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임병학/원광대 교수, (재)아침편지문화재단 K-대안교육연구소 부소장 |
교육 문제를 이렇게 토론 없이 심사숙고 없이 단기간에 12개 시도교육청에서 269개교(월드스쿨 126교, 후보학교 143교)에 도입되는 것이 교육인가? 되묻게 된다. 교육감의 선거 공약으로 채택되면서 전방위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2013년 공교육에 IB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는 여러 가지 문제로 102개교(2022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도 유의미하다.
물론 IB가 우리 교육에 던진 충격은 작지 않다. 암기식 교육을 넘어 탐구와 토론, 과정 중심 평가를 강조했고, 학생을 능동적인 학습자로 세우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IB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IB를 교육의 정답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무비판적 IB 도입이 우리 교육의 정체성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
IB 교육을 검토하면, 첫째, 교육의 근본 철학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최근 연구들은 IB가 완전히 새로운 교육철학이 아니라 본질주의, 신본질주의, 진보주의, 문화적 리터러시 등 여러 서구 교육철학을 혼합한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학습자상, 교육과정, 교수·학습, 평가 역시 이러한 철학의 부재를 지적한다.
교육은 교육과정이나 수업 방법보다 먼저 교육철학이 있어야 한다. "왜 교육하는가?", "어떤 인간을 길러야 하는가?",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먼저 있어야 교육과정도, 교수법도, 평가도 그 위에서 설계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IB 논의는 대부분 탐구수업, 개념학습, 과정중심평가, 논술형 평가와 같은 교육기술에 머물러 있다.
둘째, IB는 국제교육을 표방하지만 교육내용은 여전히 서구의 학문 전통과 문화에 크게 의존한다. 세계시민교육을 말하지만, 역사와 철학, 문학과 예술의 중심축은 여전히 서구적 문화유산이다. 최근 연구에서도 IB가 문화적 리터러시를 강조하면서도 특정 문화권의 관점을 중심에 둘 가능성과 문화적 편향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세계시민을 양성한다는 구호 아래 정체성 없는 국제적 재주꾼을 기르고 있는 자기모순을 가지고 있다.
교육은 세계를 배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먼저 자기 나라를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 학생이 한국의 역사와 철학, 문화와 정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세계시민만을 말한다면, 그것은 뿌리 없는 세계화가 될 위험이 있다.
셋째, 교수법 역시 서구 교육학 위에 세워져 있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듀이의 경험교육, 브루너의 발견학습과 내러티브, 구성주의의 탐구학습은 분명 현대 교육학의 중요한 성과이다. 또 인류 보편의 가치로 볼 수 있는 자유, 평등 이라는 가치가 IB의 핵심적 내용으로 강조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인류 문화유산 중 일부를 소홀하게 취급하는 이중 문화적 편견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 IB는 국제 인증체계인 만큼 지속적인 인증비와 운영비, 교원 연수 등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공공재이다. 국가 교육의 핵심 체계를 외부 기관의 인증과 운영체계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다섯째, 한국 대학입시와의 연계도 여전히 과도기적이다. 제도 개선의 과정에 있지만, 우리 교육 전체를 IB 중심으로 재편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오히려 IB를 충분히 배우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운다는 것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와 기술을 만들어 낸 나라이다. 이제는 교육철학도 수입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안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훌륭한 교육철학의 전통이 있다.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은 교육의 목적을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삶'으로 제시하였다. 홍익인간의 이념은 우리의 「단군신화」의 핵심적 내용이다. 단군신화에서는 하나님인 환웅과 땅님인 웅녀가 만나서 단군왕검이 탄생하는 이야기로, 이 속에서는 교육철학의 인간관, 세계관, 교육관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
단군신화에서 인간은 하늘의 마음을 받은 존재로는 이미 선성(善性)이 있으며, 교육은 그것을 발견하고 실천하도록 돕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또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라는 천·지·인(天地人)과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세계관을 담고 있으며, 곰이 웅녀로 변화하고 끊임없이 살리고 살리는 생생(生生)의 교육관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한국형 바칼로레아(KB)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 준다.
특히 한글은 세계로 확산되는 K-컬처의 중심에 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위대한 문자인 한글을 통해 한국철학의 정수(精髓)를 배울 수 있다. 「훈민정음」에 들어 있는 태극(太極), 음양(陰陽), 오행(五行), 천·지·인(天地人)의 이치를 배움으로써 단순히 언어를 습득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철학과 문화를 통해 창의적 인간으로 성숙할 수 있다.
필자는 IB 교육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IB의 탐구학습과 과정중심평가, 학생 중심 교육은 적극 수용하되, 그 바탕에는 한국의 철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은 한 나라의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은 빌릴 수 있어도, 그 안에 담길 정신까지 수입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이 이제 만들어야 할 것은 IB의 한국어판이 아니라, 한국철학 위에 세워진 한국형 바칼로레아(KB)이다. 그것이 교육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교육철학을 세계에 제안하는 나라로 나아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임병학/원광대 교수, (재)아침편지문화재단 K-대안교육연구소 부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