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교류도시 의료지원 20년...'생명 살리는 도시외교'

  • 전국
  • 수도권

인천시 교류도시 의료지원 20년...'생명 살리는 도시외교'

175명의 아이에게 건강한 내일 선물
인천 의료기술과 민관 협력 사업
국경을 넘어선 나눔의 가치 실천

  • 승인 2026-07-28 08:53
  • 주관철 기자주관철 기자
ㅂ
초청 대상 환아가족과 의료진들/사진=인천시 제공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말을 처음에는 믿지 못했어요. 지난해 같은 사업으로 수술을 받은 아이의 가족에게 몇 번이나 물어보고서야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온 여섯 살 악졸(Akzhol)의 어머니 제엔꿀(Zheenkul) 씨는 아이가 의료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악졸은 여섯 남매 중 막내이자 유일하게 질환을 안고 태어난 아이였다. 출생 직후 심실중격결손과 폐 질환을 발견했지만, 어린 나이와 가정의 경제적 사정 때문에 수술을 미뤄야 했다. 항공료부터 수술·입원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믿기 어려웠던 제엔꿀 씨는 지난해 이 사업으로 아이의 수술을 마친 가족에게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신이 우리 아이를 선택한 것 같았습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을 되찾은 악졸을 바라보며 제엔꿀 씨는 당시의 벅찬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술을 마친 악졸은 전보다 잠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힘들어서 보채는 일도 줄었다. 제엔꿀 씨는 아이가 앞으로 수영선수를 꿈꿀 만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사업에 참여한 기관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두 손을 모으고 눈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함께 입국한 두 살 리낫(Rinat)은 팔로 사징후로 인해 손가락과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을 겪었다. 초청치료 대상자로 선정돼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뒤에는 청색증이 사라지고 건강한 혈색을 되찾았다. 어머니 미르굴 씨는 "아이에게 새로운 심장과 새로운 기회를 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며 "리낫이 건강하게 자라 통역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악졸과 리낫이 한국에서 수술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인천시가 추진하는 '아시아권 교류도시 의료지원사업'을 통해서다. 인천시는 아시아 교류도시의 의료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도시 간 우호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07년 이 사업을 시작했으며, 올해로 출범 20년을 맞이했다.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여정은 현지진료에서 시작된다. 의료진이 직접 교류도시를 찾아 환자를 진료하고, 국내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를 인천으로 초청해 수술과 치료를 이어간다. 인천시는 환아와 보호자의 항공료, 국내 교통비 및 의료진 현지진료 비용 등을 지원하고, 의료기관은 수술·치료·입원비를 부담한다. 민간단체와 현지 협력기관은 대상자 발굴부터 입·출국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지난 20년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몽골 등 아시아 교류지역 환자 175명이 인천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이 현지를 찾아 진료한 인원도 6792명에 이른다.

초청치료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어린이다. 제때 수술하면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지만, 현지 의료환경과 긴 수술 대기시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큰 아이들이다.

올해 첫 번째 의료지원사업의 대상지는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다. 길병원 의료진은 지난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현지에서 심장질환 환아 55명을 진료한 뒤, 질환의 중증도와 수술 후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해 환아 4명을 초청치료 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환아와 보호자, 현지 인솔자 등 9명은 7월 9일 입국해 가천대 길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인천시는 지난 27일 완치행사를 열어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격려했으며, 초청치료 일정을 마친 아이들은 7월 28일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번 수술을 담당한 최창휴 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국내 체류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아이의 상태와 수술 가능 여부, 수술 후 회복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초청 대상자를 선정한다"며 "인천시와 의료기관,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아이들이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한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과거 이 사업으로 수술받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 한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 가장 가슴이 뭉클하다"고 전했다.

20년 동안 사업이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공과 의료기관, 민간단체의 역할 분담이 있다. 인천시는 교류도시와의 협력 및 행정·재정적 지원을 맡고, 길병원 등 지역 의료기관은 전문 의료진과 치료 역량을 제공한다. 밀알심장재단과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등 민간단체는 현지 환자 발굴과 후원을 통해 사업을 뒷받침한다. 이 같은 협력체계는 일회성 지원이나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생명과 삶을 매개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며, 인도주의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지방외교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난 20년간 이어온 의료지원사업은 인도적 지원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생명의 가치를 나누는 '사람 중심의 도시외교'의 결실"이라며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곧 한 나라의 미래를 살리고 굳건한 연대의 뿌리를 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인천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역량과 민관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의료취약계층 지원을 지속·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국경을 넘어선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국제도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주관철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제는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시대... 우려 목소리 여전
  2. 제24회 이동훈미술상 신현국 작가 본상 영예
  3. 고성규 한의학연구원장 "한의뇌신경과학 공동연구 확대 및 국제화"
  4. 국민의힘,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임명… 대전 서구을은 추가 논의
  5. 서산시 해미읍성 옆 유휴공간이 '꽃밭'으로, 주민 손길로 새단장
  1. 지역 최고의 인물 화가 홍상혁 화백 개인전
  2. 대전 폭염 관련 구급출동 35건…전년 대비 35% 감소
  3. '천안흥타령춤축제 2026' 개막, 참여형 축제로 탈바꿈
  4. 대전사랑메세나·대전시 새마을회, 나눔과 봉사 실천 위한 협약식
  5. “학교에서 느낀 불편·아이디어를 정책으로"…대전교육청, 교육정책 공모

헤드라인 뉴스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새롭게 문을 연다. 지역에서는 대전고등검찰청이 대전광역공소청으로, 대전지방검찰청이 대전지방공소청으로 변경돼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개정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은 1948년 설립 이후 78년 만에 폐지되며 업무는 10월 2일부터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원화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에서 수사 기능은 떼어내고 공소, 그러니까 재판 관련 업무만 남긴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 것. 이와함께 기존의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아닌 '중수청'이..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