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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섭 포스텍 교수 |
치킨이나 만두를 먹을 때 최고의 칭찬은 '겉바속촉'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야 맛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금속 재료 세계에서는 이 조합을 살짝 바꾼 '겉물속강'이 최고의 칭찬이 될 것 같다. 겉은 물러도 속은 강철처럼 단단한 금속, 이런 금속이 실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연구팀이 금속 미세조직을 거꾸로 설계하는 '역방향 기울기 구조'를 개발해 높은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는 부식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Corrosion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금속은 강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수소 앞에서 더 쉽게 부서지는 얄궂은 성질을 갖고 있다. 이른바 수소취성이다. 수소가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지금, 이 딜레마는 수소경제로 가는 길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수소 저장탱크와 배관, 연료전지 같은 인프라를 지으려면 튼튼하면서도 수소에 잘 견디는 금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깨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연구팀은 금속 내부 구조 순서를 통째로 뒤집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역방향 기울기 구조'라고 이름 붙였다. 이 구조를 적용한 고엔트로피 합금에서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금속 표면을 단단하게, 내부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설계하는 기존 정석을 뒤집고 연구팀은 표면에는 수소에 강한 '재결정 조직'을, 내부에는 강도를 끌어올리는 '냉간압연 조직'을 배치했다. 겉은 수소를 막아내는 역할을, 속은 힘을 내는 역할을 나눠 맡긴 셈이다.
이 설계의 핵심은 '구조적 차폐'라는 개념이다. 수소에 강한 표면층이 외부 환경을 먼저 견뎌내면서 안쪽 고강도 조직에는 수소가 아예 닿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별도 코팅이나 보호막을 덧씌우는 방식이 아니라, 금속 내부 미세조직의 배열 순서만 바꿔서 수소의 침투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조직이 함께 변형되면서 예상치 못한 시너지도 나타났다. 강도와 함께 잘 늘어나는 성질인 연성까지 같이 좋아진 것이다.
실제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합금은 일반 열처리 합금보다 항복강도가 약 2.4배 높았다. 그런데도 수소를 주입한 뒤 나타나는 연성 감소 폭은 기존 합금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강도는 훌쩍 뛰었는데, 수소취성이라는 약점은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표면 코팅이나 복잡한 후처리 공정 없이도, 미세조직의 배열 순서를 바꾸는 설계만으로 수소취성을 줄일 수 있다는 원리를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 원리는 수소 저장탱크와 배관, 연료전지 등 수소경제 인프라뿐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 쓰이는 고강도 구조재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섭 교수는 "표면 코팅에 의존해 온 기존 수소취화 대응을 넘어 미세조직 자체가 능동적으로 수소를 차폐하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며 "수소 저장·운송용 차세대 합금 설계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논문 제1저자인 친환경소재학과 박사과정 김래언 씨는 "자연 계층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역방향 기울기 설계가 강도와 연성 상충 관계는 물론, 수소취성 같은 환경 취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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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