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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포니와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마사회 제공) |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렛츠런파크 서울 포니랜드의 가을 콘텐츠는 이러한 변화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핵심은 '경마를 보러 오는 사람'을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경마에 관심이 없는 가족까지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말이라는 고유한 자원을 체험·문화·관광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데 있다.
■ '경마장'에서 '말을 만나는 공간'으로
5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운영되는 '어린이 승마전동차'는 포니랜드의 공간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페달을 밟으면 기구가 상하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실제 승마와 비슷한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다. 만 6세 이상은 단독 이용이 가능하고, 만 6세 미만은 보호자와 함께 탑승할 수 있다.
이용료는 무료이며 현장 선착순으로 운영된다.
특히 이 콘텐츠는 앞서 SNS에서 124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온라인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SNS에서 화제가 된 콘텐츠를 오프라인 체험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놀이시설 운영 이상의 의미가 있다. 디지털에서 만들어진 관심을 실제 방문으로 전환하고, 방문객에게 다시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는 순환 구조다.
이 과정에서 경마장은 더 이상 경주가 열리는 시간에만 의미가 있는 장소가 아니라 아이들이 말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 포니들의 '운동회', 관람에서 참여로
9월 19일부터 재개되는 '포니 운동회'도 변화된 콘텐츠 방향을 보여준다.
포니들의 귀여운 행동과 재능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된 기존 프로그램에 관람객 참여형 퀴즈 등을 추가해 체험 요소를 강화한다.
공연은 매주 토요일 낮 12시와 오후 3시 20분, 일요일 낮 12시 30분과 오후 3시에 하루 두 차례 진행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말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방식이다. 경주마를 경기장 안에서 바라보는 것과 포니의 행동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경험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어린이에게 말은 스포츠의 대상이 아니라 친숙한 동물과 놀이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이는 말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가장 기초적인 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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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니랜드 내 트로이목마 전경 (사진=마사회 제공) |
포니랜드에는 말과 관련된 또 다른 체험시설도 마련돼 있다.
영화 '오디세이' 속 트로이목마를 연상시키는 6m 규모의 대형 구조물이다. 단순히 외관을 감상하는 조형물이 아니라 내부를 직접 돌아다닐 수 있는 체험형 시설로 구성됐다.
경마라는 현실의 스포츠에서 영화 속 신화와 모험의 세계로 콘텐츠 영역을 넓힌 것이다.
'말'이라는 하나의 소재가 승마체험과 공연을 넘어 영화, 놀이, 교육, 관광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입장에서는 경마장이라는 낯선 공간이 거대한 놀이터이자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공간으로 바뀌는 셈이다.
■ 포니를 바라보며 쉬는 '말멍'까지
포니랜드의 변화는 체험시설에서 끝나지 않는다.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풀밭을 거니는 포니를 바라볼 수 있는 카페 'Slow Pony'는 말과 자연, 휴식을 결합한 공간이다.
도심 가까이에서 목장 분위기를 경험하면서 차를 마시고 포니를 바라보며 쉬는 새로운 여가 방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가족형 공간으로의 전환에서 중요한 요소다. 아이에게는 체험할 거리를 제공하고 부모에게는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가족 단위 방문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니랜드는 체험시설 하나를 중심으로 방문객을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체험·공연·놀이·휴식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 왜 경마장은 가족을 불러들이는가
이 대목에서 단순한 행사 확대를 넘어 정책적 질문이 생긴다. 경마장을 가족형 문화·관광공간으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공간 활용의 다변화다. 경마장은 일반적인 문화시설과 비교해 넓은 공간과 말이라는 독특한 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경마만을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실제 공간을 이용하는 계층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말 문화와 체험 콘텐츠를 결합하면 경마를 즐기지 않는 시민도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둘째는 말 산업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다. 말 산업이 경마에만 머물 경우 시민에게 전달되는 산업적 가치 역시 제한적이며, 승마와 체험, 교육, 관광, 문화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면 말이라는 자원이 가진 경제·문화적 활용 가능성을 보다 폭넓게 보여줄 수 있다.
셋째는 미래 수요층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포니를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체험하는 경험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말에 대한 친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행사 몇 개'로 끝나면 공간 혁신 한계
가족형 콘텐츠를 늘리는 것만으로 경마장의 이미지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가을 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한 공간 전략으로 자리 잡으려면 몇 가지 과제가 뒤따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이벤트와 상시적인 공간 활용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다.
특정 계절이나 주말에만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행사가 반복된다면 가족형 문화공간으로서의 경쟁력에는 한계가 있다.
계절별 콘텐츠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어린이뿐 아니라 부모와 다양한 연령층이 머무를 수 있는 시설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접근성과 주차, 편의시설 등 실제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도 가족 방문객 확대의 핵심 변수다.
무료 체험 프로그램 역시 이용객 확대 효과와 함께 시설 운영 및 유지관리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 '경마 없는 날에도 찾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경마를 보지 않는 사람도 왜 경마장에 와야 하는가."
경마장은 단순한 스포츠 관람시설을 넘어 새로운 지역 여가공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어린이 승마전동차는 체험을 제공하고, 포니 운동회는 참여를 유도한다. 트로이목마는 놀이와 상상력을 자극하고, Slow Pony는 자연과 휴식을 제공한다.
각각의 콘텐츠가 서로 다른 이용 목적을 만들어내면서 하나의 공간을 가족의 하루 나들이 코스로 바꾸는 구조다. 따라서 이번 가을 포니랜드의 콘텐츠 확대를 단순한 계절 이벤트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공간과 말을 활용해 경마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말 산업의 접점을 경마 밖으로 넓히려는 하나의 실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찾아온 가족이 다시 방문할 이유를 만들고, 경마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시민도 지속적으로 찾는 공간으로 정착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경기=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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