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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 유성구 성북동 성북천 둑방 중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황국신민서사비. 이번에 발견된 비석은 대전에서만 5번째 발견된 황국신민서사비다. (사진=이현제 기자) |
대전 유성구 성북동의 한 하천 제방을 이루는 석재로 사용된 채 발견됐는데, 회덕초 인근과 한밭교육박물관, 대전여고, 유성초에 이어 대전에서 확인된 5번째 황국신민서사비다.
특히 비석마다 발견 경위와 해방 이후 남겨진 모습이 제각각인 데다, 이번에는 수십 년간 하천 제방의 석재로 사용돼 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비석의 이동 경위와 보존 방안 등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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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성북동 황국신민서사비 옆면에 보이는 기원2600년. 기원 2600년은 일본이 초대 천황의 즉위년을 원년으로 삼아 계산하는 기년법이다. (사진=이현제 기자) |
겉으로 드러난 옆면에는 흐릿하게 '기원 2600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기원 2600년은 일본이 초대 천황으로 여기는 진무 천황의 즉위년을 원년으로 삼아 계산한 기년법으로, 서기 1940년에 해당한다. 비석 아랫부분이 지면에서 살짝 들떠 있는 틈을 따라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황국신민'이라는 글자도 확인된다. 이 돌이 황국신민서사비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비석은 하천 제방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돌들과 함께 석재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제방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비석이 적어도 20여 년 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은 채 하천 둑을 이루는 석재로 사용돼 온 셈이다.
황국신민서사는 일제가 중일전쟁 이후 조선인의 민족적 정체성을 말살하고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기 위해 1937년 만든 맹세문이다. 일제시대 학교 조회와 각종 집회 등에서 암송을 강요했으며 학교와 관공서 등에는 맹세문을 새긴 황국신민서사비와 서사지주가 세워졌다.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이번 비석 역시 과거 진잠초등학교에 세워졌다가 오랜 세월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의 하천 제방으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히 언제, 어떤 경위로 옮겨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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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밭교육박물관에 홀대전시 방식으로 보존되고 있는 황국신민서사비. 중도일보 DB. |
현재 한밭교육박물관에 있는 황국신민서사비는 1995년 9월 산내초등학교 운동장이 홍수로 패이면서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1997년 한밭교육박물관으로 옮겨져 비석을 바로 세우지 않고 비스듬히 눕힌 이른바 '홀대전시' 방식으로 보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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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회덕초등학교 옆에 세워진 비석. (사진 제공=안여종 대전문화유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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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여고에서 발견된 황국신민서사비 모습. 중도일보 DB. |
유성초의 사례는 또 다르다. 학교 내 해방기념비로 알려졌던 비석이 일제강점기 황국신민서사비였다는 사실이 1941년께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옛 단체사진을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광복 이후 기존 황국신민서사비를 해방기념비로 재활용한 것으로, 일제의 황국신민화 상징물을 광복을 기념하는 비석으로 바꿔 사용한 사례다.
이처럼 대전에서는 황국신민서사비가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남거나 땅속에 묻히고, 교육자료로 전시되거나 다른 기념비로 재활용되는 등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다.
이에 이번 발견을 계기로 대전에 남은 황국신민서사비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기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별 비석의 설치 장소뿐 아니라 광복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위치와 형태로 남게 됐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는 "현재 주민들을 상대로 제방이 조성된 시기와 당시 상황 등을 확인하며 비석이 이곳으로 옮겨진 과정을 역추적하고 있다"며 "대전에서 황국신민서사비가 여러 형태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각각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함께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보존하고 기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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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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