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유례없는 폭염과 인류의 멸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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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유례없는 폭염과 인류의 멸종 위기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 승인 2026-08-03 16:28
  • 신문게재 2026-08-04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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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진 충남대 교수
정말 견디기 어려운 무더운 날씨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중대경보까지 발효되고 있다. 이 더위는 잠시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당분간 더 더워질 것이라는 예보도 있다. 지구 온난화의 현상인 폭염은 단순한 계절적 무더위를 넘어, 우리 사회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고로 다가오고 있다. 매년 새롭게 갱신되는 폭염 신기록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우리는 그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가장 더운 여름을 매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앞으로 살아갈 미래와 비교한다면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도 있다. 지금 더위로 인해 겪는 고통은 앞으로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 온난화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는 전세계의 공동 대응을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9세기 산업화 이전 2°C 이하로 제한하고, 가능하다면 1.5°C 이하로 억제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정하였다. 이러한 기준이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기후 재난의 한계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2024년에 이미 연평균 기온이 1.5°C 이상 상승하여 이러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는 모델은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기온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무더운 여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식량 생산 위기, 물 부족, 그리고 이상기후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 등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구적 규모의 급격한 기후 변화는 이미 인류가 경험한 바 있다. 지금부터 약 2만 년 전의 최후빙하극성기 동안에는 지구 평균 온도가 지금보다 5°C 이상 낮았고 빙하와 만년설이 대부분의 고위도 지방과 고산지대를 덮고 해수면은 120m 이상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극심한 환경의 생존 위협을 마주한 호모 사피엔스는 뛰어난 적응 능력를 보여주면서 전 세계 각지로 진출하였다. 12,000년 전부터 다시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후빙기의 환경에서는 농경과 가축 사육의 시작, 토기의 제작과 사용이라는 새로운 문화적 성취를 달성하면서 인류 문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지구의 온난화가 상당 기간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그 적응 능력의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인류 전체가 멸종하게 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하지만 종(species)으로서의 인류는 계속 지속된다고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겪는 일부 집단은 절체절명의 생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이들은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필요한 고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저개발국가와 각 사회의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과 노약자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폭우와 폭염 등의 기후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직접적 피해가 발생하는 곳은 바로 이러한 사각지대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폭염과 같은 기후 위기의 피해를 직접 겪게 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고 중앙과 지방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절실하다. 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여 폭염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노인, 쪽방 주민, 노숙인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냉방 물품을 지원하고, 무더위쉼터의 운영 시간을 확대하고, 폭염 집중시간대의 야외작업을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사회기반시설 점검과 농축수산업 지원 방안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은 선심성 복지 정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폭염은 특히 노약자와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치명적이며,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는 곧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냉방 시설 지원, 폭염 경보 체계 강화, 취약 계층 보호 정책 등은 우리 사회가 기후 위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폭염은 지구 온난화의 가장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얼굴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폭염이 인류 멸종의 서막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더 뜨거워지기 전에,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면서 재생 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과감한 혁신이 시급하며, 동시에 심화하는 기후 위기 속에서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을 보호하면서 함께 공존해나가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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