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더 쉽게 만드는 시대, 더 깊게 배우는 교육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더 쉽게 만드는 시대, 더 깊게 배우는 교육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교사 이현아

  • 승인 2026-08-06 17:35
  • 신문게재 2026-08-07 18면
  • 조선교 기자조선교 기자
KakaoTalk_20260804_094946623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교사 이현아
우리는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크게 애쓰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나에게 꼭 맞춘 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인터넷만 연결되면 생성형 인공지능이 단순한 궁금증 해결부터 속마음을 터놓는 친구 역할까지 한다. 새로운 글, 이미지, 음악, 그리고 코드까지 원하는 바를 알려주면 쉽고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과거의 우리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지혜를 가진 어른께 여쭤보거나 책에서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검색 포털 사이트의 등장은 학교 과제의 모습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며칠에 걸쳐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을 써야 했던 숙제는 인터넷에 있는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하는 과제가 되었다.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자료를 학습하여 그럴듯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시대, 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더 잘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정보교사인 나에게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더욱 큰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프로그래밍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문제를 추상화하고, 여러 개의 작은 문제로 나누어 해결 방법을 설계한 뒤, 이를 컴퓨터가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코드로 구현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배워 왔다. 그런데 이제는 적절한 프롬프트만 입력해도 순식간에 여러 코드가 완성된다. 오랫동안 공부해야 가능했던 일이 몇 초 만에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며 신기함과 함께 묘한 씁쓸함과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하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학생들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고, 구현 과정에서 막혀 포기하기보다 더 다양한 시도를 이어 갈 수 있었다. 덕분에 교실에서의 질문도 조금씩 달라졌다. "어떻게 코드를 작성할까?"에서 "왜 이런 방법을 선택했을까?", "이 결과는 정말 최선일까?",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자연어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주목받으며 더 이상 사람은 코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도 쉽게 들려온다. 분명 바이브 코딩은 자신의 생각을 소프트웨어로 표현하는 문턱을 크게 낮춰 준다.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장벽 때문에 아이디어를 구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생각'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기술이 쉬워졌다고 해서 배움의 본질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쉽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일수록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발전시키며, 더 나은 알고리즘을 고민하는 힘이 중요해진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코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그 결과를 수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많은 코드를 만들어 주느냐가 아니라, 그 결과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의 역량이다.

그래서 나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공교육에서의 체계적인 프로그래밍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밍은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새로운 기술을 막는 공간도, 무조건 받아들이는 공간도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다양한 인공지능 도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며, 또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교사는 그 도구를 통해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그럴듯한 결과에 감탄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설계해야 할 배움의 장면이라고 믿는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학생들이 만드는 결과물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교실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오히려 더 깊어져야 한다. 더 쉽게 만드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깊게 배우는 교육을 향해야 한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교사 이현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천해수욕장, 126명 안전요원 총출동
  2.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3.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4.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 국가인재위원회 신설… 거점국립대 3곳 성장엔진·AI 분야 패키지 지원
  5.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1. 성남시, 1기 분당신도시 교통정책 새판 짠다
  2. 세종시 '동네 의원' 2곳 폐원… 지역 사회 도마 위
  3. 충청권 공립 신규교사 1244명 사전예고… 대전 초등 34명서 4명으로
  4. 과학기술정보연구원, 1억원 상당의 신기술 기업 이전 완료
  5. 컨텍, 우주 지상국 서비스 기업 KSAT과 안테나 6기 계약 체결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대전시가 2037년까지 전력자립도 108%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 산업계는 목표 달성의 핵심인 대형 발전소 건설이 과거 서구 평촌산업단지 LNG발전소 건설 추진 당시처럼 주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6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5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전의 전력자립도는 2.96%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력자립도가 5%를 밑도는 지역은 전국에서 대전이 유일하다. 16위 광주(9.56%)의 3분의 1에도 못..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철도사업의 출발점인 정부의 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26~2035년) 발표가 임박하면서 지역 철도사업 반영을 위해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의 역량 집중이 요구된다. 전국 지방정부 건의와 국정과제 등 검토사업만 300개 600조원에 달해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6일 대전시와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연내 확정할 전망이다. 당초 지난해 말 발표가 예정됐지만, 국토교통부는 발표를 올해로 미뤘다. 6월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지역 간 갈등과 선거 전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송전선로 반대 대행진, 서구청장에 "직접 나서 의견수렴·대안 제시해야"
송전선로 반대 대행진, 서구청장에 "직접 나서 의견수렴·대안 제시해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과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 대행진 참가단이 대전에 도착해 주민 의견 수렴과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6일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송전탑백지화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20여 명은 유성구청에서 서구청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뒤 전문학 서구청장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전에서는 서구와 유성구 일부 지역을 경과대역으로 하는 345㎸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되면서 예정 지역 주민들이 건강권과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참가단은 서구가 송전선로 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