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안전을 위한 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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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전을 위한 유난

김지윤 경제부 기자

  • 승인 2026-08-10 14:37
  • 신문게재 2026-08-11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쥬
김지윤 경제부 기자.
최근 한화생명 볼파크에 야구를 보러 갔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더위와 싸워야 했던 날이었다.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동안 숨이 막히는 듯했고, 한참 지나자 어지럼증까지 느껴졌다. 기자 역시 경기장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피로를 느꼈던 날이다.

더 눈에 들어온 것은 현장 스태프들이었다. 경기장 한쪽에서 분리수거를 하던 스태프가 더위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 관중들이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경기장 곳곳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정작 폭염 속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라고 예외일 수 없다. 선수들은 뜨거운 그라운드 위에서 장시간 경기를 치르고, 코칭스태프와 심판, 운영 인력 역시 경기 내내 더위에 노출된다. 관중도 마찬가지다. 최근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는 온열질환을 호소하거나 쓰러지는 관중까지 발생했다.

그럼에도 폭염에 따른 경기 취소를 두고서는 "취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하루 기온이 내려가면 "이 정도면 다시 경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팬들의 아쉬움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 경기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 크다. 어렵게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경기 취소가 달가울 리도 없다. 구단 역시 일정 조정과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러나 폭염 문제를 경기의 중요도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프로야구는 선수만의 스포츠가 아니다. 수만 명의 관중과 심판,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 미화·경호·매표 등 수많은 인력이 한 공간에서 장시간 움직인다. 경기 하나를 강행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위험의 범위가 그만큼 넓다.

특히 온열질환은 사고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늦을 수밖에 없다. 경기 중 누군가 쓰러지고 나서야 폭염의 위험성을 인정한다면 선제적 안전 관리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진다.

하루 기온이 평소보다 낮아졌다고 해서 상황이 모두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경기 개최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 기온뿐 아니라 체감온도와 습도, 일사량, 경기장 환경, 선수와 관중의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같은 기온이라도 경기장에서 사람이 느끼는 위험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O가 폭염 대응 기준을 마련하고 경기 취소 판단을 세분화한 것도 결국 이런 위험을 사전에 줄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기준이 마련됐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실제 현장에서 위험 신호가 포착됐을 때 이를 얼마나 빠르고 보수적으로 적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스포츠에서 경기의 연속성과 흥행은 분명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안전과 맞바꿀 수 있는 가치는 아니다. 일정은 조정할 수 있고 경기는 다시 열 수 있지만, 한 번 발생한 사고는 되돌릴 수 없다.

폭염 속 프로야구에서 필요한 것은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낙관적인 판단보다 한발 앞선 대응이다. 경기 취소를 두고 '유난스럽다'는 평가가 나오더라도 안전을 위한 판단이라면 감수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안전 문제에서만큼은 조금 더 유난스러워도 된다.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올여름 프로야구가 팬들에게 보여줘야 할 경쟁력은 무리해서라도 경기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와 관중, 현장 인력의 안전을 우선하는 운영 능력 역시 프로스포츠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김지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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