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온통대전'을 넘어, 시민이 설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온통대전'을 넘어, 시민이 설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고두환

  • 승인 2026-07-19 16:44
  • 신문게재 2026-07-20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고두환
고두환 대표
민선 9기 대전시정이 출범했다. 허태정 시장이 다시 꺼내 든 1호 공약은 '온통대전 2.0'이다. 단순한 지역화폐의 부활이 아니라, 흩어진 정책 수당을 하나의 지갑에 모으고 대전의 돈이 대전 안에서 돌게 만드는 지역경제 순환 플랫폼을 지향한다. 소비의 주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려는 시도다. 나는 여기에 대전이 아직 성공하지 못한 또 하나의 과제를 얹을 수 있다고 본다. 고향사랑기부제다.

그동안 대전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성심당이라는 전국 최강의 답례품에 꿈돌이 굿즈와 코레일 협업까지 더해 누구보다 유리한 지형을 갖췄지만, 광역 모금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직전 시정은 고향사랑기금 7억 원으로 과학자 시계탑을 세우려다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시민의 선의로 모인 돈을 취약계층 지원이 아니라 행정 치적으로 소비했다는 지적이었다. 정작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옆에 있었다. 대전 중구다.

같은 성심당 답례품을 앞세운 중구는 지난해 31억 원을 모아 전국 기초지자체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답례품이 같았는데 성패가 갈린 이유는 하나다. 중구는 자활 지원, 청년 자립, 취약계층 치과 지원처럼 시민이 직접 고를 수 있는 지정기부 사업을 앞세웠고, 시민은 답례품을 넘어 '내 돈이 닿을 곳'을 스스로 선택했다. 광역이 기초에 뒤진 이 역설은 문제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설계하느냐'에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길을 걸어간 일본을 보면 방향이 뚜렷하다. 일본 고향납세 시장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에는 라쿠텐, 사토후루처럼 답례품 경쟁으로 규모를 키운 커머스형 플랫폼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거버넌스로 승부하는 플랫폼이 있다. 후루사토초이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2013년 거버먼트 크라우드펀딩(GCF)을 처음 만들어, 지자체와 비영리단체가 지역 현안을 프로젝트로 제안하고 시민이 그 '쓰임'을 골라 기부하게 했다. 유기견 보호, 재해 복구, 아이들 교육처럼 답례품으로는 팔리지 않는 공익 사업이 시민의 선택을 받아 성사됐다. 사가현이 지정기부단체 제도로 사회연대경제, 주민자치회, 직능단체 등에 권한과 책임을 넘겨 정부도 못 하던 연구비까지 모금한 것도, 이런 협치형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목할 것은 이 거버넌스 플랫폼이 걸어온 길이다. 손은 많이 가고 답례품 매출은 적어 영리기업이라면 붙들지 않았을 지역문제 사업을, 이들은 끈질기게 사업화했다. 공공은 검증과 정산의 행정 허브를 맡고, 민간 플랫폼은 기부자 발굴과 현장 확산을 맡는 역할 분담이 제도를 멀리 가게 했다. 소비의 플랫폼이 아니라 참여의 플랫폼이 시민을 남기고, 그 시민이 지역을 다시 찾는 생활인구가 된다.

한국에도 이제 그런 길을 걷는 협치형 플랫폼들이 자라고 있다. 답례품 경쟁 대신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전면에 세우고, 공익성을 기준으로 재정이 열악한 지역과 기부자를 연결하는 흐름이다. 온통대전이 시민의 소비를 지역 안에서 순환시키는 플랫폼이라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시민의 기부를 지역 문제 해결로 순환시키는 플랫폼이다. 대전 중구가 증명한 지정기부의 힘을 광역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사가현처럼 사회연대경제, 주민자치회, 직능단체 등이 프로젝트의 기획과 운영을 열어준다면, 대전은 전국 최초로 시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고향사랑기부제 모형을 완성할 수 있다.

지역을 바꾸는 것은 돈이 아니라 구조다. 성심당도 꿈돌이도 이미 갖췄고, 대전 중구가 길까지 보여줬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민이 직접 설계에 참여하는 통로다. 온통대전으로 소비의 주권을 돌려주려는 대전이라면, 고향사랑기부제로 기부의 주권까지 시민에게 돌려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민선 9기 대전이 두 플랫폼을 시민참여의 양 날개로 삼아, 대한민국 참여민주주의의 실험장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고두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제는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시대... 우려 목소리 여전
  2. 고성규 한의학연구원장 "한의뇌신경과학 공동연구 확대 및 국제화"
  3. 제24회 이동훈미술상 신현국 작가 본상 영예
  4. 국민의힘,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임명… 대전 서구을은 추가 논의
  5. 지역 최고의 인물 화가 홍상혁 화백 개인전
  1. 대전사랑메세나·대전시 새마을회, 나눔과 봉사 실천 위한 협약식
  2. 수능 서·논술형 도입에 학교도 평가 변화…대전은 교사 전문성 강화
  3. '천안흥타령춤축제 2026' 개막, 참여형 축제로 탈바꿈
  4. 대전 폭염 관련 구급출동 35건…전년 대비 35% 감소
  5. “학교에서 느낀 불편·아이디어를 정책으로"…대전교육청, 교육정책 공모

헤드라인 뉴스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새롭게 문을 연다. 지역에서는 대전고등검찰청이 대전광역공소청으로, 대전지방검찰청이 대전지방공소청으로 변경돼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개정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은 1948년 설립 이후 78년 만에 폐지되며 업무는 10월 2일부터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원화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에서 수사 기능은 떼어내고 공소, 그러니까 재판 관련 업무만 남긴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 것. 이와함께 기존의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아닌 '중수청'이..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