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워터파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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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워터파크에서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6-08-02 12:28
  • 신문게재 2026-08-0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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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경제부 차장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과 함께 강원도의 한 워터파크를 찾았다. 긴 대기 줄이 있을 것이 뻔해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가족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자 먼 길을 나섰다.

예상대로 놀이기구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성수기이니 어느 정도 기다릴 각오는 했지만 이상했다. 예상보다 줄이 줄어들지 않아서였다. 아들과 끝말잇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려 탑승 구역에 올라가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일반 대기 줄과 별도로 마련된 통로를 통해 '○○패스'를 구매한 이용객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였다. 세상에는 부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일반 이용객의 순서를 보장하기 위해 패스권 3팀당 일반권 1팀을 배정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패스 이용객 3팀이 연속으로 탑승하면 최소한 일반 이용객 1팀을 탑승시킨다는 설명이었다.

몇 달 전 온라인에서 자녀 교육을 문제 삼으며 놀이공원에서만큼은 이 같은 우선 탑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참 별걸 다 문제 삼는다'고 생각했다. 돈을 더 낸 사람이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비행기 좌석도, 공연장 좌석도, 호텔 객실도 지불한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놀이공원이라고 예외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막상 자녀와 함께 긴 줄에 서서 같은 일을 겪어보니 생각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아들의 눈에는 별도 통로에서 온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고 먼저 타는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새치기처럼 비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평소 아들에게 돈의 가치를 말해 왔기에 이해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 사람들은 한 사람당 10만 원 더 내고 ○○패스권을 산 거래. 우리도 저거 살까?"

아들은 우리 세 식구가 패스권을 구매하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들지 계산하는 눈치였다. 옆에 있던 아내는 "몇 번 타면 몇백만 원 우습게 쓴다"며 귀엽게 핀잔을 줬다.

마침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놀이기구에 올라탄 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즐거워했고, 나 역시 잊은 채 남은 휴가를 즐겼다.

그날 밤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낮에 느꼈던 묘한 불편함이 다시 떠올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누군가는 돈을 아끼는 대신 기다리고, 누군가는 추가 비용을 내고 기다림을 줄인다. 각자의 형편과 판단에 따른 선택이라고 보면 간단한 문제다. 하지만 놀이기구의 좌석은 한정돼 있다. 누군가의 순서를 앞당기면 다른 누군가는 그만큼 뒤로 밀리게 된다. 이날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권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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