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무늬만 '민선 체육회'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무늬만 '민선 체육회'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6-08-23 15:27
  • 신문게재 2026-08-24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정문현 교수
정문현 교수
과거 지방자치단체장이 체육회장을 당연직으로 겸직하던 시절, 체육회는 단체장의 선거용 사조직이거나 세 과시용 하부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습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이 전면 금지되었고,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출범했습니다. 정치 권력으로부터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켜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법의 취지를 비웃듯 기형적인 구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민간인이 회장으로 선출되었지만, 체육회의 살림과 인사·행정 실권을 쥐고 있는 '사무처장(기초단체는 사무국장)' 자리에 자치단체장의 선거 캠프 출신이나 정당 측근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앉는 악습이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하겠다는 개혁이 미완성 되었습니다.

민선 체육회장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단체장이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재정 종속'에 있습니다. 대다수 지방체육회 예산의 80~90% 이상은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합니다. 자치단체장은 보조금 교부와 감사 권한을 무기로 삼아 체육회 집행부를 압박합니다. 체육회장 입장에서는 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실업팀 운영, 생활체육 지원, 직원 인건비조차 제대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단체장의 선거 공신을 실세 사무처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굴레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실제 전국 시·도 및 시·군·구 체육회의 사무처장(국장) 인선 현황을 들여다보면, 체육 전문성보다는 '선거 기여도'가 최우선 기준이 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광주시체육회는 민선 2기 출범 이후 현직 시장의 선거 캠프 출신 인사가 사무처장으로 임명되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었고, 충북도체육회 등 기타 시·도 체육회들도 단체장 측근 인사의 사무처장 내정설로 체육 원로 및 이사회의 집단 반발이 일어나는 등 파행이 거듭되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도 마찬기지입니다. 충남 천안시에서는 시장 선거캠프 후원 및 측근 인사가 체육회 내부 채용 과정에서 특혜성 의혹을 받으며 채용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었고, 경북 경주시에서는 선거를 도운 전직 공무원 출신 측근을 민선 체육회장 전환 직전 사무국장으로 무리하게 내정해 전형적인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습니다. 인천 동구에서는 구청장 측근에 대한 보은 인사로 임명된 사무국장의 관리 부실 및 보조금 관련 비위 사태로 시민사회의 거센 지탄을 받은바 있습니다. 이처럼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를 가리지 않고 체육회 사무처장 자리는 '선거 전리품'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체육회 사무처장은 단순한 관리직이 아니라 지역 체육 진흥과 선수 육성, 생활체육 현장을 이끄는 실무 총괄 책임자입니다. 이곳에 정치적 편향을 가진 정당인이나 선거 캠프 공신이 들어서는 순간, 체육회는 특정 정치인의 재선을 위한 외곽 조직으로 변질되며 내부 줄서기와 인사 갈등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미완의 개혁을 법적으로 완성해야 합니다.

국회는 즉각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상정하여, 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정당인 및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인사가 일정 기간(예: 3~5년) 체육회 사무처장·사무국장 등 주요 보직을 맡지 못하도록 직무 결격사유를 명문화, 법제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무처장 인선을 체육회 내부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위원회를 통해 검증하고, 전문 체육 행정가가 임용되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또한, 지자체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지방체육회 예산 의무 배정 비율을 법률로 규정하는 등 재정적 독립성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체육을 정치의 하수인에서 구출해 체육인과 주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길, 그 시작은 바로 '체육회 사무처장의 정치적 족쇄'를 끊어내는 법 개정입니다. 정당인과 선거캠프 출신을 체육회 사무처장(사무국장) 임명에서 배제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상정이 시급합니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태안군, 가을 꽃게잡이 본격 시작
  2. [사진기사]태안 청산수목원·천리포수목원, 가을의 전령사 팜파스 그래스 개화
  3. 대전 서구, 골목형상점가 13곳 신규 지정…총 36곳으로 확대
  4. 대전 트램 공사현장서 60대 작업자 3명 감전
  5. [날씨] 충청권 오전 비·오후 소나기…낮 최고 33도
  1. 경찰 사칭해 오피스텔 침입·집단폭행… 수천만원 강탈 일당 6명 구속
  2.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3. 한국영상대, 29일 '게임·애니·VFX 계열' 입시 상담회 개최
  4. 최지연 "교육환경 안전망 촘촘히 구축해야"… 대전형 보호체계 모색
  5. [현장에서 만난 사람]남성현 제34대 산림청장(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석좌교수)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 완성, `특별법 제정+α`가 필요하다

세종 행정수도 완성, '특별법 제정+α'가 필요하다

9월 정기국회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연내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통해 수도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20여 년간 이어진 희망고문을 끝내겠단 의지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국가 중추 기능 이전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2차 이전과 법원조직법 개정 등 '플러스알파'(+α)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응해 40개 기관을 중점 대상으로 놓고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대전 선도지구 도전 둔산1구역, ‘그들만의 전쟁’… 입주민 뒷전, 추진준비위 두 갈래
대전 선도지구 도전 둔산1구역, ‘그들만의 전쟁’… 입주민 뒷전, 추진준비위 두 갈래

대전 선도지구 2차 선정에 도전하는 둔산 1구역(상록수·상아·초원·강변)이 추진준비위원회 간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준비위가 두 곳으로 나뉘어 활동하면서 저마다 정통성을 내세우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선도지구 도전과 선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속한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산 1구역 추진준비위는 출범 초기 하나의 조직으로 활동했으나, 정비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두 곳으로 갈라졌다. 추진준비위에서 부위원장 등 3명이 따로 나와 A추진준비..

충청권 시중은행 가계부채 50조 넘었다... 금리 인상 기조에 부채 적신호
충청권 시중은행 가계부채 50조 넘었다... 금리 인상 기조에 부채 적신호

충청권 시중은행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가계 빚이 최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짐과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23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6월 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0조 90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6월 22조 8090억원으로, 1년 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과 함께 해서 즐거운 한여름 밤 독서하기 가족과 함께 해서 즐거운 한여름 밤 독서하기

  •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 ‘더위야 가라’…도심 속 숲길 걸으며 休 ‘더위야 가라’…도심 속 숲길 걸으며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