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족구 명품도시’ 논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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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족구 명품도시’ 논산의 눈물

장병일 기자 (논산 주재)

  • 승인 2026-07-24 15:08
  • 수정 2026-07-26 15:10
  • 신문게재 2026-07-27 14면
  • 장병일 기자장병일 기자

대한민국 족구 명품도시로 불리던 논산시가 열악한 지원과 우수 선수들의 타 지역 유출로 인해 팀 해체 위기에 처하며 심각한 존립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현장 지도자들은 시의 미온적인 태도와 실효성 없는 약속을 비판하며, 고교 유망주와 시민족구단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예산 지원과 대책 마련을 강력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논산 족구의 붕괴가 지역 체육계 전체의 위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즉각적이고 특단적인 조치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장병일 기자(논산)
장병일 기자(논산 주재)
초등부부터 국방항공고, 건양대학교, 논산시민족구단에 이르기까지. 논산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족구 명품도시’다.

전국 대회만 나갔다 하면 우승을 휩쓸며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다. 하지만 화려한 위상 뒤에 숨겨진 논산 족구의 현재 주소는 절망적이다. 지금 논산 족구는 ‘심폐소생’이 시급한 골든타임의 한복판에 서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참담하다. 건양대에 진학했던 주력 선수들은 열악한 지원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경남, 강원 등 타 지역으로 이탈했다. 팀에 남은 단 한 명의 선수가 일반 선수들과 힘겹게 팀을 이뤄 논산 족구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고교 유망주들의 연쇄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1위 기량을 자랑하는 국방항공고 3학년 선수 3명은 결국 지역 대학(건양대) 진학을 포기하고, 연 1억 원 상당의 파격적인 지원과 예산을 보장하는 전북 우석대학교로 발길을 돌렸다. 지도자가 아무리 피눈물을 흘리며 잡아보려 해도, 당장 눈앞의 지원 격차 앞에서는 손을 쓸 방도가 없다.

뿌리가 흔들리자 줄기와 열매도 시들어간다. 고교 선수들의 유출로 신입생 수급이 끊기면 국방항공고 족구단은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전국 랭킹 2위인 논산시민족구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논산시족구협회 임원진의 사비와 헌신으로 근근이 버텨오고 있으나, 시즌 중에도 타 시·도의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의가 쏟아지며 팀 유지 자체가 한계에 달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핵심 선수들의 이적과 함께 팀 해체가 불가피한 절체절명의 위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논산시의 미온적인 태도다. 현장 관계자들은 매년 시장 면담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호소해왔지만, 돌아온 것은 “실업팀을 만들어주겠다”는 알맹이 없는 말뿐이었다. “잡은 물고기에는 밥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처럼, 족구가 잘해왔으니 알아서 살아남을 것이라 방치한 결과가 오늘의 비극을 낳은 셈이다.

족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다. 논산시의 이름을 전국에 알리고 지역 주민의 자부심을 높여온 핵심 스포츠 자산이다. 현장의 지도자가 홀로 모든 짐을 짊어지고 떠나게 된다면, 논산 족구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족구가 무너지면 당장 충남도민체전과 전국체전에서의 성과 하락은 물론, 논산 체육 전체의 추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행동이다. 국방항공고 선수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과 건양대 족구단 재정비, 논산시민족구단의 안정을 위한 특단의 지원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무릎을 치며 후회할 날이 온다.”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글을 써 내려간 한 지도자의 먹먹한 호소를 논산시와 체육계는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 논산 족구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논산=장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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