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두껍아 두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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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두껍아 두껍아

방원기 경제부 차장

  • 승인 2026-07-21 14:13
  • 신문게재 2026-07-22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방원기 편집국에서 사진
방원기 경제부 차장
내 집 마련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발 뻗고 편히 가족들과 오순도순 누울 수 있는 내 집 마련이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다. 월급만으로 천정부지로 오른 집의 주인이 된다는 건 은행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티끌 모아 티끌이란 말로 변한 지 오래다. 월급 인상분이 주택 가격 인상으로 따라갈 수가 없다. 20·30 세대들이 빚내 투자하는 소위 '빚투'를 하는 데도 이 같은 이유가 반영됐을 것이다. 투자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월급을 차곡차곡 모은다 한들 수억 원을 호가하는 주택을 매수하기란 쉽지 않다.

가까스로 1억 원 가까이 목돈을 모았다 치자. 지금은 대출 문턱에 막힌다. 정부의 대출 규제 속에서 은행권이 앞다퉈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조이고 있다.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건 KB국민은행이다.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절반이나 대출 한도를 삭감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도 포함이다. 우리은행도 지점 한 곳당 2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한도를 줄였다. 통상 대출을 수억 원 받아야 주택을 살 수 있는 이들에겐 한도가 남은 지점을 찾아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주요 은행들도 모기지 보험 신규 가입을 중단시켰다. 모기지 보험 가입을 하지 못하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다. 사실상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수도권은 10억 원이 넘어가는 아파트부터 수백억까지 '억소리' 나는 집이 수두룩하다. 대전은 부촌이라 불리는 주요 아파트를 제외하면 수억 원으로 좁혀진다. 그런데도 지역에선 대출을 받지 못해 '악소리'를 내고 있다. 대출 한도는 당초 생애 최초란 무적의 타이틀까지는 건드리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생애 최초까지 한도가 축소되면서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온다. 대출 절벽에 가로막힌 이들은 목돈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지만, 쉽지 않다. 마치 운동장에서 선착순 10명이란 구호에 달려가는 기분이라 하소연한다.

여유가 있는 이들도 대출을 통한 집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 청약을 받거나, 신규 매수를 위해 계약금을 걸어둔 이들은 이전 집을 팔아야만 새 보금자리로 들어갈 텐데 대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선뜻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은 하나의 집이 팔리면 연쇄적으로 수 채가 동시에 거래된다. 주택을 매수하면 기존 주택을 판매하고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연결고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대출이 나오지 않아서인지 지역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는 모양새다.

최소한 무주택자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청년 등에 대한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집주인이 전세금 올릴지 몰라 무서워해야 하고, 월세 부담에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나.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방원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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