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과거의 관성을 끊어내고, 이제는 '피벗'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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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과거의 관성을 끊어내고, 이제는 '피벗'할 때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 승인 2026-08-11 17:13
  • 신문게재 2026-08-12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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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호 교수
지각변동에 비견될 만큼 무서운 속도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생성형 AI와 디지털 전환(DX)의 폭풍, 인구 절벽과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여기에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환경까지 겹친 그야말로 초불확실성의 시대이다. 과거의 성공 공식은 유효기간을 다했고,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현상이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대전환의 파고 속에서 개인과 기업, 그리고 조직에 요구되는 가장 핵심적인 역량은 변화에 맞춰 방향을 기민하게 수정하는 능력, 즉 '피벗(Pivot)'이다.

'피벗'은 원래 농구에서 한 발을 축으로 고정한 채 다른 발을 움직여 방향을 바꾸는 동작을 의미하는 것인데, 경영학에서는 기존의 핵심역량과 가치는 유지하면서 사업 모델이나 목표 시장,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는 전략을 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과거처럼 정해진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가는 획일화 된 전략은 순식간에 수명을 다한다. 한 발은 자신의 정체성(Identity)에 단단히 붙들어 매되, 다른 한 발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과 시대의 흐름을 향해 가볍고 빠르게 움직여야 비로소 생존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피벗의 성공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온라인 DVD 대여 업체로 출발해 세계 최대 스트리밍 및 콘텐츠 공룡으로 거듭난 넷플릭스(Netflix)가 대표적이다. 협업 플랫폼 '슬랙(Slack)' 역시 본래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던 중 내부 소통을 위해 만든 채팅 메신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신속히 체질을 바꾼 결과물이다. 두 기업 모두 기존 자산을 활용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과감히 항로를 변경했기에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이러한 피벗 전략은 과연 기업에만 국한될까. 결론을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학령인구 급감과 교육 패러다임 변화라는 위기에 직면한 대학 조직이야말로 피벗이 가장 절실하다. 과거의 학과·전공으로 엄격히 구분된 장벽과 공급자 중심의 교육방식에 머물러서는 미래형 인재를 키울 수 없다. 유연한 학사제도, 디지털·AI 융합,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연계로 대학의 체질을 빠르게 피벗해야만 지속 가능한 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필자가 소속된 대학 또한 교육 현장에서 피벗의 가치를 입증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와 AI·디지털 혁명의 파고에 맞서 전통적 대학 운영 방식에서 탈피해 과감한 특성화 및 교육혁신 피벗을 단행했다. 문화예술 중심의 전통적 강점을 살려 웹툰·애니메이션 단과대학을 선제적으로 신설하고, 특성화 중심의 유연한 학사제도를 도입하며 문화예술융합 특성화 대학으로 확고히 체질을 개선했다.

또한 최근에는 모든 전공에 AI와 SW를 이식하는 AX(AI Transformation) 체제로 혁신적 피벗을 이뤄내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혁신적 발전을 이끄는 앵커(Anchor) 대학으로서 대학의 역량을 지역 산업 및 문화 자원과 연계하는 상생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기존 역량을 축으로 삼되, 수요자 중심의 미래형 체질로 재빠르게 전환'한 대학 피벗의 성공적 모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피벗을 적용하고자 하는 사회와 조직에 이러한 사례들은 명확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빠른 시도와 민첩한 전환(Agility)'을 용인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정체성(축이 되는 발)에 대한 고집과 무모한 변신(움직이는 발)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핵심 자산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방향 전환만이 혁신으로 귀결될 수 있다. 셋째, 부서 간 경계를 허무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개방적 플랫폼 구조를 만들 때 조직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피벗할 수 있다.

"살아남는 것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라는 찰스 다윈의 격언처럼 오늘날 필요한 것은 거창한 유산이 아니라 시의적절한 피벗 능력이다. 주저함은 도태를 부르고, 기민한 피벗은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꾼다. 변화와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관성을 끊어내고, 미래를 향해 한 발을 내딛는 피벗의 결단이다.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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