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산업의 쌀 반도체, 미래 산업을 움직이다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산업의 쌀 반도체, 미래 산업을 움직이다

강대화 한국폴리텍대학 대전캠퍼스 반도체장비제어과 교수(공학박사)

  • 승인 2026-08-04 14:29
  • 신문게재 2026-08-05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강대화
강대화 한국폴리텍대학 대전캠퍼스 반도체장비제어과 교수(공학박사)
인공지능(AI)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 가까이 들어와 있다. 학생들은 AI로 학습 자료를 정리하고, 직장인들은 문서 초안과 번역, 데이터 분석에 활용한다. 기업 현장에서는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AI가 쓰인다. 이제 AI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활과 산업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됐다.

하지만 AI가 제 역할을 하려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반이 필요하다. 바로 반도체다. AI는 사람의 질문을 이해하고 답을 만들거나, 사진과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계산한다. 이 일을 뒷받침하는 것이 반도체다. 아무리 뛰어난 AI 프로그램이 있어도 데이터를 제때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가 없다면 제대로 성능을 내기 어렵다.

AI 시대에 주목받는 반도체로는 GPU와 HBM을 들 수 있다. GPU는 원래 화면의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장점 때문에 AI 학습과 추론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든 고대역폭 메모리다. AI가 다뤄야 할 데이터가 커질수록 GPU의 연산 능력만큼이나 HBM의 빠른 데이터 전달 능력이 중요해진다. AI에 특화된 NPU와 특정 목적에 맞춘 ASIC도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AI의 활용 무대도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AI는 주로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작동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자동차, 가전제품 안에서 직접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음성 인식, 통·번역, 사진 편집 같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고, 개인정보를 기기 안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변화는 작으면서도 전력 소모가 적고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 기술을 더욱 필요로 한다.

앞으로는 AI와 로봇이 결합해 실제 공간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시대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공장에서 로봇이 작업을 돕고, 물류 현장에서 스스로 이동하며, 자동차가 주변 상황을 인식해 안전을 지원하는 모습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AI가 판단을 맡는 두뇌라면 로봇은 움직이는 손발이고, 반도체는 두 기술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변화가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AI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메모리에 더해 시스템 반도체, 첨단 패키징, 장비와 소재, AI 응용 기술까지 경쟁력을 넓혀야 한다. 어느 한 분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설계와 생산,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발전해야 AI 반도체 생태계도 탄탄해질 수 있다.

반도체는 흔히 '산업의 쌀'로 불린다. 쌀이 우리의 식생활을 지탱하듯,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의료기기, 통신장비와 공장 설비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에는 그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AI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하며, 이는 곧 고성능·저전력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눈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반도체는 디지털 전환과 미래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부품이다.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 자립이 국가 경제와 안보의 중요한 과제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의 기업과 교육기관도 변화의 흐름을 함께 읽고, 현장에 필요한 기술과 인재를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이는 청년에게 새로운 진로를 열고 지역 산업에는 성장의 활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공정관리, 장비제어는 물론 AI와 로봇, 스마트팩토리를 이해하는 실무형 인재가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것을 현장에 적용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AI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반도체와 인재를 함께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경쟁력은 AI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지탱하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강대화 한국폴리텍대학 대전캠퍼스 반도체장비제어과 교수(공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통합 무산 충남대 ‘다음 수’ 찾기 고심
  2.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마침표… 어게인 여·야 합의로 찍어야
  3.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4. 이제는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시대... 우려 목소리 여전
  5. 제24회 이동훈미술상 신현국 작가 본상 영예
  1. 국민의힘,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임명… 대전 서구을은 추가 논의
  2. 대전사랑메세나·대전시 새마을회, 나눔과 봉사 실천 위한 협약식
  3. 충청권 성적 촬영물 협박·강요 증가…대전 최다
  4. 서산시 해미읍성 옆 유휴공간이 '꽃밭'으로, 주민 손길로 새단장
  5. 고성규 한의학연구원장 "한의뇌신경과학 공동연구 확대 및 국제화"

헤드라인 뉴스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새롭게 문을 연다. 지역에서는 대전고등검찰청이 대전광역공소청으로, 대전지방검찰청이 대전지방공소청으로 변경돼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개정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은 1948년 설립 이후 78년 만에 폐지되며 업무는 10월 2일부터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원화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에서 수사 기능은 떼어내고 공소, 그러니까 재판 관련 업무만 남긴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 것. 이와함께 기존의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아닌 '중수청'이..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