이다.

대전산단에서는 기타 식품 제조업 가운데 떡류 제조업은 입주가 가능하지만, 빵류 제조업은 제한 대상이다. 같은 식품 제조업에 속하더라도 세부 업종에 따라 입주 가능 문턱이 달라지는 셈이다. 대전시의회에서도 최근 '떡은 되고 빵은 안 되는' 규제를 지적하며 입주업종 기준 개선을 요구했다.

이 같은 업종 제한은 신규 기업의 산단 진입을 가로막는 데 그치지 않고, 기준 산단의 산업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전산단은 1973년 조성 이후 산업환경이 크게 달라졌지만, 입주 기준은 여전히 과거의 산업분류를 바탕으로 유지돼왔다. 실제 2021년 기준 대전산단 입주기업 392곳 중 114곳이 제한업종에 해당했으며, 이들 기업은 신·증축과 개축 등에 제약을 받아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산단이 가진 입지와 기반시설을 활용하고 싶어도 업종이 제한 대상에 해당하면 선택지가 없다. 특히 기존 기업과 연계해 생산시설을 구축하거나 대전지역 내 사업 기반을 확대하려는 기업까지 입주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산단은 새로운 수요를 받아들이는 공간이 아니라 입주 가능한 업종만 남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

이 문제는 대전만의 사례도 아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경제협·단체 규제합리화 간담회에서 한성숙 국무총리를 만나 지방 산업현장의 낡은 규제를 지적하며 산업단지 내 기업의 설비 투자와 사업 활동을 제약하는 사례 등을 언급했다. 규제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필요했던 기준이 산업환경 바뀐 이후에도 그대로 적용되면서 현장과 제도 사이에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취지다.

대전시 역시 이 문제를 인식해왔다.

허태정 시장은 민선 7기 당시 대전산단을 찾아 입주업종 제한 규정에 대한 검토와 완화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이후 대전시는 개별 기업 특성을 조사해 입주 제한업종 완화 방안 검토를 약속하기도 했다.

문제는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시작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산업 현장과 입주 기준의 간극은 여전하다는 데 있다. 기업의 업종과 생산방식은 빠르게 달라졌지만 입주 기준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

대전산단 입주기업 한 관계자는 "그동안 단체장과 정치권에서도 해당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며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규제인 만큼 이제는 문제를 인식하고 실질적인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 유치를 위해 새로운 산업을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이 현실이 되려면 기업이 실제로 들어올 수 있는 조건부터 살펴야 한다"며 "산업 변화와 기업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이러한 기준이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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