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문학도시 도약하려면”…기념 넘어 기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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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문학도시 도약하려면”…기념 넘어 기록으로

④ 사라진 뒤엔 늦는다…대전 문학유산 이제는 체계 세워야
흩어진 문인 흔적 '문학벨트'로 연결…시민 접근성 높여야
문학관 수장·연구 기능 확대하고 독립 운영체계 마련 필요

  • 승인 2026-07-20 17:02
  • 수정 2026-07-24 17:05
  • 신문게재 2026-07-21 2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대전의 문학 유산이 행정적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어, 흩어진 자산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문학벨트' 조성과 문학관의 독립적 운영을 통한 전문성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역 문단은 문학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할 수 있는 거점 마련과 함께, 문학 자산을 지역의 삶을 담은 기록 유산으로 인식하는 공공 아카이브 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전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지방기록원 설립 등 지역 스스로 기록물을 직접 관리하고 시민에게 공개할 수 있는 체계적인 행정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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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테미문학관 전시공간./사진=대전문화재단 제공
도시의 기억은 결국 사람과 장소에 남는다. 대전에도 지역 문학사의 흐름을 이어온 문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정작 그 자취는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채 멀어지고 있다. 묘역은 찾기 어렵고, 생가는 사라졌으며, 지역의 문학적 자산을 기리려는 노력은 행정의 체계적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기획을 통해 대전 문학유산 보존의 현주소와 지역 문화 행정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르포] 산길 끝 김호연재 묘역, 문학관 논의도 길 잃었다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오룡역 병기만 남은 기억의 과제

③ 충청 연고 문인도 낯선 대전, 문학유산 관리 체계 빈틈

④ 사라진 뒤엔 늦는다…대전 문학유산 이제는 체계 세워야



대전 문학유산을 단순한 기념사업이나 개별 문인 흔적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 역사와 삶을 담은 기록자산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흩어진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보존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이 작품과 문인의 흔적도 쉽게 찾아보고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취재에 따르면, 지역 문단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역 곳곳의 문학 자산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하는 '문학벨트' 조성을 꼽는다.

예를 들어 김호연재의 경우 고택과 김호연재 문화축제, 동춘당역사공원 내 시비, 여성휘호대회, 대덕구에 위치한 묘소, 건립이 추진 중인 김호연재문학관 등 관련 자산 사업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처럼 한 문인을 둘러싼 문화를 하나의 동선으로 묶고, 이를 지역 문인 전체로 확장해 이들 생애와 작품, 유적, 선양사업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방경태 대전문인총연합회 부회장은 "다른 지역은 없는 인연도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상황인데 대전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지역에는 지켜야 할 문학 자원과 역사가 많은데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지역 문학자료를 모으고 시민에게 전달할 핵심 플랫폼인 문학관의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대전에는 대전문학관과 테미문학관 등 공립문학관 2곳이 운영되고 있다. 두 문학관 개관은 지역 문단에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한편으로는 규모와 인력, 수장공간이 부족해 중부권 문학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거점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학관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에서 그치지 않고 육필 원고와 서적, 사진, 유품 등을 수집하고 보존해 시민들이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장고와 전문 인력, 아카이브 확충뿐 아니라 시민 접근성을 높이는 교육·전시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결국 문학관의 독립 운영체계 마련이라는 과제로 귀결된다.

두 문학관은 모두 대전문화재단 산하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 문단은 재단 내 여러 문화사업 가운데 하나로 운영되는 현 구조로는 문학관의 전문성을 충분히 살리기 어렵다고 본다. 문학관의 자료 수집과 연구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전예술의전당·시립미술관·시립연정국악원과 같이 전문 인력과 독립적인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전을 대표하는 개인문학관이 한 곳도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주요 문인의 원고와 사진, 유품이 유족과 연구자들에게 흩어져 있는 만큼 이를 모아 연구하고 시민들에게 보여줄 거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문학관 역시 단순한 추모 공간이 아니라 작가의 생애와 작품, 지역 문학사를 함께 연구하는 자료 거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성남 대전문학관장은 "대전에서 기리는 문인 가운데 충청권 전체를 아울러 연고를 둔 인물이 많다"며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대해 중부권을 대표하는 거점 문학관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화 역시 오래전부터 제기된 과제로, 문학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일 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개인문학관 건립이나 생가 복원만으로 문학유산 보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문학작품을 하나의 문화 장르를 넘어 지역의 삶과 풍경, 시대상을 담은 기록으로 바라보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굴·수집·보존하는 공공 아카이브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희성 단국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는 "대전을 설명할 문학과 역사, 행정 기록이 여러 기관과 개인에게 흩어지고, 장기 보존기록의 관리와 공개도 중앙(국가기록원)에 넘어간 구조"라며 "지역이 스스로 기억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온전한 자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기록물법 제11조는 광역자치단체가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이행한 곳은 서울과 경남 등 일부에 그친다"며 "국가기록원 본원이 있는 대전도 지역의 기록을 직접 수집·보존하고 시민에게 공개할 지방기록원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끝>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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