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AI 시대, 지역대학은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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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AI 시대, 지역대학은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김용하 건양대 총장

  • 승인 2026-08-04 17:50
  • 신문게재 2026-08-05 18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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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총장
한국 고등교육의 위기는 더 이상 경고가 아니다. 이미 현실이다. 학령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고, 지역의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향한다. 지역 산업의 활력까지 떨어지면서 지역대학은 학생 감소와 지역 쇠퇴라는 두 개의 파도를 동시에 맞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이 과거의 방식에 머문다면 미래는 없다. 정해진 지식을 교수자가 전달하고 학생이 이를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를 평가하는 교육은 AI 시대에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어떤 문제를 찾아내고 서로 다른 지식과 기술을 연결해 어떤 해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이다.

따라서 지역대학의 혁신은 AI 강좌 몇 개를 개설하거나 새로운 장비를 들여놓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산학협력이다. 그동안 대학은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활용할 기업을 찾는 공급자 중심의 산학협력에 익숙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은 대학의 연구 성과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현장의 문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업과 지역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제시하고 대학의 교수와 학생이 AI와 전공지식을 활용해 답을 찾아가는 '수요 중심의 실증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AI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제조든 의료든 국방이든 바이오든 농식품이든 지역이 가진 산업에 AI를 접목해 실제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을 개선하고,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며, 영상과 센서 정보를 활용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작은 성공들이 쌓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 현장 자체를 학생들의 교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학생이 교수가 만들어 놓은 정답을 찾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과 지역사회가 실제로 겪는 문제를 직접 만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AI를 활용해 해결책을 제시해봐야 한다. 실패도 해보고 다시 설계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대학이 진짜 문제를 가르칠 때 학생은 진짜 역량을 갖게 된다.

교육과정 역시 과감히 바꿔야 한다. 전공이라는 울타리를 높게 쌓아 놓고 4년 동안 정해진 과목을 이수하게 하는 방식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을 따라갈 수 없다.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필요한 역량을 선택하고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학도가 경영과 데이터 분석을 배우고, 인문사회 전공자가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와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학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전공을 지키는 것보다 전공을 연결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AI를 잘 다루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AI를 도구로 활용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있다. 대학이 길러내야 할 인재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AI가 모든 전공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전공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역대학은 수도권 대학을 닮으려는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규모와 인지도로 경쟁하면 승산이 크지 않다. 대신 자신이 자리 잡은 지역의 산업과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야 한다. 지역의 문제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가장 잘 해결하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지역대학의 경쟁력은 수도권 대학과 얼마나 닮았느냐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얼마나 필요한 대학이냐에 달려 있다.

대학이 지역의 실험실이 되고, 지역 산업이 학생들의 교실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성장한 학생이 다시 지역 기업과 기관으로 들어가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다면 인재 유출의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 지역대학과 지역 산업, 그리고 청년의 성장을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묶어내는 것, 그것이 지역대학이 찾아야 할 새로운 생존 방식이다.

지역대학의 위기를 학령인구 감소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학생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대학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AI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다. 지역대학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업도, 더 화려한 구호도 아니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학, 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설계하는 대학으로 근본부터 바뀌는 것이다. 지역대학의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이며, 동시에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다.

/김용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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