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진심이 오래되면 품격을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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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진심이 오래되면 품격을 빚는다

김태열 수필가

  • 승인 2026-07-20 15:36
  • 신문게재 2026-07-21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풍경소리 김태열 수필가
김태열 수필가.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선거기간 내내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서 예년과 다르게 유달리 눈에 띄는 공통적인 표현이 있었다. '일 잘하는 사람'이었다. 지방의원의 직무가 상주해 처리하는 것도 아닐 텐데, 일을 잘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가 머리에서 빙빙 맴돌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의원들의 일은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걷거나, 버스나 지하철 등을 타고 시내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건의 사항을 찾아내 꾸준한 진심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중 하나는 주차 문제와 쓰레기 처리일 것 같다.

사람에게는 품위와 품격이 있다. 품위는 말씨, 행동, 태도가 그 사람의 역할에 걸맞게 점잖고 반듯한 상태를 나타낸다. 반면 품격은 긴 시간 수양하여 축적된 내면의 바탕에서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기품을 뜻한다. 그렇기에 품격은 억지로 꾸며낼 수 없는 그 사람의 깊이를 반영한다. 사람처럼 나라나 도시에도 품격이 있다. 도시의 품격은 깨끗한 공기, 잘 정비된 인프라,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무게감, 휴식을 주는 공원, 성숙한 시민의식, 안심 골목길, 미술관·음악관 같은 문화공간, 공공도서관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다. 최근에는 도시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과소비와 욕구 충족의 사회이다 보니 해결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차공간 확보와 쓰레기 처리는 도시의 품격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몇 년 전 동유럽을 둘러보았다. 오랜 역사의 전통을 가지고 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그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의 1인당 GDP가 비슷하거나 더 높은데도 오히려 그곳이 우리보다 품격이 있어 보였다. 도시나 농촌의 차이점도 크지 않았고 서로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여유로워 보였다. 무엇보다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며 다녀도 한결같이 사람이 다니는 길 같았고 길마다 쌓인 쓰레기나 주차로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쓰레기가 보이지 않아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길거리에 우체통과 비슷하게 이쁘장하게 생긴 게 쓰레기 투입구라고 하였다. 육상에서 수거하지 않고 지하에서 수거하는 방식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시골이나 도시 어느 곳을 가더라도 큰 문제점은 불법주차와 쓰레기 처리다. 수거되지 않는 쓰레기가 길거리에 너저분하게 쌓여 있어 길거리를 걷는데 유쾌하지 않다. 대전시의 경우 중심 지역에서 벗어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 주차 문제는 더 심각하다. 공영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니 골목길에 세워둘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의 일부 거주자들은 자기 집 담벼락에 주차하지 못하게 장애물을 놓고 있다. 골목길마다 주차 전쟁이 일어난다. 게다가 밤에는 이면도로 양쪽으로 차를 세우다 보니 오히려 사람이 도로 가운데로 다녀야 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한다. 단속이 능사가 아니다. 제도와 운영을 고려해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트럭·버스 같은 중·대형 차량의 야간 및 휴일 불법주차는 심각하다. 산책이라도 할 겸 골목길을 걸을 때면 도로 양옆으로 차량을 주차하고 있어 우범지대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미관도 좋지 않을뿐더러 불안감을 느낀다. 차고지가 있을 텐데 도로를 점령한 현실이 안타깝다. 불법주차 단속이라는 푯말이 있어도 그렇다. 이는 차고지 운영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 오늘날 행정은 투명해야 한다. 차고지 확보가 필수적인 차량에는 차고지 증명서를 눈에 잘 띄는 부위에 부착하게 했으면 좋겠다.

한국인의 품격,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품격은 진심을 먹고 자란다. 그런 점에서 70년의 역사로 대전시민의 자부심이 된 성심당의 성공비결인 '오래된 진심'은 그 의미가 깊다. 도시는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끊임없이 재창조되면서 꿈과 흥, 맛과 멋으로 품격을 빚어가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인 '빨리빨리' 문화에 여유와 배려의 숨결을 불어 넣는 일일 것이다. 모든 것에 기본인 진심이 곳곳에 스며들어, 깨끗하고 안전하며 정감이 넘쳐흐르는 도시의 품격을 그려본다. /김태열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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