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구독의 시대, 대학만 홀로 4년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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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구독의 시대, 대학만 홀로 4년 패키지?

최동연 건양사이버대 교육혁신처장

  • 승인 2026-08-25 17:12
  • 신문게재 2026-08-26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OTT 플랫폼이 시청 기록을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듯, 대학도 학습자의 이력을 관리하여 급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적시에 제안하는 유연한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사이버대학은 단순한 온라인 수업을 넘어 개인이 일상 속에서 필요한 지식을 선택적으로 습득하고 이를 경력으로 쌓아갈 수 있는 생활 밀착형 학습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제 대학 교육은 졸업을 배움의 끝이 아닌 지속적인 역량 업데이트의 과정으로 정의하며, 학습자의 다음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교육 문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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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연 처장
밤 11시가 넘었다. 이제 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습관처럼 넷플릭스를 켰다. 요즘 화제가 된 「참교육」을 딱 한 편만 보고 잘 생각이었다. '딱 한 편만.' OTT를 켤 때마다 하는 다짐이고, 대개 지키지 못한다. 한 편이 끝나면 다음 편이 기다렸다는 듯 이어진다. 나는 어제 어디까지 봤는지 가물가물한데 넷플릭스는 정확히 기억한다. '찜한 콘텐츠'에는 그때는 꼭 볼 것처럼 담아두고 아직 한 번도 재생하지 않은 작품도 많다. 그래도 괜찮다. 필요해지는 순간 다시 꺼내 보면 된다. 구독의 시대에 한번 쯤 경험한 장면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OTT 앞에서 꽤 자유롭다. 시간이 없으면 짧게 보고, 여유가 있으면 몰아본다. 취향이 바뀌면 다른 장르로 옮겨가도 된다. 무엇을 봤는지는 '내 목록'에 남고, 플랫폼은 내가 좋아할 만한 다음 콘텐츠까지 알아서 추천한다. 우리는 이미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필요한 만큼 선택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문득 진짜 교육을 생각 해보았다.

배움도 꼭 정해진 만큼, 정해진 순서로, 정해진 기간 동안 해야 하는 걸까.

물론 대학은 OTT가 아니다. 대학에는 당장의 '쓸모'만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시간이 있다. 사람을 만나고, 다른 생각과 부딪치고, 실패도 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힌다. 특히 젊은 시절 대학에서 보내는 시간은 직업능력이나 자격증 몇 개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다만 세상이 달라졌다. 한 번 배운 지식과 전공만으로 평생의 직업생활을 이어가기에는 변화가 너무 빠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생성형 AI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익숙한 직업에도 새로운 능력이 계속 요구된다. 예전에는 졸업장이 '완성'을 뜻했다면, 이제는 그 시점의 '한 버전'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휴대전화도 계속 업데이트하는데 사람의 직업역량만 20대에 받은 학위 하나로 평생 최신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이쯤에서 사이버대학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이버대학은 그동안 시간과 공간의 제약 때문에 전통적인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웠던 성인학습자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제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대학'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앞으로의 강점은 삶을 멈추지 않고 나를 계속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어야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새로운 직업능력을 더하고, 가족과 일상을 지키면서 필요한 자격을 준비하고, 그 배움이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학습경력으로 쌓이는 대학 말이다.

생활을 학업에 맞추는 대학이 아니라, 학업을 생활 속에 넣을 수 있는 대학.

그렇다면 모든 사람에게 매번 '4년짜리 패키지'가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지금 필요한 세 과목이 먼저일 수 있다. 그 배움이 기록되고, 다음 배움과 만나 하나의 역량이 되고, 자격이 되고, 언젠가 전공과 학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직장에서 익혔거나 자격으로 증명한 것을 굳이 처음부터 다시 배울 필요도 없다. 전공도 하나만 고집할 이유가 줄어든다. 사회복지에 상담이 더해질 수 있고, 교육에는 AI가 필요하며, 한국어 교육에도 콘텐츠 제작능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전공의 이름보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여기서 대학이 조금 더 눈치가 빨라지면 좋겠다. 과거의 내가 무엇을 배웠고 어떤 자격이 있는지를 기억해 두었다가, 지금의 나에게 다음에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제안해주는 것이다. OTT가 시청기록을 보고 다음 콘텐츠를 추천하듯, 대학도 나의 학습기록을 보고 다음 배움의 길을 추천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먼저 배우고, 배운 것은 쌓고, 이미 가진 것은 인정받고, 부족한 것은 새롭게 더하는 것.

어쩌면 사이버대학의 진짜 강점은 온라인으로 수업한다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변화한 시대에 맞는 '대학의 새로운 문법'을 먼저 만들어볼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졸업도 모든 배움의 끝일 필요는 없다. 하나의 과정을 완성했다는 의미는 그대로 갖되, 그 위에 새로운 전공과 자격, 새로운 역량을 계속 더할 수 있다.

그날 밤 결국 '참교육'을 끝까지 보지는 못했다. 다음 날 넷플릭스를 켜자 내가 보던 작품 옆으로 새로운 추천작들이 떠 있었다.

문득 웃음이 났다. 대학도 이 정도로 눈치가 빨라지면 좋겠다. OTT에는 늘 '당신을 위한 추천'이 뜬다. 미래의 대학에도 그런 문구 하나쯤 떠도 재미있겠다.

"당신의 다음 시즌을 추천합니다."

/최동연 건양사이버대 교육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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