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기다리는 보호에서 청구하는 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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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기다리는 보호에서 청구하는 권리로

장정훈 서북 변호사

  • 승인 2026-07-23 16:05
  • 신문게재 2026-07-24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장정훈(신규 사진)
장정훈 서북 변호사
집 앞을 서성이는 낯선 그림자, 밤낮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알림음. 스토킹은 흔히 사소한 구애나 지나친 관심 정도로 가볍게 여겨져 왔지만, 그 실체는 피해자의 일상 전체를 무너뜨리고 때로는 생명까지 위협하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변호사로서 현장에서 만난 스토킹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극도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고, 그들이 가장 절망하는 순간은 용기를 내어 도움을 청했음에도 보호의 손길이 닿지 않을 때였습니다.

우리 지역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문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대전의 스토킹 검거 건수는 3년 새 26% 늘었고, 연간 300건 이상이 꾸준히 적발되고 있습니다. 여성 피해자 비율은 78%에 이르며, 가정폭력이나 교제폭력처럼 관계에 기반한 범죄까지 더할 경우 그 규모는 훨씬 커집니다. 지역 여성폭력피해 상담소의 상담 건수도 2024년 기준 3만 2934건에 달합니다. 우리 이웃 중 누군가는 지금도 낯선 이의 집착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기존 제도의 가장 큰 허점은, 피해자가 스스로를 지킬 법적 통로를 거의 갖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스토킹 피해자가 경찰이나 검찰에 접근금지 같은 잠정조치를 요청하더라도, 그 청구 여부가 전적으로 수사기관의 판단에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증거가 부족하다거나 절차상의 이유로 수사기관이 청구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로 다시 가해자 앞에 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호의 골든타임을 놓친 사이 돌이킬 수 없는 강력 범죄로 이어진 안타까운 사례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돼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6년 4월,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공포됐습니다. 앞으로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잠정조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통지를 받은 경우, 그날부터 90일 이내에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접근금지 등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됐고 만약 가해자가 이 명령을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 제재가 뒤따릅니다. 그동안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에게만 인정되던 이른바 '자력 구제형' 보호 청구권이 스토킹 피해자에게까지 확대된 것입니다. 나아가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의심되거나 형편이 어려워 보조인을 선임하기 힘든 피해자에게는 법원이 국선보조인을 선정하도록 해 경제적 사정이 보호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배려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물론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잠정조치 가운데 가해자를 유치장 등에 가두는 조치의 법원 인용률은 2023년 50.9%에서 2025년 34.9%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법원이 보호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하고 앞으로도 위협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객관적 증거로 소명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해자로서는 협박성 문자나 통화 녹취, CCTV 영상처럼 위협의 정황을 평소에 꼼꼼히 기록하고 보존해 두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만 이번 개정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7년 4월경부터 시행되므로, 그 사이의 공백기 동안에는 여전히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와 기존 잠정조치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대전에서도 스토킹 신고는 이어지고 있으며, 그 피해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려움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 개정이 단지 조문 하나를 늘린 데 그치지 않고, 절망의 문턱에서 서성이던 피해자들이 스스로 법원의 문을 두드려 일상의 평온을 되찾는 실질적인 우산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도 스토킹을 더이상 사소한 일로 치부하지 않고 마땅히 단죄해야 할 범죄로 바라보는 성숙한 인식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길 기대합니다. /장정훈 서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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