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 삼촌과 조카의 기막힌 야구장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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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 삼촌과 조카의 기막힌 야구장 나들이

박경순/한남대 산학연구처 교수

  • 승인 2026-08-05 23:3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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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순/한남대 산학연구처 교수
중증 지체장애인으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황당하고 기막힌 경험들을 마주하곤 한다. 지난주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중3 조카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를 찾았던 날도 그랬다. 조카에게 야구장의 열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설레는 외출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공공 체육시설 관리행정의 민낯을 마주하는 씁쓸한 시간으로 바뀌고 말았다.

야구장에 도착해 장애인 주차구역(B1)이 만차인 것을 확인하고, 8면의 여유가 표시된 B2 구역으로 진입하려던 순간 현장의 아르바이트생이 출입을 가로막았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B2 구역은 '야구장 관계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아르바이트생 역시 부당한 지시 앞에서 아무 권한 없이 방패막이가 되어야 했던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싶어, 약간의 실랑이는 있었지만 크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설치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이다. 이를 '관계자 할당제'로 둔갑시켜 일반 장애인의 이용을 봉쇄한 것은 심각한 권한 남용이다. 들떠 있던 조카 앞에서 경기를 관람하러 온 장애인 삼촌의 정당한 권리를 거부당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씁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욱 경악스러운 일은 현장 아르바이트생의 안내로 간신히 차를 주차한 옆 건물 한밭종합운동장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졌다. 휠체어를 타고 지상으로 오르기 위해 찾은 엘리베이터는 고장 난 상태였다. 담당자에게 문의 전화를 걸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차량 출구 쪽으로 휠체어를 타고 올라오시라"는 것이었다.

지하주차장 진출입 램프는 급경사에 비장애인이 걷기에도, 위험한 구간이다. 차들을 마주하며 중3 조카가 휠체어를 위태롭게 밀고 올라가거나, 장애 당사자인 내가 직접 바퀴를 굴려 가파른 찻길을 올라가라는 말인가. 이는 공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대응 매뉴얼조차 없이 장애인의 안전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통행을 강요한 셈이다.

이 일이 있은 직후, 주저 없이 국민신문고, 시청, 시의회, 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에 내가 겪은 사안의 부당함과 네가지 사항을 강력히 촉구했다. 나와 같은 누군가는 어쩌면 현실의 벽 앞에 체념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을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애당사자의 시선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견고한 행정 편의주의의 균열을 내고, 실질적인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이끌어내는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첫째, 부당한 주차 통제 지시자 규명 및 엄중한 책임 추궁이다. 현장에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아르바이트생에게 꼬리 자르기 식으로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되며, 임의 통제를 지시한 상부를 명확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둘째,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투명하고 적법한 운영이다. 공공 체육시설 내 장애인 주차구역은 특정 기관의 사유물이나 관계자 할당제로 남용될 수 없다. 법의 취지에 맞게 야구장을 찾은 모든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도록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셋째, 비상시 교통약자 안전 이동을 위한 현장 밀착형 대응 매뉴얼 수립이다. 승강기 고장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휠체어 이용자가 급경사의 진출입 램프 등 위험천만한 차량 통행로로 내몰리지 않도록 세밀하고 즉각적인 안전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수립된 매뉴얼의 실질적 이행과 평등한 접근권의 확실한 보장이다.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수립된 안전 매뉴얼을 즉각 행동으로 옮기고, 장애인이 안전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장애 당사자로서 내가 겪은 하루의 씁쓸한 경험은 비단 나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장애인들이 제한, 배제, 분리, 거부, 그리고 위험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턱을 낮추고,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기를 바란다.

박경순/한남대 산학연구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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