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5년,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 전국
  • 부산/영남

[기자수첩] 15년,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경호강래프팅 취재 중 확인한 방치의 진짜 얼굴

  • 승인 2026-08-21 10:36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사라진 협회 이름으로 점용료 고지서가 나갔다.

같은 이름으로 15년 동안 업체 등록증이 발급됐다.

떠넘긴 게 아니다.

누구도 떠넘길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 이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애초에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산청군청에서 담당자를 마주 앉혔을 때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이건 부서 간 핑퐁이 아니다.

행정 자체가 경호강래프팅에 관심이 없었다.

왜 사라진 협회 명의로 허가를 계속 연장했느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잠시 말을 골랐다.

결국 인정했다.

관리가 미흡했다고 했다.

미흡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15년간 확인 절차 자체가 없었던 것은 관리 소홀이 아니다.

관심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기록을 다시 짚어봤다.

과거 약 27개 업체는 승선장과 하선장에 개별 점용허가를 갖고 있었다.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업체들은 협회를 만들었다.

개별 점용권은 협회 명의로 통합됐다.

협회는 오래가지 못했다.

업체 간 갈등으로 3년 만에 사실상 해체됐다.

행정의 확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어야 했다.

시작되지 않았다.

점용료를 매기는 절차도, 영업을 관리하는 절차도 같은 이름을 그대로 써왔다.

이 협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15년 동안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 사이 업체는 폐업하고 넘어가고 이름을 바꿨다.

실제 사용자와 허가 명의자, 점용료 납부 책임자가 모두 달라졌다.

그 변화를 서류로도, 현장으로도 따라간 사람은 없었다.

15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아니다.

15년 동안 행정은 그냥 쳐다보지 않았다.

래프팅업체들끼리 알아서 살든 죽든 상관없다는 무관심이었다.

문제가 드러난 계기는 결국 민원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이 접수됐다.

전임 회장 측이 협회 통합 전 갖고 있던 개별 점용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다.

민원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대로였을 것이다.

행정이 스스로 문제를 찾아 나선 게 아니다.

민원이 행정을 흔들어 깨웠다.

예산 이야기를 들을 때는 더 씁쓸했다.

산청군은 매년 지원할 단체가 없어 지원할 명분이 없다고 말해왔다.

그 말이 15년 동안 반복됐다.

같은 문장이 15번 되풀이되는 동안 그 문장을 바꿀 생각을 한 사람은 없었다.

받을 단체가 없다는 설명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형평성과 특혜 문제를 피해야 한다는 이유도 맞다.

그러나 그 단체를 만드는 절차를 행정이 나서서 주도한 적은 없다.

매년 같은 변명을 반복하는 동안, 그 변명을 없앨 방법은 매년 그대로 방치됐다.

업계 탓만 할 일도 아니다.

업체들도 공동 이익보다 개별 권리를 앞세우며 대표조직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업계가 이해관계로 갈릴수록 그 갈등을 조정할 책임은 행정에 있다.

그 책임을 15년 가까이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겼다.

행정이 아니라 업계 쪽에서 먼저였다.

몇몇 업체가 자체적으로 협동조합 구성에 나섰다.

행정이 15년간 하지 못한 일을 업계가 스스로 시작한 셈이다.

동석한 담당자는 이 조합을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체별 격차가 크다.

보유 보트는 1대부터 50~60대까지 벌어진다.

매출과 투자 규모도 제각각이다.

이 격차를 그대로 둔 채 조합으로 묶으면 갈등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인터뷰 말미, 두 담당자는 이 지점에서만큼은 뜻을 같이했다.

공식 용역을 먼저 추진해 합리적인 배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준 위에 조합으로 전체 업체를 통합하는 순서가 타당하다는 결론이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이 방향은 15년 전에도 나올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하나만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명분이 없다는 말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고.

담당자는 용역부터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방치는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어서 생기지 않는다.

같은 변명이 15년간 아무 의심 없이 통과됐을 때 생긴다.

경호강래프팅은 그렇게 산청군 행정의 눈 밖에서 15년을 보냈다.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게 아니다.

매년 명분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15년을 흘려보냈다.

경호강래프팅의 배를 다시 띄우는 데 남은 것은 방법이 아니다.

관심이다.

군청을 나서며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산청군수와 담당 부서는 이번에도 명분이 없다는 말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그 명분을 직접 만들 것인가.
산청=김정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수소트램 ‘유지냐 변경이냐’…민선 9기 고심
  2. 수사 중요성 커졌는데 '베테랑'은 부족… 대전경찰 인사 시험대
  3. 공소청으로 바뀌는 대전검찰청… 출범 40여일 앞두고 정원·조직 여전히 ‘안갯속’
  4. [교단만필] 다시, 우리 교실에 존중의 씨앗을 심으며
  5. 세종도시교통공사 '내부 갑질' 논란 반복… 자정 시스템 없나
  1. '3조 7000억 원 규모'…태안∼안성 민자고속도로 추진 가속화
  2. 박석연 유성구의원 ‘순환형 유성경제' 방안 모색 간담회
  3. [기고] 대학 간 경계 허무는 충청권 국립대 연합체계
  4. 천수만 악취·부유물 ‘이상조류’가 원인… “담수호 방류로 미세조류 급증”
  5. 충남 숙원 '석탄화력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지역경제 회복 기대감↑

헤드라인 뉴스


대전세종 경제자유구역 지정 `출발신호` 기다린다

대전세종 경제자유구역 지정 '출발신호' 기다린다

대전과 세종을 글로벌 신산업 광역 거점도시로 이끌 밑바탕이 될 대전·세종 경제자유구역(이하 경자구역) 지정이 가시화 되고 있다. 그동안 지정의 걸림돌이었던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 개발제한구역(GB) 해제 안건이 지난 6월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고시가 이뤄지지 않아 대전시는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안산산단 GB해제 고시가 이뤄지면 '우주·국방 산업 특화' 전략을 앞세우고 있는 경자구역 지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시는 8월이나 9월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세종..

공소청으로 바뀌는 대전검찰청… 출범 40여일 앞두고 정원·조직 여전히 ‘안갯속’
공소청으로 바뀌는 대전검찰청… 출범 40여일 앞두고 정원·조직 여전히 ‘안갯속’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출범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전공소청의 정원과 세부 조직이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일선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동할 검찰 인력도 최종 확정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실제 공소청에 남아 근무할 인력과 구체적인 배치 역시 당분간 유동적인 상황이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청법이 폐지되고 공소청법이 시행되는 10월 2일부터 현재 검찰 조직은 공소청 체제로 전환된다. 공소청법은 대법원에 대응하는 공소청을 두고 고등법원에는 광역공소청, 지방법원과 가정법원에는 지방공소청을 각..

202027 수시 9월 7일 스타트… 지역대 신입생 10명 중 9명 뽑는다
202027 수시 9월 7일 스타트… 지역대 신입생 10명 중 9명 뽑는다

2027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9월 7일 시작되는 가운데 대전권 대학들의 '신입생 모시기'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전권 주요 4년제 대학 8곳은 수시에서 1만7400여 명을 선발한다. 비수도권 대학이 신입생 10명 중 9명을 수시로 뽑는 만큼 수시는 수험생의 진학과 지역대의 신입생 확보를 좌우하는 승부처다. 올해는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이 늘고 의과대학에 지역의사선발전형이 도입됐다. 대학과 모집단위마다 학생부 반영방법과 수능최저학력기준, 면접·실기 일정도 다르다. 중도일보는 2027학년도 수시모집을 앞두고 입시 흐름과 대전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 ‘더위야 가라’…도심 속 숲길 걸으며 休 ‘더위야 가라’…도심 속 숲길 걸으며 休

  • ‘방독면 착용은 이렇게’ ‘방독면 착용은 이렇게’

  • 폭발물 테러 및 화재 대응 훈련 폭발물 테러 및 화재 대응 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