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금만 더"가 부르는 여름철 사고…멈춤이 생명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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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금만 더"가 부르는 여름철 사고…멈춤이 생명을 지킨다

안승현 서산소방서 구급대원·소방교

  • 승인 2026-07-28 00:19
  • 임붕순 기자임붕순 기자

여름철 온열 질환과 물놀이 사고 등은 몸의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활동을 지속할 때 주로 발생하므로 안일한 판단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휴식을 취하고 구명조끼 착용 등 기본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지 않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위험을 감지한 순간 잠시 멈추는 용기가 필요하며, 응급 상황 시에는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여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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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현 서산소방서 구급대원·소방교(사진=서산소방서 제공)
한여름이면 119 구급차는 어느 때보다 분주해진다. 폭염으로 쓰러진 시민, 계곡과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물놀이 사고, 벌 쏘임으로 응급실 이송이 필요한 환자까지 현장에서 마주하는 사고의 모습은 다양하다.

사고의 원인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수많은 현장을 경험한 구급대원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사고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의 사고는 갑자기 찾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몸과 주변이 여러 차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해서가 아니다. 알면서도 "조금만 더"라는 생각 때문에 위험을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일하면 끝난다.","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설마 나에게까지 이런 일이 생기겠는가." 이러한 안일한 판단이 때로는 응급상황을 키우는 출발점이 된다.

여름철 가장 흔한 사고 중 하나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이다. 농촌에서 일하거나 공사현장, 야외작업장, 운동장 등에서 장시간 활동하다 보면 어지럼증이나 두통, 심한 피로감, 메스꺼움, 근육경련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조금만 더 하면 된다"며 일을 계속한다.

하지만 우리 몸은 이미 위험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이때 활동을 멈추지 않으면 탈수와 체온 상승이 계속되면서 열탈진을 넘어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열사병은 체온조절 기능이 무너지는 응급질환으로 적절한 치료가 늦어질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폭염 속에서는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의식이 흐려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반응이 떨어지거나 갑자기 쓰러진다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물놀이 사고 역시 대부분 작은 방심에서 시작된다.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거나 수심과 유속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물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의 수영 실력을 과신하거나 음주 후 물놀이를 하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구조 과정에서도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본능적으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무리하게 구조에 나설 경우 구조자까지 위험에 빠지는 '2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익수자를 발견했다면 먼저 119에 신고하고, 구명환이나 튜브, 페트병, 긴 막대 등 부력이 있는 물건을 이용해 안전한 위치에서 구조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벌 쏘임 사고 역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벌에 쏘이면 대부분은 통증과 부종 정도로 끝나지만, 일부는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질 수 있다.

얼굴이나 입술이 붓고, 호흡곤란이나 전신 두드러기,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매우 위급한 상황이다. 이럴 때는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시 119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구급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사고의 종류는 달라도 위험을 키우는 과정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몸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경험과 체력을 과신하며, 위험한 상황에서도 조금만 더 버텨보려는 마음이 결국 사고를 키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물론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예고 없이 발생하는 질병도 있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위험신호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아차리고, 그 순간 잠시 멈추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사례는 현장에서 수없이 경험한다.

안전은 거창한 기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폭염특보를 확인하는 습관, 충분한 수분 섭취,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태도, 물놀이 전 구명조끼 착용,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는 판단, 그리고 응급상황에서는 주저하지 않고 119를 요청하는 행동이 안전의 시작이다.

특히 기억했으면 하는 말이 있다. "조금만 더"라는 생각을 멈추는 순간이 생명을 지키는 순간일 수 있다.

조금 더 일하고 쉬겠다는 생각, 조금 더 헤엄쳐도 괜찮겠다는 자신감,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응급처치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기도 한다.

구급대원에게 가장 반가운 출동은 사고가 커지기 전에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다. 빠른 신고와 적절한 초기 대응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응급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무리하게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것이다. 올여름만큼은 몸과 주변이 보내는 작은 위험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잠시 멈추는 용기, 위험을 피하는 판단, 그리고 신속한 119 신고가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안전수칙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안승현 서산소방서 구급대원·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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